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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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김미숙이 이 가을과 가장 어울리는 나무를 찾아간다.

9월 23일 방송되는 KBS 1TV '힐링다큐 나무야 나무야'에서는 호두나무의 시배지 천안의 광덕산에 위치한 호두나무 숲을 찾았다. 서울 여의도의 약 4분의 1 면적에 1만여 그루의 호두나무가 자라고 있어, 단일수종으로는 국내 최대 호두나무 숲이다.

이 숲의 나무들을 돌보고 가꾸는 손길은 한 명이 아니다. 숲이 펼쳐져 있는 광덕면 지장리 마을 주민들이 호두나무 숲 공동 숲지기다. 숲이 만들어지기 전, 돈 구경할 일이 거의 없었던 이곳 마을에서, 호두나무는 처음으로 ‘돈을 만져보게 한’ 고마운 나무다. 광대한 호두나무 숲을 주민들에게 구역 책임제로 가꾸게 하고, 거기서 나는 호두는 수확하는 만큼 다 가져가 수익으로 갖게 하는 방식으로 숲 인근 주민들과 상생하는 법을 실천해 온 숲. 그 뒤엔 1대 숲지기의 철학과 정신이 있다.

나무를 사랑했던 한 기업인. 고 최종현 SK 선대회장이 이 숲의 1대 숲지기다. 1970년대 초, 벌거숭이 광덕산에 30cm 짜리 호두나무 묘목을 심었고, 그가 심은 나무들은 우량목으로 자라 매년 가을 풍성한 열매를 쏟아내고 있다. 호두는 자식 기르고 공부시키는 돈이 되어줬다. 주민들은 지금도 말한다. “호두나무 덕에 자식들 다 공부시키고 키웠지. 나무 없었으면 어떻게 살았을까 몰라요”

나무를 가꾸고 실한 열매를 맺기까지 돌보는 일은 전쟁 같지만, 하루도 같은 풍경이 없게 변하는 숲 속에서 나무를 가꾸며 숲과 함께 깊어져가는 날들이 도심 빌딩 숲에서의 날들보다 행복하다는 SK임업 숲지기들도 만나본다.

호두열매가 익어가는 9월. 그 중에서도 호두는 ‘백로’에 수확한다. 24절기 중 열다섯 번째 절기로, 밤이면 서늘해져 풀에 찬 이슬이 맺히는 백로가 되면 호두열매가 가장 실하게 속이 차 수확하기 최적의 상태가 된다 해서, 예부터 선조들은 백로에 호두를 거뒀다. 올해도 호두나무 숲이 시끌벅적하다. 마을 주민 박상준 씨 부부를 비롯한 숲지기들이 장대를 들고 호두 수확 일꾼으로 모였다. 배우 김미숙도 장대의 원심력에 의해 열매 옆 가지 끝을 흔들어 호두를 터는 고난도의 수확에 도전했다. 나무 하나 터는 일이 입도 못 뗄 만큼 녹초가 되는 엄청난 노동임을 경험하며 배우 김미숙은 호두 한 알의 고마움을 새삼 느끼게 됐다고 말했다.

또한 호두나무 목재로 만든 호두까기 인형을 색칠해 보고, 고소한 호두를 듬뿍 넣어 호두과자를 구우며 행복한 가을날 숲에서의 하루를 보냈다.

예부터 유용하게 쓰여 버릴 게 없는 나무라 전해져 온 호두나무. 그 넉넉한 호두나무 숲에서, 모든 것을 내어주고 스스로 행복한, 호두나무가 들려주는 이야기에 귀 기울이며 나무로부터의 힐링과 위안을 시청자들에게 전한다. 23일 오후 9시30분 방송.

이은수 기자 (eslee@next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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