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조이스박(박주영) / 출판사 (주)스마트북스

‘빨간 모자’, ‘잠자는 숲속의 미녀’, ‘인어공주’, ‘미녀와 야수’ 등의 동화들은 아름답고 순수한 시절의 기억으로 남아있다. 그러나 이 책에서는 우리에게 잘 알려진 동화를 소재로 삼아 여성이 처한 사회의 어두운 현실과 그림자를 파헤치고, 왜곡된 상황을 날카롭게 꼬집고 있다.

‘페미니즘’이란 단어를 단 한 번도 사용하지 않지만 그 어떤 책보다 페미니즘을 가장 정확하게 정의하고 잘 이해시키고 있다. 세상의 구석에서 ‘유색인종, 여성, 비정규직 노동자, 피부양자가 딸린 비혼자’라는 지표들을 달고 생존한 것이 성공이라 당당하게 말하는 저자 조이스박은 세상을 향해 당찬 페미니즘적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저자는 우리 사회에서 여자로 살아가는 것은 금기가 많고 여자 자신도 원하는 바를 아는 것도 쉽지 않으며, 원하는 것을 당당하게 표현하는 것도 어렵다고 한다. 하지만 금기란 꼭 해야 직성이 풀리고, 결국 하지 못하게 되면 뒤틀어져 꼬여버리 게 마련이다.

저자는 궁금한 삶의 영역에 호기심으로 발을 들일 때마다, 금기를 깰 때마다 깊은 숲속 할머니 집에 가는 빨간 모자의 이름을 불렀다. 잃어버린 나를 되찾기 위해서. 그렇게 숲에서 길을 잃고 늑대에게 잡아먹히는 등 자신 앞에 놓인 몫의 고난과 시련을 충분히 겪었기에, 사냥꾼도 진짜 자신과도 만날 수 있었다.

꽃 같은 말만 강요하는 세상에 던지는 뱀 같은 말로, 외칠 수 없는 현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구보다 성실하게, 자신만의 목소리로 굳건히 삶을 살아가고 있는 세상의 모든 그녀들에게 빨간 모자는 말한다. 조금은 까칠하지만 누구보다 진실된 위로를 건네고 있다. 상처 입은 마음을 정직하게 살피는 시간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이향선기자 hslee@next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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