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만 해도 사진을 취미로 하는 이들의 최종 종착지는 35㎜ 판형을 채택한 풀 프레임 DSLR였다. 대부분 입문용으로는 가격 부담이 적은 '크롭(풀프레임 대비 작은 센서)'이라 부르는 APS-C 규격 카메라로 시작하지만, 결국 더 큰 센서를 사용하는 풀 프레임으로 시선을 옮기게 된다.

최근 디지털카메라 시장을 보면 풀 프레임 수요는 더 커진 듯 하지만 DSLR 선호도는 점점 떨어지고 있다. 이런 흐름엔 풀 프레임 미러리스 카메라 출현이 큰 역할을 했다. 풀 프레임 DSLR 카메라는 크고 무거워 휴대하기 부담스럽지만, 더 작고 가벼운 미러리스는 풀 프레임 장착과 성능 또한 DSLR 못지않게 좋아진 덕분에 시장이 변화하고 있는 것이다. 니콘과 캐논까지 카메라 시장에 관련 제품을 내놓았다는 점이 시장 변화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김태우 넥스트데일리 기자 tk@nextdaily.co.kr

미러리스의 시작

미러리스는 마이크로 포서드 규격이 나오면서부터 등장했다. 마이크로 포서드는 포서드 규격에서 미러박스, 펜타미러/프리즘, 광학식 뷰파인더 등 광학계를 없애고, 플렌지 백을 대폭 줄인 렌즈 교환식 카메라 규격이다. 첫 제품은 2008년 출시된 파나소닉 DMC-G1이다. 마이크로 포서드 규격으로 나온 제품이지만 미러를 없앤 형태이기에 첫 미러리스 디지털카메라인 셈이다.

미러리스 시스템 최대 특징은 미러가 없어 플랜지 백을 20㎜ 내외로 짧게 설계할 수 있는 점이다. 결과적으로 소형화가 가능했다. 대신 광학식 뷰파인더를 제거하고 미러를 통한 AF를 사용할 수 없다. AF 구동이 센서면에서 콘트라스트 방식으로 넘겨버리는데 이로 인해 콘트라스트 AF 및 상면위상차 AF 기술이 발전하게 된다. 기계식 구조를 상당수 제거해 아날로그에서 전자기기에 가까운 형태로 진화하게 된 셈이다. 광학적 한계를 센서 및 이미지 처리 엔진 등 반도체 기술로 극복하고 있다.

풀프레임 미러리스를 선도하는 '소니'

 

소니 알파7 3세대
소니 알파7 3세대

 

소니는 2010년 NEX-5라는 첫 미러리스 카메라를 내놓고 시장에 뛰어들었다. 제품 자체는 상당히 얇고 작은 크기로 새로운 E 마운트가 눈길을 끌었다. 제품에 비해 구경이 상당히 컸기 때문이다. NEX 브랜드는 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얻었고 조금씩 확장해 나갔다. 이 후 2013년 소니는 풀프레임을 적용한 미러리스 카메라를 처음 내놓았다. 바로 '알파7(α7)'이다. 첫 모델에서는 사실 부족한 점이 많았다. 하지만 2세대 제품에서 부족한 점을 보완해 인지도를 높이더니 2018년 출시된 3세대 제품은 DSLR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을 만큼 완성도를 높였다. 제품이 없어 못 파는 현상도 생겼다.

미러리스 시장에서 소니는 견고했지만 사실 카메라 시장 양대 산맥이라고 할 수 있는 캐논과 니콘을 위협할 수준은 아니었다. 하지만 알파7 출시 이후 캐논과 니콘이 결국 소니를 따라가는 형국이 됐다.

입문용 카메라뿐만 아니라 중급기로서 입지를 탄탄하게 쌓았으며, 고화질에 특화된 R 제품과 고감도에 특화된 S 제품도 따로 선보였다. 알파7은 빠른 처리 성능이 뒷받침돼 4K 영상 촬영을 할 수 있어 유튜버가 선호하는 제품으로 자리 잡았다. 편집이 용이한 하이브리드 로그 감마(HLG)나 에스-로그(S-Log) 등 기능까지 제공한다. 알파7보다 상위 기종인 알파9이 나오기도 했지만 환경에 구애받지 않고 항상 균일한 결과물이 요구되는 전문가용으로 쓰이기엔 안정성에서 다소 부족한 면이 있다.

소니 벤치마킹한 '니콘'

 

니콘 Z6
니콘 Z6

 

카메라 시장에서 존재감이 상당했던 니콘이지만 현재는 다소 빛이 바랬다. 그런데도 니콘이 풀 프레임 미러리스 카메라를 선보인다는 소식이 나왔을 땐 소비자 기대감이 꽤 컸다. 그리고 지난 8월 니콘은 Z 시리즈라는 제품을 공개하면서 미러리스에 풀 프레임을 도입했다.

니콘이 내놓은 제품은 기본형 모델인 Z6와 화질에 특화된 Z7 등 두 가지로 구성됐는데, 소니 알파7과 알파7R를 겨냥하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눈에 띄는 건 Z 시리즈에 도입된 Z 마운트 시스템. 그동안 마운트 직경을 키울 수가 없었는데 55㎜로 직경을 키웠다. 이렇게 키운 직경을 활용해 내년에 조리개 수치를 대폭 낮춘 f/0.95 렌즈 '니코르(NIKKOR) Z 58㎜ 녹트(Noct)'를 내놓을 계획이다. 이제 첫 제품을 출시한 탓에 렌즈 라인업은 상당히 부족한 상황이다. 물론 이를 위해 니콘은 기존 DSLR 카메라에서 쓰던 렌즈를 쓸 수 있도록 전용 어댑터(FTZ)를 별도 판매한다.

다만 니콘은 이미지 신호 처리 엔진을 직접 만들지 않고 있다는 점이 불안 요소다. 미러리스 카메라는 구도 확인과 초점 검출을 위한 별도 광학적 구조보다는 디스플레이 장치와 라이브 뷰 촬영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이 때문에 빠른 처리 속도가 생명이다. 니콘 이미지 처리 엔진인 EXPEED는 직접 개발한 것이 아니다. 참고로 소니는 BIONZ를, 캐논은 DIGIC을 직접 생산하고 있다.

간보는 '캐논'

 

캐논 EOS R
캐논 EOS R

 

캐논은 세 제조사 중 가장 마지막으로 풀프레임 미러리스 카메라를 내놓았다. 이름은 EOS R며, 단일 라인업이다. 가격대는 소니 알파7을 겨냥하고 있지만 화소는 알파7과 알파7R 중간에 위치한다. 직접 경쟁보다는 빈틈을 노렸다고 볼 수 있다.

렌즈 부족은 니콘처럼 호환 어댑터를 통한 DSLR 렌즈 지원으로 풀고 있다. 기존 EF, EF-S 렌즈를 사용할 수 있는데, 광량을 조절하는 ND 필터, 빛의 입사 각도를 조절하는 PL(편광) 필터 등을 삽입한 드롭인 마운트를 별도로 내놓는다. 어댑터를 통해 필터를 사용할 수 있다는 말이다. 기존 미러리스 카메라에서 볼 수 없는 흥미로운 시도다.

희한한 부분은 4K 촬영 시 1.7배 크롭이 적용된다는 점이다. 이미지 센서 전체를 왜 쓰지 않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게다가 바디에 손떨림 방지 기능조차 없다. 풀 프레임 미러리스에서 영상 촬영은 메인 기능이라고 할 만큼 많이 쓰이는 부분인데 약점이 될 수밖에 없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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