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길윤웅의 책으로 만나는 세상] 먼저 떠난 자가 묻는다, 그대 왜 사는가?

발행일시 : 2018-12-11 09:00
[길윤웅의 책으로 만나는 세상] 먼저 떠난 자가 묻는다, 그대 왜 사는가?

“더 오래 살아야 하는 건 더 오래 살아남기 위해서가 아니다. 그건 미루었던 일들에 대한 의무와 책임을 수행하기 위해서다. 그것이 아니라면 애써 이 불가능한 삶과의 투쟁이 무슨 소용인가?”
-72쪽, <김진영의 애도 일기-아침의 피아노> 중

산문집, <김진영의 애도 일기-아침의 피아노>는 2017년 7월 시작해서 2018년 8월에 끝난다. ‘235’ 번은 없다. 세상과 이별하기 1년 전, 김진영이 발견한 간암은 희망과 달리 그의 몸을 떠나지 않았다. 자신에게 필요한 것은 병에 대한 면역력이며 사랑, 그것이 곧 정신력이라는 글을 남기며 투쟁했지만, 간암을 이기지 못했다. 그의 글도 ‘234’에서 멈췄다.

아침 베란다에서 ‘파란색 희망 버스’를 볼 수 없는 김진영은 희망을 걸며 병과 싸우는 동안 그가 발견한 것은 사랑이다. 철학자로서 사회 구조의 현실을 비판해온 김진영은 철학과 미학을 주제로 강의하고 글을 썼다. 앞으로 더 나아갈 길을 만들지 못했다.

속상함과 원망, 미련이 남을 법할 텐데 그는 하강하는 자신의 몸을 떠나지 않는 병을 달랬다. <김진영의 애도 일기-아침의 피아노>는 간결하지만 무겁다. 이내 무거움을 떨어트리고 잔잔하게 마음속으로 스며든다.

얼마 전, 뉴스에서 임대주택 주민들의 통행을 금지하는 아파트 주민들의 이야기를 읽었다. 통행을 막은 이유를 들어보니 집값 하락 때문이라는 것이었다. 같은 단지 내 임대 아파트에 사는 사람들의 주차장 진입을 막고, 다른 길로 다니라고 하는 주민들의 생각은 어디에서 나온 걸까.

아파트의 형식과 규모에 따라 차별받는 새로운 계급사회에 산다. 주변을 돌아보지 못하고 사는 일은 마치 게임 속 전투원들과 같은 삶이다. 자신의 영역을 침범당하지 않기 위해 열심히 ‘방어’하고 ‘진지’를 구축해 나갈 뿐이다. 자신의 이익에 반하는 것들을 제거해나가는 것만이 안전한 사회라고 말할 수 있을까?

[길윤웅의 책으로 만나는 세상] 먼저 떠난 자가 묻는다, 그대 왜 사는가?

김진영은 생(生)을 ‘쌍곡선 운동’이라고 표현했다. 상승과 하강이 인생이라는 것. 하강하는 삶의 순간에서 상승을 생각하며, 그 순간에 ‘새의 날개가 되어 기쁨의 바람을 타고 떠오르겠다’라고 말한다.

“며칠 째 계속되는 하강, 그러나 생은 쌍곡선 운동이다. 어딘가에서 하강할 때 또 어딘가 에서는 상승한다. 변곡점이 곧 다가오리라. 거기서 나는 새의 날개가 되어 기쁨의 바람을 타고 떠오를 것이다.”-262쪽, <김진영의 애도 일기-아침의 피아노> 중

내 것을 가지겠다고 타인의 길을 막는 이웃 주민들의 삶 속에서 우리는 무엇을 배우고 무엇을 떠 올려야 할까? 올라가는 때가 있으면 내려올 때가 있다. 그게 인생이다. 시작은 달라도 끝은 다르지 않다.

임종을 앞둔 며칠 전 김진영은 이렇게 하루를 기록했다.

사랑의 마음,
감사의 마음,
겸손의 마음,
아름다움의 마음.
-274쪽, <김진영의 애도 일기-아침의 피아노> 중

세상을 향한 김진영의 마지막 인사를 읽으며, 내 삶의 하루를 돌아본다. 시간과 장소는 다르지만 분명한 것은 내려놓고 가야 할 순간을 모두 맞는다.

지금 살아서 좋은 것을 보고 아름답다고 말할 수 있다는 것은 고마운 일이다.

길윤웅 yunung.kil@gmail.com 필자는 IT전문 잡지 기자로 사회생활을 시작, 한글과컴퓨터 인터넷 사업부를 거쳐 콘텐츠 제휴와 마케팅 등의 업무를 진행 했다. 디자인회사에서 카피라이터로 활동 중. 청소년과 일반인을 대상으로 하는 미디어교육과 제작 활동에 관심을 갖고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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