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WC 2019에 참여한 여러 기업 중 올해 유독 눈에 띄는 곳이 있다. 바로 퀄컴이다. 퀄컴이 모바일 칩을 만드는 건 익히 아는 이야기일 터. 그렇기에 퀄컴은 MWC 단골손님이고, 개인적으로 몇 년간 MWC를 방문하면서 매번 살펴보긴 했지만 크게 주목한 적은 없다.

하지만 올해는 다르다. 이유는 5G. 갖 생명력을 발하기 시작한 5G의 성장 속도를 퀄컴이 가속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작년 12월 국내 이통 3사가 글로벌 첫 상용 5G 전파를 쏘기 시작했고, 5G 망이 어느 정도 구축되려면 시간 투자가 제법 필요한 시점이다. 그럼에도 5G 스마트폰은 MWC 2019에 여럿 등장한 상태다. 삼성전자, LG전자, 샤오미 등 5G 스마트폰을 공개했고, 그들의 제품 이야기 속에는 퀄컴이 등장한다. 몇 년 전부터 준비해온 퀄컴의 첫 상용 5G 모뎀인 '스냅드래곤 X50'을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 LTE가 처음 국내서 상용 전파를 쏘았을 땐 쓸만한 단말이 나오기까지 2년이 넘었다. 하지만 5G 단말은 빠르게 공개됐고, 멀지 않은 시기에 판매를 시작하게 된다. 5G 단말이 준비된 만큼 이통사 입장에서도 다양한 테스트를 진행해 볼 수 있고, 빠르게 소비자를 흡수하기 위해 망 구축도 열심히 할 수밖에 없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더 진화한 이동통신망을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

퀄컴이 상용 5G 모뎀을 상용화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만 하더라도 올해 소량의 제품만 나오게 될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MWC 2019 현장을 둘러보니 훨씬 공격적으로 5G 단말이 출시되고 있다. 진행 속도가 상당히 빠른 셈이다.

이런 시점에서 퀄컴은 MWC 2019에서 흥미로운 발표를 한다. 2월 25일 퀄컴 프레스 컨퍼런스 자리에서 크리스티아노 아몬(Cristiano Amon) 사장이 '통합 5G 시스템 온 칩(SoC) 퀄컴 스냅드래곤 모바일 플랫폼'을 내놓는다고 말한 것. 2019년 2분기에 샘플이 제공되고, 상용 제품은 2020년 상반기에 출시될 예정이다.

사실 퀄컴은 하나의 칩에 여러 기능을 통합하는 SoC에 모뎀까지 통합할 수 있는 손 꼽히는 회사다. 스냅드래곤만 사면 별도의 모뎀 칩을 구매할 필요가 없는 셈이다. 공간이 협소한 모바일 단말의 경우 모뎀 칩 공간을 확보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제조에도 유리하다.

현재 5G 단말은 스냅드래곤 855 + 스냅드래곤 X50 모뎀 구조다. 2개의 칩을 써야 한다. 재밌는 건 스냅드래곤 855에는 LTE 모뎀 기능이 들어가 있다. 최근 퀄컴은 스냅드래곤 X50의 후속 모델은 스냅드래곤 X55까지 발표한 상태지만, 스냅드래곤 800 시리즈 만으로는 5G를 지원할 수 없다. 그런데 이를 통합한 스냅드래곤 모바일 플랫폼을 내놓는다.

5G 모뎀을 통합한 SoC를 만들어 내놓는다는 건 퀄컴이 매번 해오던 일이라 어떻게 보면 대수로워 보이지 않을 수 있지만, 이것은 곧 5G가 대중화의 길로 빠르게 들어설 수 있게 만드는 첫걸음이 된다.

퀄컴은 기존에도 새로운 모바일용 모뎀을 매번 내놓았다. 스냅드래곤 855에 포함된 스냅드래곤 X24 모뎀도 처음에 독립된 모뎀으로 먼저 나왔었다. 그리고 이렇게 원칩으로 만들어지게 되면, 점차 하위 모델 스냅드래곤에도 쓰이기 시작한다.

즉 현재 5G 단말을 만들기 위해서는 스냅드래곤 855와 스냅드래곤 X50 모뎀이 필요하지만, 향후 통합된 스냅드래곤이 나오기 시작하면, 스냅드래곤 800 시리즈뿐만 아니라 600, 400 시리즈에도 5G 모뎀이 적용될 수 있을 테다. 플래그십 스마트폰뿐만 아니라 중저가 스마트폰에서도 5G 단말이 만들어질 수 있다는 이야기다.

크리스티아노 아몬 퀄컴 사장은 "5G 네트워크는 원래 2020년 출시될 예정이었지만, 이통사의 이통사의 요구와 더 큰 대역폭, 낮은 대기 시간에 필요성이 커짐에 따라 퀄컴은 출시 날짜를 앞 댕겼다"라며 "통합 5G 모바일 플랫폼은 5G를 보다 광범위하게 사용할 수 있게 해주는 주요 단계"라고 말했다.

이미 현실이 되어 버린 5G가 대중 곁으로 다가설려고 하고 있다. 불과 며칠전만 하더라도 5G는 멀게만 느꼈었는데, MWC를 둘러보니 5G가 손에 닿을 거리에 와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이날 크리스티아노 아몬 사장은 2세대 5G 모뎀인 스냅드래곤 X55에 대해 설명했으며, 5G PC 플랫폼도 공개했다. 또한 5G 스마트폰용 확장 현실(XR) 뷰어를 위한 생태계 협력을 발표했다.

바르셀로나(스페인)=김태우 기자 (tk@next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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