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혁명을 통해 대량 생산 체제를 갖춘 기업들은 생산성 향상을 위해 모든 노력을 집중했다. 기업이 제품을 대량 생산한다는 의미는 기계 설비와 장치를 통해 정형화된 프로세스를 수행해서 재공품을 만들어 조립하여 제품을 생산한다는 것이다. 이때 기계 설비와 장치에 대한 정기적 정비 소홀과 과다 사용, 노후화에 따라 생산된 재공품에 결함이 발생하고 결함이 있는 재공품을 조립한 제품 또한 결함을 가지고 완성된다. 결함이 있는 제품을 구입한 소비자(Consumer)는 충분히 사용하지도 못하고 고장이 발생해 손해를 보기도 하고 안전 사고로 이어져 피해를 보기도 한다.

포드 자동차 회사에서 근무한 프레더릭 테일러(Frederick Taylor)가 고안한 컨베이어 벨트는 분업화를 통해 생산성을 높이는 혁신적 계기를 이끌었다. 분업화는 프로세스를 세분화하여 프로세스 수행 결과인 재공품의 상태를 확인할 수 있는 기회와 단위를 형성시켜 주었다. 프로세스를 수행한 결과는 재공품으로 만들어지고 상태가 완전할 때 다음 프로세스를 수행하여 최종 제품을 완성한다. 프로세스를 완전하게 수행한 결과가 늘 완벽한 재공품을 만들어내지 못한다는 것을 에드워드 데밍(W. Edward Deming)은 발견했고 원인을 찾아 많은 조사와 연구를 했다.

프로덕트의 품질은 프로세스를 수행하는 사람이 ‘빨리 수행’하려는 생각보다 ‘잘 수행’하려는 생각을 가지고 수행해야 한다는 ‘14가지 원칙’을 제시했다. 데밍에 이어 주란(Dr. Joseph M. Juran)은 프로덕트 품질을 향상시키기 위해 품질 관리 활동을 생산 활동과 결합하여 프로세스를 수행하는 작업자간 결과를 공유하라고 권했다. 특히 주란의 품질 원칙은 고객의 요구(Need)에 맞는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할 때 완성된다는 것이다.

고객의 욕구를 만족시키고 고객의 요구에 맞는 제품과 서비스를 생산하여 전해주는 일련의 기업 활동은 ‘데이터’라는 결과를 생성한다. 기업 활동은 기능(Function)과 처리 과정인 프로세스(Process)로 세분화하여 수행한 결과는 실물인 프로덕트와 데이터로 나타난다. 실물인 프로덕트는 프로세스가 수행한 결과로 외형상 변화된 모습을 나타내기도 하지만, 미세한 변화로 데이터를 확인하지 않고는 인식할 수 없는 경우도 있다. 프로세스가 잘 수행되었는가? 혹은 프로덕트 품질이 완전한가? 는 데이터로 확인할 수 있다.

기업 활동과 데이터는 프로세스를 수행하여 프로덕트에 변화를 일으키듯이 상호작용성(Interaction)을 확인해 존재를 인정한다. 이것은 데이터가 기업 활동 없이 생성될 수 없고 변화할 수 없음을 의미하고 데이터의 생명주기(Lifecycle)를 변화시키는 것은 기업 활동이다. 프로덕트나 데이터에 대한 품질을 논할 때, 생성하고 변화를 일으키는 프로세스를 논하지 않을 수 없는 이유이다. 또한 프로덕트나 데이터에 대한 품질이 곧 프로세스 수행결과에 대한 품질로 나타난다.

고객의 요구에 맞는 품질 좋은 제품과 서비스를 생산하여 전해주기 위해서는 수행하는 프로세스간의 의존관계(dependency)에 따른 우선순위가 중요하다. 하나의 프로세스를 수행하기 위해서 반드시 선행적으로 수행해야 하는 프로세스가 잘 수행되었는지 점검해야 한다. 즉 프로덕트를 변화시키는 프로세스는 생성하는 프로세스가 수행되어야 하고 그 결과를 근거로 다음 프로세스를 수행할 수 있다. 기업 활동을 수행한 결과인 데이터는 홀로 고립(isolate)되어 존재할 수 없고 반드시 두 개 이상의 데이터와 관계를 맺고 있을 때 데이터로서 인정할 수 있다.

전산화 시대를 거치며, 전산시스템의 애플리케이션 프로그램을 통해 사용자가 입력한 데이터는 파일이나 데이터베이스에 저장되었다. 데이터에 대한 품질 저하 현상은 대체적으로 사용자의 입력 실수나 프로그램 오류에 의해서 발생하는 것으로 이해했다. 이 시대의 관점은 데이터 품질보다 프로그램의 생산성과 품질 향상에 더 집중되었고 컴퓨팅 성능을 중요하게 생각했다. 기업들이 전산화를 마무리하며 기존의 전산시스템이 비즈니스 전략 계획을 수행하는 정보시스템으로의 패러다임 전환이 시작되었다.

기업이 고객 욕구를 만족시키기 위한 비즈니스 목표와 전략을 수립하고 비즈니스 아키텍처를 달성하는 활동과 결과인 데이터를 기반으로 정보전략계획을 수립하고 정보시스템을 갖춤으로써, 데이터의 가치는 한 차원 높아졌다. 기업의 데이터는 정보라는 한 차원 높은 가치로 발돋움하면서, 데이터의 중요성만큼 데이터에 대한 품질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비즈니스 활동 결과인 데이터의 높은 품질은 정보 품질을 이끌고 비즈니스 의사결정을 적시에 정확한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한다.

정보화 시대를 넘어, 지식 사회로 발돋움하는 4차 산업혁명 시대가 도래했다. 이제 기업들은 인간과 같이 비즈니스를 수행하는 체계와 기술 체계가 함께 결합된 스스로의 사고(thinking) 체계를 갖추고 하나의 통합된 일심동체의 모습으로 살아가야 한다. 기업은 비즈니스 사명과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수행하는 활동과 결과인 데이터를 중심으로 자율적 사고 체계를 갖추고 정보를 통해 비즈니스 변화 방향을 예측하고 대응 전략을 결정하고 혁신해 나가야 한다. 혁신의 핵은 데이터이고 데이터 품질은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고 현명한 지식을 창조할 것이다.

이재관 objectjk@gmail.com 필자는 30년전, 중소기업 전산화를 위해 프로그래머로부터 출발하여 광양제철소 생산공정 진행을 위한 데이터베이스의 데이터 정합성을 관리하며 데이터 품질 분야에 첫 발을 내디뎠다. 제임스 마틴 박사의 정보공학방법론에 매료되어 기업과 정부기관의 정보전략기획 및 정보시스템 구축 프로젝트를 위한 컨설팅을 수행하였다. 최근 2년전에 DAMA International의 Korea Chapter를 설립하여 엔터프라이즈 데이터 매니지먼트(eDM) 프레임워크를 연구하며 세계의 데이터 매니지먼트 그룹들과의 연계와 지식을 보급하는 활동을 전개해 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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