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공각기동대>를 만든 영화감독 오시이 마모루가 쓴 에세이 <철학이라 할 만한 것>에는 영화를 통해서 만난 사람들과 함께 일 하면서 겪은 삶의 태도와 그가 사람들을 대하는 방식 등 인생 이야기가 들어 있다. 그중 사람과의 관계를 맺는 것과 관계를 끝내는 것에 대한 생각이 눈에 띄었다.

일하는 것이 결국 상호 계산에 의한 것이니 영화감독으로서 스태프들이 자기 일을 잘 마칠 수 있도록 이끄는 게 자신의 우선 임무라고 말한다. 같이 일하는 스태프 역시 자신이 해야 할 몫을 눈치 보지 않고 해내면 된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현장에서 이런 방식으로 일을 하는 게 쉽지는 않다. 직장인들은 밤샘 작업이 많다. 야근해도 합당한 보수를 받지 못한다. 그나마 사회적으로 시민들의 근로환경 개선과 복지에 대한 관심이 일어나면서 아직 기대만큼 제대로 맞춰주지 못하고 있지만, 기업도 직원 복리후생에 신경을 쓰는 것은 다행스럽다.

부서원이 야근해야 할 때 간식거리를 사다 준 적이 몇 번 있다. 그렇게 하는 나의 행동이 야근을 시켜야 하는 미안함을 대신하고, 그들에게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길 바랐다. 그렇지만 내 생각과 달리 직원들은 야근보다는 빨리 일을 마치고 집으로 혹은 약속 장소로 가고 싶은 마음이 더 앞섰다. 양경수 작가의 책 제목처럼, ‘보람 따위는 됐고, 야근수당이나 줘라’는 것이 그들의 속마음이 아니었겠는가. 그러니 야근을 위한 야식이 맛있게 먹힐 리 없었을 것이다.

부서장으로 혹은 관리자로서 부서원들이 주어진 일을 능동적으로 풀어가도록 일하는 이유를 제대로 전달해주지 못했다. 감정적으로 대한 측면이 많았다. 야식을 배달해주는, 이렇게 잘해주는 데 왜 능력껏 일을 다 해주지 않는가에 대한 생각이 앞섰으니 말이다. 그런 생각이 오히려 일을 더 진전시키지 못했다. 직원의 생각과 감정에 대해서 조금 더 깊이 들어가지 못했다.

일하는 것은 각자가 자신의 목적을 달성하는 데 필요한 과제일 뿐이다. 사람의 오해가 얽히면 일이 풀리지 않는다. 조금 더 유연한 생각이 필요하다. 나에게만 득이 되는 것이 아니라 상대도 그만큼 득이 되는 일이 되어야 일은 좀 더 속도를 낼 수 있다.

일이 잘되려면 일을 시키는 사람과 일을 해야 하는 사람, 상대가 바라는 목적을 함께 이룰 수 있는 지점을 찾아야 한다.

그때 좀 더 빨리 알았다면 조금은 다른 길로 갔을 것이다. 사람은 가보지 않은 길에 대한 미련을 담고 산다. 만날 때가 있으면 헤어질 때가 있는데 말을 우리가 알고 사는데도 말이다.

"나는 나에게만 좋은 일이 생기길 바라지 않는다. 나와 함께 일을 하는 스태프들도 각자 좋은 결과를 맺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그들은 그들 나름의 계산에 따라 내 일을 도와주면 되는 것이다. 나와 함께 일을 하면 조금이나마 좋은 결과를 맺을 수 있는 현장을 만들고 싶다. 그들은 언제까지나 내 밑에 두고 싶다고도 생각하지 않는다. 일로 맺은 관계는 반드시 끝나는 날이 온다. 존경이나 공감 같은 동지적 결합으로 그들의 발목을 붙잡으려는 생각은 없다."
-179쪽, <오시이 마모루가 바라본 인생과 영화-철학이라 할 만한 것> 중

(*이 칼럼은 Nextdaily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온라인뉴스팀 (news@nextdaily.co.kr)

관련기사

저작권자 © 넥스트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