넘치는 구인인력에 치여 반반한 일자리를 구하는 것이 하늘에 별 따기만큼이나 힘들어지고 있다. 대학을 나온 청년들은 이력서를 들고 대기업에서 중견기업, 중소기업으로 눈높이도 낮춰보지만 워낙 많은 구인자들 덕분에 평범한 이력서는 서류통과도 어려운 지경이다. 게다가 지속되는 경기 침체는 정부의 푸시에도 불구하고 기업들을 움츠리게 해 신규투자를 하는 기업도 드물다. 덕분에 코너에 몰린 청년과 기존 일자리에서 밀려난 장년들은 시간제 일자리나 자영업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그러나 밖에서 보기엔 쉬울 것 같은 자영업도 실제로 운영해보면 만만치 않음을 깨닫는 것은 시간문제다. 그들이 제일 첫 번째로 맞닥뜨리는 것이 가게를 얻는 일이다.

그런데 보증금과 월세는 알겠는데 권리금이란 단어에 얼음이 된다. 권리금이란 상가임대차의 대상물인 상가건물에서 영업을 하고자 하는 자가 영업시설과 비품, 단골고객 및 거래처, 상가 건물의 위치가 가지고 있는 영업상의 장점 등 유형, 무형의 재산적 가치에 대한 양도 또는 이용대가로 임대인이나 임차인에게 수수되는 보증금과 차임 이외의 금전 등에 대한 대가를 의미한다. 작년 한국감정원의 상가권리금 현황조사를 보면 전국 24개 주요 도시의 상가중 권리금이 있는 경우가 71%였고 평균 4,777만원으로 조사되었다.

실제로 권리금이란 것이 상가를 보유하고 이를 임대하는 건물주가 받는 보증금 보다 큰 경우도 상당히 많다. 그런데 이 권리금이란 것이 정확한 기준이 없다. 현재의 임차자가 부르는 것이 값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를 새로운 임차자가 수용하면 그것이 현 상가의 권리금이 되는 것이다.

잘 알려진 홍대 앞이나 가로수길, 이태원 등 특정 지역이 그 지역의 특색으로 인정을 받고 사람들이 많이 찾기 시작하면 건물주는 임대료를 올리게 된다. 임대료가 올라가면 임차인들은 해당 임대료를 감당하지 못하고 밀려나게 되는데 이럴 경우 해당 점포의 권리금이 문제가 된다. 임차인은 권리금을 주고 해당 상가에 입주했다. 권리금이란 시쳇말로 자릿세다. 기 임차인이 영업을 잘 해왔고 덕분에 많은 고객들이 찾고 그 만큼 매출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전체 하에 지불된 금액이다. 따라서 임차인들은 권리금 이상의 매출을 목표로 해당 가게를 인수하게 된다. 그리고 장사가 잘 되어 권리금 이상의 매출액으로 호재를 만나면 문제는 없다. 그런데 항상 변수가 생긴다.

임대인은 장사가 잘 되는 상가를 가만히 지켜보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장사가 잘되는 만큼 임대료를 올리기 마련이고 계약기간에서 보장하는 5년이 지나면 이의 인도를 요구하는 경우가 많다. 계약서상 상가의 임대차 계약은 건물의 임대인과 하지만 시설의 권리양도계약은 임차인과 하게 된다. 그런데 건물주가 약정된 기한이 다 되었으니 가게를 비우라고 하는 경우가 있다. 이 부분에서 양자는 서로의 이해의 폭을 좁히지 못하고 소송으로 가는 경우가 발생한다.

임대차 계약 종료 후 재계약을 하지 않겠다고 하면 현재의 임차인은 어쩔 수 없이 새로운 임차인을 구해 권리금 계약을 진행하고 계약금을 받은 후 건물주에게 임대차 계약의 진행을 요구하게 된다. 그러나 건물주는 새로운 임차인에 대한 자신만의 제한사항을 두어 현 임차인이 주선하는 신규임차인과 임대차 계약을 진행하지 않는다. 결국 임차인은 현 건물주를 상대로 자신의 권리금 회수를 위한 기회를 방해한 손해배상의 소를 제기하게 된다.

또는 신규 임차인이 아니라 건물주가 직접 운영하려고 하는 경우에도 문제가 된다. 기존에 상점을 운영하는 세입자의 임대차 계약이 만료되고 신규 임차인을 데려와 임대차 계약을 진행하고자 했으나 임대인은 이를 수용하지 않고 타인이 아닌 임대인이 직접 새로운 업종으로 운영할 것이라고 주장하는 경우다. 임대인은 임대차 계약기간 종료로 해당 점포를 원상회복하여 인도해 달라고 요구하고 임차인은 이럴 경우 자신이 해당 점포를 인수할 때 치룬 권리금을 받을 길이 없으니 이의 요구를 수용할 수 없게 된다.

임차권 양도계약과 이를 전제로 체결되는 권리금 계약은 별도의 계약이지만 권리금 계약이 임차권을 양도하는 계약과 결합하여 사실상 각각의 계약이 아닌 불가분의 관계로 존재한다. 우리나라의 자영업자의 비중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이들이 가장 힘들어 하는 것이 바로 이 부분이다. 한집 건너 빵집, 치킨집, 커피집이다 보니 이들은 살기 위한 경쟁으로 뺏고 뺏기는 전쟁을 하게 된다. 이슈가 되어 장사가 잘된다면 너도 나도 카스테라집, 카레전문점, 빙수 전문점에 몰리니 이들의 창업률에 맞먹는 폐업률을 가지게 된다. 게다가 장기간 운영하지 못하는 이유는 바로 임대차계약의 존속기간이 한정적이고 이후의 조건들이 어떻게 변할지 몰라 전전긍긍하게 된다. 이들의 아이템이 과도한 속도를 내게 되면 이를 노리는 신규임차인과 이들에게 상가를 내준 임대인이 이들의 점포에 눈독을 들이기 때문이다.

자영업자의 비중이 OECD 평균보다 높은 나라는 경제사정이 좋지 못하거나 관광산업의 의존율이 높은 나라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높은 실업률로 노동시장에 진입하지 못하거나 이른 나이에 명퇴 또는 퇴직자들이 다른 루트의 일거리를 찾지 못해 선택하는 것이 자영업이다. 대부분 쉽게 할 수 있는 형태로 부가가치가 큰 산업의 비중이 매우 낮다. 따라서 한정적 몇 가지 업종에 집중되고 치열한 경쟁으로 생존율이 낮다. 잘 나가는 상점 옆에, 뒤에, 앞에 유사한 업종의 가게들이 문을 열고 자본이 상당히 투입되는 대규모 식당이 소규모의 자영업체의 손님을 빼앗아 가니 자연 폐업률은 늘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이다.

국민소득 수준의 향상될수록 자영업자의 수는 감소한다. 소득수준의 향상은 생활의 질과 사회의 전반 수준을 높여 소비수준을 고급화 시켜 소자본, 소규모의 자영업자에게는 불리하게 작용된다. 소주와 삼겹살이 아닌 스테이크와 와인을 찾을 테니 작고 소박함 보다는 규모 있고 서비스가 좋은 곳을 찾기 때문이다.

쉽게 장사를 하려고 주는 비용이 권리금이다. 아무 것도 없이 상가의 입지와 상권만으로 이점을 가지고 있다고 판단되어 이를 보상해주는 바닥 권리금, 영업시설이나 내부인테리어 등의 유형 자산의 가치를 보상해주는 시설 권리금, 기존 임차자가 쌓은 인지도, 단골손님, 신용, 영업 노하우 등의 가치를 보상하는 영업 권리금으로 나눠볼 수 있다. 특별한 기준이 없기 때문에 또한 임차인과 임차인간에 이루어지는 계약이자 임대차계약의 전제조건이 되기에 상가임대차 분쟁의 원인이 된다. 상가건물임대차분쟁조정위원회가 가장 많이 받고 있는 클레임이기도 하다. 과거에는 법적으로 보호를 받지 못했지만 2015년 법을 개정하여 임대인의 권리금 회수방해 금지 조항이 생기고 상가임대차 보호법에서 계약갱신요구권을 10년으로 늘렸지만 여전히 분쟁이 많은 부분이다. 권리금은 안정적 매출을 전제하지만 누구도 보장하지 못하니 그 가치는 스스로 꼼꼼한 확인과 판단이 관건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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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뉴스팀 (news@next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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