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알파고 대전 이후로, 키워드 ‘4차 산업혁명’을 두고 여러 전문가들이 다양한 미래 예측과 나름대로의 생존방법을 각자 자기의 전문분야에 맞춰 제안해오고 있다. ‘컴퓨터-인공지능의 기술적 파고가 높으니 이에 가장 빨리 익숙해져야한다’ 부터 ‘암기해서 정해진 틀에 짜 맞추는 걸 포기하고 자기의 틀을 만들어야한다’까지 다양한 해법이 있다.

이는 알파고 이전부터, 즉 진화된 인공지능이 아니더라도, 이미 미래예측가 혹은 HRD(인력관리-교육) 전문가들이 지목한 바와 같다. 필자가 앞서 언급한 바대로 19-20세기는 주어진 바의 질서에 편입하는 것이 중요한 시대였다면, 21세기는 자기만의 질서를 스스로 만들어내는 것이 중요하다. 정보이론에서 엔트로피라는 ‘정보량’으로 설명할 수 있다는 점도 밝혔다.

남들이 다 아는 것에 뒤늦게 뛰어들어 모르는 것을 걱정하지 말고, 왜냐하면 정보로서의 가치가 적으니까-즉 정보량이 작으니까. 남들이 모르는 것, 남들이 알기 어려운 것, 남들이 쉽게 발견하지 못하는 것을 알아내라고 말할 수 있으리라.

‘인공지능 산업개혁’이나 ‘놀라운 기술혁명’이라 부르지 않고 ‘4차 산업혁명’이라 부르는 이유는 변화의 양상이 과거 100년 전 200년 전에 몰아닥쳤던 상황과 유사하기 때문이다. 전방위적으로 산업에 영향을 미치고 있고, 현재보다도 미래에 사람들의 생활양식을 근본적으로 송두리째 바꿀 것이라는 ‘변화의 깊이와 넒이’가 클 것이라 예측 때문이다.

쓰나미 같이 땅이 무너져 내리는 변화양상 앞에서 우리는 여러 가지를 생각하기 어렵다. 이 부분은 이렇게 처리하고, 저 부분은 저렇게 처리하고 등등 이렇게 하면 좋고를 따지는 부분적 접근이 아니다. 보다 거시적인 대처방안이 필요하면서도 ‘창조’, ‘구성’과 같은 추상적인 것보다는 덜 거시적이면서 현실적 대처방안이 필요하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지식의 총량이 기하급수적으로 폭발하고 있는 현재 상황에서 그나마 연명하던 어떤 분야 전문가 노릇을 하려면 공부와 연구를 ‘기하급수적으로 과거의 2배 4배 8배...’를 해야 과거와 비슷한 대접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절체절명의 당면과제를 애써 외면하고 ‘자기만의 길’을 개척하라는 주문은 대부분의 현실에서 음풍농월(陰風弄月)이라는 핀잔을 듣기 십상이다.

즉, 지식총량의 폭발적 증가는 현재 초중고 학생들이 잠을 잘 시간이 없는 근본적인 이유이다. 반면에 ‘창조’, ‘구성’은 주입식 교육을 하되, 사회의 지적총량이 적고 지적인 경쟁이 치열하지 않았던 과거 산업화시대의 학생들이 책 한권이라도 더 읽어 창조성을 기를 가능성이나마 있었던 시대에 더 어울리는 단어였다.

따라서 구체적으로 ‘어떻게 하란 말인가?’를 지목하는 그럴듯한 슬로건이 필요하다. 지난번 칼럼 이후 ‘어떻게 하면 구체적일 수 있을까’를 긴 시간동안 고민했다. 그 실마리는 ‘인지과학’이라는 학제적 학문이 어떻게 굴러갈 수 있는가를 살펴봄으로서 풀어나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신경학자 산티아고 라몬 이 카할이 사람의 뇌 속에는 전기가 흘러다니며 신호를 처리하는 마음의 중심을 밝혀낸 후 ‘정신’, ‘생각’, ‘지능은 더 이상 추상적인 단어가 아니다. 지능에 대한 연구자들 모두는 수 천 년을 이어오는 인간문명의 추상적인 산물-기호, 언어, 미학 등-이 새롭게 무대중심에 등장한 살아있는 뇌와 어떤 연관성을 지니는지에 대한 끊임없는 여러 가설을 제기하였다.

그러나 기호논리학적 접근법은 뇌를 구성하는 신경세포와 어떻게 대응하는지 밝히는데 실패하였다. 반대로 뇌 세포의 연결을 통한 인간 지능의 처리는 구체적인 방법이 어떻게 흘러나가는지에 관한 조작적 통제가 쉽지 않으므로 꽤 오랜 시간 기호-언어와의 접점을 찾는데 실패했다.

1948년에 천재 수학자이자 공학자 클로드 섀넌이 ‘정보(information)’라는 개념을 만들어낸다. 살아있는 뇌에서 퍽퍽 튀는 스파크로 전달되는 신호와 기호-언어와의 접점을 물리적인 양을 지니면서도 물리적인 실체가 없는 애매한 중첩적 개념-정보를 새로 만들어냈다. 조작이 가능한 신호처리로서의 기호-언어를 맞이한 인류는 생각하는 물건인 컴퓨터, 이것들이 연결된 통신체계인 컴퓨터 네트워크, 데이터를 보여주고 공부를 시키면 기계가 스스로 학습을 하는 머신 러닝(머신이 학습하니까)으로 계속적으로 발전하게 되었다.

기계가 계산을 하면서 다른 기계와 데이터를 주고받고 여타 주변에 있는 요소들을 계속 흡수해서 발전을 거듭하는 점은 섀넌 이전에도 만들어내려고 많은 시도가 있었으나, 몇 가지 요소들이 부족해서 본격적으로 점화시키는 데에는 실패했었다.

‘정보’라는 개념은 인간문명이 만들어낸 시대계승의 기호체계와 의미론 보다 상위에 있고, 살아있는 뇌, 즉 변연계 동물의 뇌부터 고등사고를 하는 인간의 뇌까지 포괄하는 연결망으로 이루어진 뇌의 생물적 속성보다 상위추상화된 개념이다.

‘양(量)’이기도 하면서 ‘물리적’이진 않다. 즉 기호체계의 ‘질적 속성’과 신호처리의 ‘양적 속성’에서 출발하였지만, 둘 다에 속하기도 하면서 둘 다 모두에 속하지는 않는다. 인간 의미론의 처리를 위해서 무한 순환하는 뫼비우스의 띠를 섀넌이 가위를 들고 잘라내어 평평하게 이어 붙였다고 보면 된다.

인류역사는 ‘정보’라는 혁신적 개념을 통해 비로소 다음단계의 혁명에 불을 댕길 수 있게 되었다. 더 정확하게는 ‘정보’가 정보기술(IT; Information Technology)이라는 일종의 통신기반 기술이라는 차원을 훨씬 더 넘어서서 인간사 전체에 엄청난 영향력을 행사하는 시대가 오고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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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뉴스팀 (news@next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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