공항 근처에서 아찔한 사고가 끊이지 않고 일어나고 있습니다.

지난 1월 영국 히스로 공항에 드론을 목격했다는 신고로 공항 일부 노선 운행이 두시간 정도 중단됐습니다. 지난해 말에는 더 큰 일이 있었죠. 영국에서 2번째로 분주한 개트윅 공항에 드론 2대가 날아들어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36시간 동안 공항이 마비되는 일을 겪어야 했습니다. 항공기 운항도 전면 중단됐죠. 경찰은 유력 용의자를 체포했지만 결국 무혐의로 풀려났습니다. 개트윅 공항 내 드론 비행 목격자가 130명이나 있었지만 아직 범인을 찾았다는 소식은 없습니다.

(Source:CNN)
(Source:CNN)

사람들은 비행기보다 작다고 무시했던 드론이 주는 위험성을 확인했습니다. 자연스럽게 정부를 향한 따끔한 비판도 이어졌습니다.

최근 영국 교통부(Department for Transport, DfT)는 다음 달 13일부터 공황 주변 드론 비행 금지(no-fly) 구역을 공항 반경 5km로 확대한다고 밝혔습니다. 지난 7월 발효한 기존 규정인 공항 근처 반경 1km 이내 비행 금지 규정에 대한 지적이 쏟아졌었고 정부는 지난달 드론 비행 규정을 강화하겠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금지 구역 안에서 드론을 비행하다 적발될 시 벌금이나 징역에 처합니다. 이번 조치는 드론 관련 사고를 예방하는 효과를 줄 것으로 기대됩니다.

경찰의 권한도 확대합니다. 경찰에게 400피트(약 122m) 이상이나 공항 5km 이내에서 악의적인 목적으로 드론을 운용하는 사람을 검문하고 드론 비행을 제한하는 권한을 부여해 혼란을 사전에 방지합니다. 또한 영장을 발부해 드론이 저장한 데이터를 열람하는 권한도 포함되는데 이 법안은 준비 중이며 적절한 시기를 봐서 추가된다고 합니다.

크리스 그레이링(Chris Grayling) 영국 교통부 장관은 “공항 주변에서 드론을 운용하는 행위는 심각한 범죄다. 공항을 비롯해 상공을 안전하게 지키기 위해 비행금지 구역을 확장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드론 비행 위험성을 알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범죄에 대해서는 확실한 처벌이 뒤따를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습니다.

크리스 그레이링 영국 교통부 장관 (Source:Telegraph)
크리스 그레이링 영국 교통부 장관 (Source:Telegraph)

사지드 자비드(Sajid Javid) 영국 내무장관도 “최근 영국 공항에서 일어난 일련의 사건들을 봤기에 이러한 조치들은 사고를 방지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며 “검문검색을 통해 범죄를 막고 생명을 보호하기 위한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습니다.

영국 정부는 카메라 소매업체 제솝스(Jessops)와 손잡고 새로운 드론 규정을 알리고 책임감 있는 드론 운용 인식을 확립하는 데 힘을 쏟는다는 계획입니다.

(Source:pixabay)
(Source:pixabay)

영국 내무부는 악의적인 드론 운용 근절을 위한 접근 방법을 검토 중입니다. 현재 드론 대응 기술 실험을 진행하는 등 중요한 국가 인프라를 보호하는 최선의 방법을 찾고 있습니다.

우려의 목소리도 흘러나왔습니다. 영국 드론 산업에서 대표성을 가지는 영국 원격조종 항공기 시스템 연합(Arpas UK)에서는 비행 금지 구역 확장은 반기면서도 드론 운용을 중지시키고 검문하는 방안에 대해서는 유감을 표명했습니다. 루퍼트 덴트(Rupert Dent) Arpas UK 위원은 “경찰은 규정을 정확하게 인지해야 할 것이며 정당한 방법으로 사용돼야 할 것”이라며 “합법적인 사업자의 정당한 드론 운용에 지장을 줘서는 안 된다”라고 주장했습니다.

(Source:DJI)
(Source:DJI)

드론을 둘러싸고 일어난 사건들을 반영하는 듯 며칠 전 소비자 드론 기업 DJI에서는 유럽 전역에 위치 정보 기반해 반경을 설정하는 지오펜싱(Geofencing) 시스템을 업그레이드한다고 발표했습니다.

지도 데이터 공급자도 미국 드론 소프트웨어(SW) 기업 에어맵(AirMap)에서 영국 항공 기술 기업 알티튜드 엔젤(Altitude Angel)로 변경해 공항이나 민감한 지역을 비행할 때 더욱 엄격하고 세부적인 규제 사항을 적용할 수 있게 됐습니다. 2차원으로 제공하던 제한 구역은 3차원으로 확장됐습니다.

DJI의 ‘지오(Geospatial Environment Online, GEO) 2.0’ 시스템은 이전에 사용하던 단순한 원 형태로 안전구역 설정하는 것이 아니라 위험도에 따라 공항 개별 영역을 구분하고 각각 다른 세부 규정을 적용한 정보를 제공합니다. 기타 민감한 시설 주변도 복잡한 다각형 형태로 구현합니다. 아래 그림을 보시면 공항 지역과 비행 경로를 고려한 나비넥타이 모양 3차원 지도를 그려 안전 구역을 설정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죠.

(Source:DJI)
(Source:DJI)

특히나 공항 안전을 지키는 데 효과적이라는 평입니다. 영국, 독일, 벨기에, 오스트리아, 덴마크 등 이미 지오 시스템을 사용하는 13개 국가는 지오 2.0으로 업그레이드를 진행하고 불가리아, 크로아티아, 스웨덴, 루마니아 등 신규 추가된 19개 국가에도 이달 말부터 지오 2.0 시스템을 처음으로 적용합니다.

미국에서도 드론에 대한 민감도는 높아졌습니다. 최근 뉴욕 경찰은 당국에 드론 격추 권한을 요청했습니다. 드론을 무력화하기 위해 어떤 종류의 기술을 사용하고자 하는지는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습니다. 경찰 관계자는 “드론을 무기로 활용하는 모습은 ’외로운 늑대(lone-wolf)’형 범죄에 드론을 사용하도록 부추길 소지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베네수엘라 대통령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 근처에서 폭발물을 담은 드론이 터진 소식을 접한 마당에 드론을 이용한 테러는 우리 주위에서도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공포가 됐습니다.

(Source:THE WALL STREET JOURNAL)
(Source:THE WALL STREET JOURNAL)

2018년 미 의회는 연방 법원 집행관들에게 드론을 격추하는 것을 포함한 드론 무력화하는 권한을 부여하는 법안을 통과시켰습니다. 뉴욕 경찰과 같은 법 집행 기관에도 동일한 권리를 부가하려면 추가적인 연방 입법이 필요합니다.

뉴욕 경찰에 따르면 드론이 인기를 얻으면서 2013년 단 3건에 불과했던 드론 관련 사고는 2017년 550건으로 급증했습니다. 지난해에는 상반기에만 333건의 불법적인 드론 사고가 발생했다고 합니다.

모든 기술이 그렇듯 장단점이 있게 마련입니다. 드론 도입으로 인한 혜택도 분명하지만 악용될 소지도 결코 무시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드론 산업 육성도 이어 가야겠지만 때에 따라서는 엄격한 규제도 해야 해 서로 충돌하는 지점이 없지는 않으나 어떻게 보면 매우 바람직한 현상이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 결국은 어느 것 하나 소홀히 할 수 없이 함께 고민하고 개선해야 할 부분입니다.

나유권 기자 ykna@next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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