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2주 전, 머리 왼쪽 통증이 찾아왔다. 통증은 1주일가량 이어졌다. 하루 이틀 지나면 나아지겠지 싶었다. 내 생각과 다르게 통증은 멈추지 않았다. 걷을 때는 별로 못 느끼는데 앉아서 앉거나 누우면 통증이 시작된다.

무슨 일이 생긴 걸까? 검색창에 통증과 관련한 증상을 넣어 찾아보니 비슷한 증상을 보이는 사람들의 묻고 답하기가 있다. 별 증상이 아니라는 것과 좀 심각한 내용이 겹친다. 병원행을 더 미루면 안 될 것 같다.

‘건강이 최고’라고 말하지만 정작 건강은 우선순위에서 밀린다. 아픈 것은 어지간하면 참고 넘기려고 한다. 시간이 해결해 준다고 믿는다. 인내력의 끝은 때로 더 큰 병으로 열매를 맺는다. 작은 병을 큰 병으로 만든다. 별 것 아닐 거라고 생각을 하고, 시간도 없고 병원 갈 돈도 없고. 병원에 들어가면 이유가 더 많아진다.

똑똑한 인간? 그러나 어리석은 게 인간이다.

최근, 버스 기사와 오토바이 운전자 간 시비 끝에 사고가 났다는 기사가 올라왔다. 자신의 오토바이를 버스 앞에 세워놓고는 자리를 벗어났다. 버스 기사는 그대로 버스를 몰고 달렸다. 버스 기사는 사고의 원인이 급발진이라고 주장하고 있는 상태.
분노를 제대로 소화해내지 못하는 상황이 사고로 이어지고 있다. 왜 화를 내는 걸까, 왜 마음의 ‘분노 조절 장치’가 작동하지 못하는 걸까. 화를 처리하는 방법을 모르고 산다. 가르쳐 주는 곳도 없다.

우리 삶 속에서 배려가 실종되고 있다. 먼저 해야 할 것과 나중 해야 할 것을 제대로 구분하지 못하고 있다. 일의 순서가 없고 뒤섞여 있으니 서로 비난하기 바쁘다.

이런 삶의 결과는 결국 우리 삶의 맷집이 없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든다. 불편한 일들을 ‘단단하게’ 물리칠 힘을 키우지 못했다. 사회적 약자를 향해 던지는 분노를 푸는 일은 부끄러운 일이다.

우리는 또 거절과 부탁을 하는 기술을 제대로 배우지 못했다. 그리고 물러나야 할 때와 앞으로 나가야 할 때를 구분하지 못하고 산다.

굴곡 없는 삶을 사는 사람이 있을까?

누구나 제 등에 짐 하나씩 얹혀 놓고 산다. 평범해 보이고 행복해 보이는 사람에게도 근심 하나씩은 들고 있다. 그 근심을 어떻게 다룰 것인가가 중요하다. 그 근심이 삶을 행복하게 이끌게 할 것인지 아니면 더 큰 근심으로 불어나게 할 것인가? 그건 우리 각자의 삶의 태도에 달려 있다.

근심이 자신을 일으켜 세우는 힘이 될 수도 있고, 뒤로 넘어지게도 할 수도 있다.

선택은 우리 자신의 몫이다.

일본의 그래픽 디자이너 사토 다쿠는 자신의 책, <삶을 읽는 사고>에서 배려에 관한 이야기를 꺼냈다. 전시기획을 비롯해 유명 제품의 패키지 디자인을 해 온 그는 자신이 해야 할 것과 하지 말아야 할 것을 구분한다. 일정을 빠듯하게 잡아 무리하게 일을 하지 않는다. 에너지를 쏟아야 할 때와 그렇지 않을 때를 안다. 그는 이 책에서 디자인에서 빼놓지 말아야 할 것 중 하나로 배려를 꼽는다. 일과 행동에서 자신의 잘못이나 부족함이 없는지 늘 돌아봐야 한다고 충고한다.

우리 삶을 어떻게 디자인할 것인가? 디자인은 디자이너의 것이 아니다. 우리는 우리 삶을 디자인해야 할 책임이 있다. 편리함만을 추구하는 세상에서 인간의 운동 신경은 제 자리를 잃어 가고 있다. 힘을 써야 할 때 쓰지 못하고 쓰지 말아야 할 때 쓴다.

자연은 인간에게 삶의 지혜를 발견할 기회를 제공한다. 사토 다쿠는 우리에게 다가오는 ‘파’도를 어떻게 이용하는가에 따라서 일의 기회를 발견할 수 있다고 말한다.

주변 환경을 살펴봄과 동시에 그러한 파도를 이겨낼 수 있는 삶의 맷집을 가지라고 조언한다. 몸과 마음을 제대로 단련해 놓음으로써 원하는 결과를 좀 더 잘 끌어낼 것이라고 본다. 부실한 육체와 얕은 생각으로 해낼 수 있는 일이라는 게 많지 않다.

“자신의 무력함에 관해서는 다른 사람에게 이론을 통해 배우는 것보다 자연에게 배우는 쪽이 훨씬 납득하기 쉽다. 파도는 인간의 힘으로 막을 수 있는 대상이 아니다. 적당한 파도가 찾아오지 않으면 오직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 자연의 리듬에 맞추면서 즐기는 것, 자신을 우선하는 대신 환경을 먼저 파악하고 신체가 반응할 수 있는 상태를 만들어놓기 위해 평소에 자신을 단련해 두는 것, 이것이 디자인을 대하는 마음가짐이다.”
-219쪽, 사토 다쿠의 <삶을 읽는 사고> 중

(*이 칼럼은 Nextdaily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온라인뉴스팀 (news@nextdaily.co.kr)

관련기사

저작권자 © 넥스트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