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진행된 구글 알파고와 이세돌 9단 대국은 인류가 인지하지 못했던 인공지능(AI) 가능성을 시사하는 사건이었다. 이후 매스컴은 꾸준히 AI가 만들어갈 미래사회를 전문가 시각을 빌려 조망했고, 기업 또한 AI와 접목한 제품을 개발했다. AI는 수집된 데이터를 기반으로 스스로 판단해 사용자 명령을 수행한다. 기업은 더욱 완벽한 명령이행 알고리즘을 구현하기 위해 특화된 데이터가 필요했고, 각자가 보유한 기술의 틀에서 벗어나 다양한 분야의 기업과 협력하지 않을 수 없었다. 때로는 과감한 인수합병까지 진행하며 AI를 개발하거나 오픈소스를 제공하는 노력도 꾸준하다. 최근 AI는 범용화 단계를 넘어 사용자 행동 패턴과 성향을 수집해 학습하고 명령을 자동 수행할 수 있는 딥러닝 접목 단계로 진입하고 있다.

김광회 넥스트데일리 기자 elian118@nextdaily.co.kr

◇'범용 AI 플랫폼' 등장과 국내 AI 스피커 열전

딥러닝 기반 AI는 주어진 데이터를 활용해 스스로 일을 처리하는 특징이 있다. 때문에 사용자가 AI를 빈번히 사용할수록 시행착오를 겪으며 정교해질 수밖에 없다. 학습에 필요한 데이터를 효율적으로 모아 실생활에 적용해야 했는데, 이를 위해 AI를 다양한 분야와 접목해 범용화하고 사용자 데이터를 수집할 필요가 있었다.

아마존의 AI 알렉사가 탑재된 AI 스피커 에코 [사진=아마존]
아마존의 AI 알렉사가 탑재된 AI 스피커 에코 [사진=아마존]

'AI 스피커'도 이런 배경에서 등장한 제품이다. 세계 온라인쇼핑몰 아마존은 2015년 AI '알렉사'(Alexa)를 탑재한 세계 첫 AI 스피커를 선보였다. 음악 감상 외에도 인터넷 정보검색과 쇼핑 및 홈 사물인터넷(IoT) 연동 등 다양한 기능을 제공한 이 제품은 AI 스피커 기준을 정했을 뿐만 아니라, 수집된 데이터를 활용해 사용자에게 적합한 상품도 추천하고 있다.

SK텔레콤의 AI 스피커 누구 캔들 [사진=SK텔레콤 누구 공식 사이트]
SK텔레콤의 AI 스피커 누구 캔들 [사진=SK텔레콤 누구 공식 사이트]

범용 AI 플랫폼의 시장성과 가능성을 알아본 구글 역시 '구글홈'을 선보이며 시장에 뛰어들었다. SK텔레콤과 KT, 네이버, 다음카카오 등 국내 IT기업 역시 누구, 기가지니, 네이버프렌즈, 카카오미니 등의 AI 스피커를 잇따라 출시했다. 최근 구글홈의 국내 진출이 확실시되면서 경쟁 또한 심화될 전망이다.

구글의 AI 스피커 구글홈 [사진=구글 공식 유튜브채널]
구글의 AI 스피커 구글홈 [사진=구글 공식 유튜브채널]

B2C 분야 AI 개발 기업은 효용도와 활용 범위를 넓히기 위해 개발자에게 소스를 공개하거나 다양한 분야의 기업과 파트너십을 맺으며 플랫폼 생태계를 늘려가는 중이다. 이제 AI는 범용 플랫폼을 넘어 특정 사용자에게 맞춰져 원하는 서비스를 곧바로 제공할 수 있는 '개인화 AI'(가칭)로 개발되고 있다. AI가 하나의 제품에만 탑재되지 않고, 사용자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여러 제품에 동시 이식됨으로써, 종합적인 데이터를 얻는 것이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범용 플랫폼에서 '개인화 AI'를 실현하고 있는 국내 연구개발

개인화 AI 개발에는 웨어러블 기기나 스마트폰과 같은 모바일 기기의 역할이 컸다. 이들만큼 다량의 개인정보를 손쉽게 수집할 수 있는 수단도 드물기 때문이다.

사용자의 맥박수도 측정하는 웨어러블 기기 핏빗(FitBit) [사진=핏빗 공식 인스타그램]
사용자의 맥박수도 측정하는 웨어러블 기기 핏빗(FitBit) [사진=핏빗 공식 인스타그램]

국내 개인화 AI는 오래전부터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연구개발(R&D)을 주도하고 있으며, 다양한 파트너십을 통해 범위 또한 확장하고 있다. 이미 삼성전자 '빅스비'(Bixby)와 LG전자 '씽큐'(ThinQ)는 출시 제품에도 탑재돼 IoT와 연계한 스마트홈 미래상을 구현해 가고 있다. 삼성전자 빅스비는 애플의 '시리'처럼 갤럭시 시리즈 스마트폰에 탑재돼 등장한 음성비서다. 다만, 빅스비는 기존 음성비서보다 개인화된 AI의 미래상을 보여줬다.

갤럭시 시리즈에 탑재됐던 초기 빅스비가 제공했던 리마인더 기능은 개인화 AI의 일종으로 볼 수 있다 [사진=삼성전자 뉴스룸]
갤럭시 시리즈에 탑재됐던 초기 빅스비가 제공했던 리마인더 기능은 개인화 AI의 일종으로 볼 수 있다 [사진=삼성전자 뉴스룸]

초기 빅스비는 딥러닝 기반 음성인식을 통해 일정 관리와 메모 기능을 제공하거나 비전인식으로 사물을 구분하고 관련 쇼핑 정보나 이미지 등의 정보를 제공할 수 있었다. 사용자의 행동 패턴을 학습해 정해진 시간에 필요한 맞춤형 콘텐츠를 찾아 제공하거나 알림도 제공했다. 이러한 빅스비는 전체 사용자로부터 공통된 데이터를 습득해 학습하면서 정교해졌고, 개별 사용자 데이터를 학습해 개인화 AI로도 기능했다.

[사진=삼성전자 뉴스룸]
[사진=삼성전자 뉴스룸]

올해 발표된 '빅스비 2.0'은 스마트폰, TV, 냉장고, 에어컨 등에 이식돼 어디서든 사용할 수 있는 IoT 기반 AI 플랫폼으로 개발돼 능력의 범위를 확장하고 있다. 특히 4인 가구처럼 사용자가 여럿인 경우에도 각 구성원 목소리를 인식해 맞춤 대응할 수 있어 더 향상된 자연어 인식능력까지 실감할 수 있다.

지난해 10월, 삼성전자 임원이자 비브(Viv Labs) 창업자인 다그 키틀로스(Dag Kittlaus)가 SDC 2017에서 “빅스비 SDK를 우선 일부 개발자들에게 베타 프로그램으로 제공하고, 앞으로 베타 참가자를 점차 확대해 궁극적으로 빅스비 SDK를 모든 개발자들에게 제공할 계획”이라고 발표하던 모습 [사진=삼성전자 뉴스룸]
지난해 10월, 삼성전자 임원이자 비브(Viv Labs) 창업자인 다그 키틀로스(Dag Kittlaus)가 SDC 2017에서 “빅스비 SDK를 우선 일부 개발자들에게 베타 프로그램으로 제공하고, 앞으로 베타 참가자를 점차 확대해 궁극적으로 빅스비 SDK를 모든 개발자들에게 제공할 계획”이라고 발표하던 모습 [사진=삼성전자 뉴스룸]

삼성전자 관계자는 “빅스비 협력의 경우, 수백개 파트너사에 소프트웨어 개발 키트(SDK)를 공개하고 서비스 출시를 준비 중이며, 연내 SDK를 완전히 공개할 계획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LG전자 또한 '씽큐' 브랜드를 통해 자신들이 개발한 AI 플랫폼 딥씽큐(DeepThinQ)와 더불어, 다수의 AI 선도기업과 협력해 상호 호환할 수 있는 생태계를 넓히고 있다. 올해 출시된 모든 LG전자 제품에는 △구글 어시스턴트 △아마존 알렉사 △네이버 클로바 등 다른 기업의 AI 기술 또한 탑재돼 서로 연결되고 있다.

LG전자 씽큐 브랜드 광고영상 스틸컷 [사진=소셜 LG전자 ]
LG전자 씽큐 브랜드 광고영상 스틸컷 [사진=소셜 LG전자 ]

LG전자는 이를 △오픈 플랫폼 △오픈 파트너십 △오픈 커넥티비티 세 축으로 정리할 수 있는 '개방형(Openness)'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LG전자는 개방형 전략으로 범용 AI 가전·서비스 인프라 구축을 목표로 하고 있다.

다양한 AI를 통해 개방형 전략을 취하고 있는 LG전자 씽큐의 미래상 [사진=소셜 LG전자]
다양한 AI를 통해 개방형 전략을 취하고 있는 LG전자 씽큐의 미래상 [사진=소셜 LG전자]

씽큐는 여러 AI 플랫폼과 공존하지만 LG전자는 이와 별개로 지난해 6월 'AI 연구소'를 신설하고 부서 간 노하우 공유를 위한 'LG 소프트웨어 개발자의 날'(SEED)을 개최하는 등 고유 AI '딥씽큐' 개발에도 주력하고 있다. 이미 올해 5월 출시된 'LG G7 씽큐'의 'Q보이스'만 보더라도 LG전자 가전제품 개발 노하우와 IoT 앳홈을 서비스했던 LG유플러스의 노하우까지 적극 활용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LG전자의 인공지능 로봇청소기 LG 코드제로 R9 씽큐는 고성능 센서와 독자 인공지능 플랫폼 딥씽큐를 탑재했다 [사진=소셜 LG전자]
LG전자의 인공지능 로봇청소기 LG 코드제로 R9 씽큐는 고성능 센서와 독자 인공지능 플랫폼 딥씽큐를 탑재했다 [사진=소셜 LG전자]

특히 생활가전에 이식된 씽큐는 이미 익숙한 △음성인식 △비전인식과 더불어 △공간학습 △상황학습 △사용패턴학습 등 딥러닝을 가미해 개인화 AI의 한 유형을 제시하고 있다. LG 생활가전이 AI를 통해 학습한 사용자 데이터는 향후 여러 협력사의 AI 개발에도 시너지를 낼 전망이다.

◇개인화 AI 발달과 함께 불거지는 개인정보보호 이슈

개인화 AI 발달은 우리의 일상을 보다 편리하게 할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개인정보 또한 위협받고 있다. 개인화 AI 개발에는 사용자의 개인 데이터가 필요하며, 민감한 개인정보 또한 다수 포함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여기에 AI의 맹점이 있다. AI는 문제가 있는 사용자의 명령이 잘못됐는지 스스로 판단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런 우려는 지난 5월 아마존 알렉사가 탑재된 AI 스피커 '에코'가 사용자 간 사적인 대화를 녹음해 외부에 전송하는 사고로 입증됐다. 아마존 관계자는 “알렉사가 대화 일부를 듣고 실수로 음성 파일을 보낸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AI가 습득한 정보가 손쉽게 유출될 수 있다는 사실은 분명해졌다.

주목받고 있는 블록체인 기술로 개인정보 이슈를 해결해보자는 움직임도 있다. 블록체인 컨설팅 그룹 케이체인 신민호 CTO는 “AI를 통해 습득한 데이터 또한 안전하게 저장하고 소유권을 보호하거나 전달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봤다. 반론도 있다. 김승주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인터뷰에서 “블록체인과 AI는 기술적으로 전혀 관련이 없다”면서 “블록체인은 AI에 입력되는 데이터에 대한 개인정보보호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견해를 밝혔다.

개인정보보호는 기술만으로는 한계가 있어 법적 규제를 통해 최소한의 안전장치를 마련하는 방법이 유일하다. 그러나 과도한 규제는 오히려 기술혁신을 가로막을 수 있기에 기술혁신과 이용자 보호 간 적절한 균형점을 찾아야 한다는 분석이다. 업계도 이러한 균형점을 찾으려 노력 중이다. 네이버의 경우, 지난해 12월 '네이버 개인정보보호위원회'에서 “정부가 균형을 가지고 불합리하고 불공정한 규제는 철폐하고 실질적인 이용자 보호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노력하되, 기업도 시민들의 신뢰를 쌓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 해서는 안 된다”고 조언한 바 있다.

저작권자 © 넥스트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