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로버트 파우저의 공감만감(共感萬感)] 한국 도시 재생, 클리브랜드 벤치마크가 필요

발행일시 : 2018-08-28 09:00
[로버트 파우저의 공감만감(共感萬感)] 한국 도시 재생, 클리브랜드 벤치마크가 필요

지난 주에 오하이오 주에 있는 클리브랜드 시에 다녀왔다. 유명한 관광지는 아니지만 올해부터 프런트 인터내셔널(FRONT International)이라는 국제 미술 전시회가 열려 관람차 가게 됐다.  특이하게도 시내 여러 곳에 작품들이 전시돼 있어 관람하면서 도시도 답사하게 됐다. 이처럼 한 도시 여러 곳에 전시하는 것은 독일 카셀 시에서 5년마다 열리는 도큐멘타(documenta) 전시회나 매년 교토에서 열리는 쿄토그래피(Kyotographie) 사진 전시회 등이 있다. 미국에서는 이번이 처음이었다.

작품을 보러 다니면서 클리브랜드와  2018년 여름 미국의 현실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하게 되었다. 그 중에 가장 즐겁고 인상 깊었던 것은 주민들의 대화였다.

프런트 인터내셔널 조각 작품 <프런트 인터내셔널 조각 작품>
프런트 인터내셔널 전시장 지도 <프런트 인터내셔널 전시장 지도>

클리브랜드는 어떤 도시일까? 19세기 초에 설립되어 19세기 말부터 빠른 공업화로 인해서 급부상한 도시이다. 존 D. 록펠러는 클리브랜드에서 사업을 시작해 크게 성공했다. 클리브랜드는 한때 미국의 5번째 큰 도시로 부상했지만 20세기 후반에 다른 공업 도시와 마찬가지로 쇠퇴했다. 21세기 초부터 도시 재생 사업을 적극적으로 도입해 다소 회복하고 있다. 프런트 인터내셔널 전시회는 도시 재생 사업 중 하나다.

주민들과 대화하다 보면 대부분 클리브랜드에 대한 자부심이 컸다. 미국에서 전국적으로 알려진 병원, 관현악단 그리고 미술관과 같은 기관이 많이 있다. 프로 스포츠가 활발해지면서 다양한 공연들이 행해지고 있다. 녹지가 많고 주변에 즐길 수 있는 아름다운 자연 경관도 많다. 주민들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문화적 장소와 풍부한 문화생활에 대해 자랑한다. 거기에 도시가 크지도 않으면서 물가도 비싸지 않아 살기에 편하고 좋다고 한다.

클리브랜드 시내 시장 <클리브랜드 시내 시장>

한국을 생각하면서 필자는 클리브랜드의 도시 재생에 관심을 갖게 됐다. 미국의 공업화는 18세기 말 동북부 뉴잉글랜드 지역에서 시작해 점차 중부로 확산됐다. 20세기에 남부로 확산되면서 미국은 도시 중심 공업 국가가 되었다.

한국의 도시화와 공업화는 미국보다 횔씬 빠른 속도로 이뤄졌다. 클리브랜드가 19세기 말에 급부상했지만 한국의 지방 도시는 더 빠른 속도로 커졌다. 그러나 한국 지방 도시는 클리브랜드와 같이 세계적으로 명성을 얻는 기관을 만들지는 못했다.

경제 구조의 변화에 따라 한 도시가 쇠퇴하기 시작하면 인구도 감소하기 시작한다. 인구 감소에 따라 지역 상권이 어려워지고 도시가 전체적으로 활기를 잃는다. 이러한 악순환에 빠지면 재생이 쉽지 않다. 재생하려면 새로운 경제 기반이 필요하고 앞으로 도시를 지킬 사람도 필요하다.

클리브랜드 시내 상가 <클리브랜드 시내 상가>

클리브랜드를 보면 이러한 도시 재생의 원리를 알 수 있다. 20세기 후반에 철강과 같은 중공업 기반이 약해지면서 클리브랜드가 쇠퇴하기 시작했고 20세기 말 IT와 같은 새로운 산업이 클리브랜드가 아닌  실리콘밸리와 같은 날씨 좋은 지역에서 부상했다. 클리브랜드가 IT 산업을 유치하기 위해 노력해도 실리콘밸리와 경쟁하기 어려운 것은 사실이다.

그렇다면 클리브랜드가 할 수 있는 것은 세계적으로 명성을 얻는 기관을 재생의 씨앗으로 활용할 수밖에 없다. 미술관과 관현악단그리고 1995년에 완공된 로큰롤 명예의 전당은 관광 상업의 씨앗이 될 수 있다. 멀리서 오는 사람들이 숙박하는 경우도 있지만 하루 여행 거리에서 사람들이 많이 오면 클리브랜드에서 소비가 일어나 경제 활성에 도움이 된다. 프런트 인터네이셔널과 같은 행사도 도움이 된다.

그런데 유명한 기관과 문화적 자산은 씨앗일뿐이다. 씨앗을 키우려면 사람이 필요하다. 인구가 반드시 증가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계속 감소하면 도시가 폐허가 된다. 클리브랜드는 미국 도시 가운데 인구 감소가 심각한 도시 중 하나이다. 1950년에 인구가 915,000 명으로 최고점이었으나 2010년 최근 인구 조사에는 397,000 명이었다. 인구감소세가 매우 심각한 상황이다. 많은 인구가 교외로 빠져 나갔지만 인구 감소가 더 심화되면서 클리블랜과 인접 지역은 1980년대부터 감소하기 시작했다.

이 상황에서 클리브랜드는 인구 감소가 없어야 했고 도시의 활기를 되찾으려면 인구가 증가돼야 했다. 동네마다 빈 집이나 폐허가 많으면 주거 환경에 나쁜 영향을 줄 수 있다. 그리고  인구 밀도가 어느 정도 있어야 지역 상업도 활발해진다.

2010년대에 들어오면서 클리브랜드 인구 감소가 거의 멈추었다. 시내 곳곳에 새로운 아파트도 생기고 있고 오래된 동네에 주택을 수리하는 사람도 늘어나고 있다. 지역 내에서 이사 온 사람은 대부분이지만 다른 지역에서 오는 사람도 늘어나고 있다. 이사 오는 중요한 이유 중에 하나가 집 값이 싸기 때문이다. 클리브랜드는 뉴욕이나 샌프란시스코에 비해서 집 값이 싸다. 해변 도시는 집값이 인금 인상보다 높아지면서 점차 살기 어려워졌다. 그래서 클리브랜드와 같은 중부 도시로 인구 이동이 늘고 있다.

클리브랜드의 재생은 아직 갈 길이 멀지만 세계적으로 유명한 장소들과 저렴한 주택 때문에 사람이 조금씩 클리브랜드로 모여들고 있다. 뉴욕과 샌프란시스코와 같은 재미와 활기는 적지만 집 가격은 훨씬 매력적이다.

클리브랜드 시내 <클리브랜드 시내>

최근에 한국에서 유행하는 도시 재생 사업이 클리브랜드에서 벤치마킹을 한다면 명성이 있는 기관과 값싼 주택을 활성화시키는 것이다. 병원, 대학, 각종 문화 기관이 명성을 얻고 주택이 싸면 인구 감소와 상업 공동화 속에 재생의 씨앗이 될 수 있다. 사람이 모일 수 있는 인센티브가 있어야만이 도시 재생이 될 수 있다. 한국 도시는 1950년을 조금 지난 클리브랜드와 비슷한 상황이지만 쇠퇴의 속도가 가속화하기 전에 미래의 경제와 인구 구조에 맞는 도시 재생 정책을 도입했으면 좋겠다.

로버트 파우저 robertjfouser@gmail.com 전 서울대 국어교육과 교수. 미시간대에서 일어일문학 학사 및 응용언어학 석사, 아일랜드 트리니티 칼리지 더블린에서 응용언어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고려대와 일본 교토대에서 영어와 영어교육을 가르쳤고, 일본 가고시마대에서 교양 한국어 과정을 개설해 가르쳤다. 한국 사회를 고찰하면서 한국어로 2016년에  ‘미래 시민의 조건’, ‘서촌 홀릭’을 출간했고 2018년 ‘외국어 전파담’을 출간했다. 취미는 한옥과 오래된 동네 답사, 사진촬영으로 2012년 종로구 체부동에 ‘어락당(語樂堂, 말을 즐기는 집)’이라는 한옥을 짓기도 했으며, 2016년 교토에서 열린 ‘KG+’ 국제 사진전시회에 사진을 출품했다. 현재 미국에서 독립 학자로서 활동을 하고 있으며 참여형 새로운 외국어 교육법을 개발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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