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생아 담도폐쇄증으로 카사이 수술을 받고 결국 간이식을 받은 환자가 건강을 되찾고 계획적으로 임신을 준비해 결국 ‘엄마가 되는 꿈’을 이뤄 훈훈한 미담이 되고 있다.

지난 8월 박혜령 씨(35)는 이대목동병원(병원장: 한종인)에서 건강한 여아를 출산했다. 이대목동병원 소아외과, 이식외과, 산부인과, 소아청소년과, 소화기내과 등 의료진의 다학제적 협진과 헌신이 없었다면 힘든 결실이었다.

박씨는 “너무나 사랑스러운 존재여서 영어 ‘러블리(Lovely)’를 줄여서 아이의 태명을 ‘블리’로 지었어요. 이렇게 가슴에 안고 있으니 세상을 다 가진 것 같아요”고 말했다.

35년 전 출생 후 얼마 되지 않아 황달 증상을 보인 박 씨는 지금은 이대목동병원과 통합된 이대동대문병원에서 신생아 담도폐쇄증 진단을 받았다.

간이식 후 출산까지 한 박혜령 씨 가족과 이대목동병원 의료진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왼쪽부터 홍근 교수, 박혜령 씨, 박혜령 씨 남편, 박미혜 교수)
간이식 후 출산까지 한 박혜령 씨 가족과 이대목동병원 의료진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왼쪽부터 홍근 교수, 박혜령 씨, 박혜령 씨 남편, 박미혜 교수)

신생아 담도폐쇄증은 간에서 만들어지는 담즙이 배출될 통로 즉 담관이 폐쇄돼 황달이 발생하는 질환으로 즉각 수술하지 않으면 간 기능 저하로 간이 손상되고 이는 간경화와 간부전으로 이어져 생후 2세 이전에 사망하게 된다. 수술이 잘 된다고 해도 상당수의 환아는 간경변증으로 진행해서 간이식을 받게 된다.

박 씨는 태어난 지 100일도 지나지 않아 소아외과 최금자 교수로부터 간문부와 소장을 직접 연결해 담도를 만들어 주는 카사이(Kasai) 수술을 받았다. 수술은 성공적이었고 박 씨는 잘 회복돼 비교적 건강한 청소년기를 보낼 수 있었다.

대학에 진학하고 직장 생활을 이어가던 박 씨는 급작스럽게 간 기능이 저하돼 다시 이대목동병원을 찾아 민석기 외과 교수와 김태헌 소화기내과 교수의 진료를 받게됐다.

박 씨는 이미 간경변증까지 진행돼 식도 정맥류 출혈 등 합병증이 발생했고, 김태헌 교수의 의뢰로 간이식을 받았다.

기증자는 갓 군대를 제대한 동생이었다. 누나의 건강 악화 소식을 듣고 흔쾌히 기증을 결심했다. 오누이가 나란히 누워 진행된 수술은 10시간에 걸친 대수술로 다행히도 기증자와 수혜자 모두 큰 문제없이 진행되었다.

수술 후 경과는 매우 양호하였고 다른 수혜자들에 비해 회복 속도가 빨랐고 빠르게 건강을 되찾고 있었다.

퇴원 후 3개월 만에 다시 담관이 좁아지는 합병증으로 병원을 찾은 박 씨는 ‘경피 경간 담관 배액술’을 시술 받았지만 담관과 관련된 합병증으로 병원에 입원하는 횟수가 많았다.

결혼 후 다시 황달과 가려움증이 발생했다. 결국 경피경간 담도배액술을 다시 시행했고, 배액관을 이전보다 오랜 기간 가지고 있기로 하였다. 장기간 가지고 있던 배액관으로 담관이 자리를 잘 잡은 것을 확인한 후 병원에선 배액관 제거를 결정했다.

이후에 합병증도 없고 간 기능도 잘 유지되고 있는 상황이었기에, 홍근 교수는 2017년 임신 계획에 대해 조심스레 확인한 후 산부인과 박미혜 교수에게 협진을 했다. 산부인과 박미혜 교수는 산전 진찰 결과 간 기능이 유지가 된다면 임신에 큰 문제가 없는 것으로 판단했다.

간이식 후 임신 및 출산 과정은 산모 뿐만 아니라 태아에게도 위험이 될 수 있는 여러 요소가 있어서 어려운 과정이다.

하지만 부부의 노력과 이대목동병원 의료진의 헌신으로 박 씨는 지난 8월 3일 3.5kg의 건강한 여자 아이를 출산했다. 지난 2014년 정년퇴임한 소아외과 최금자 교수는 출산 소식에 한 걸음에 달려와 먼저 아이의 건강을 확인하고 진심으로 축하해 주었다.

홍근 교수는 “우리나라에서는 그동안 가임기 이식 환자들에게 계획적으로 준비하여 임신과 출산을 한 경우는 매우 드문 일로서 이번 출산의 경험은 이식을 앞두고 있는 여아와 가임기 여성 환자들에게 ‘정상적인 가정’을 이룰 수 있다는 큰 희망을 준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조항준 기자 (jhj@next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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