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좋아하는 사람이나 선물을 드려야 하는 상사에게 특별한 포장을 한다. 선물의 내용물도 중요하지만 그 내용물을 담는 상자, 상자를 감싸는 포장재 그리고 그 위에서 뭔가 매력을 발산하는 장식물까지 세심하게 선택한다. 그리고 드라마틱 타이밍에 해당 선물이 전해지길 바란다. 그렇게 포장된 선물을 받는 당사자는 우선 멋진 포장재에 감사를 표현한다. 주는 사람도 받는 사람도 포장된 겉모습에 만족한다.

설사 내용물이 변변치 않아도 기발하고 멋진 포장은 내용물도 빛나게 한다. 기업의 세계에서는 자신의 영업실적을 멋지게 포장하는 기술로 종종 분식회계를 사용한다. 물론 이것은 불법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은행에서 대출을 받기 위해 또는 투자자들을 끌어 오기 위해, 대형 프로젝트에 참여하기 위해 잘나가는 회사처럼 보이려고 분식을 한다. 실상의 영업이익은 마이너스에 누적되는 적자로 자본까지 먹히고 있는 상황인데도 분식으로 한껏 멋을 부린 회사의 상태는 넘치는 활력으로 반짝반짝하게 빛나 매력적으로 보인다.

최근 이슈가 된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경우를 보면 2015년 말의 회계처리가 문제가 되었다. 2015년 당시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자회사인 삼성바이오에피스를 관계사로 바꾸면서 1년 전 즉, 2014년 말 996억원 적자가 1년 만에 1조 9,049억원의 흑자로 바뀐 것이다. 2011년 설립된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설립 당시부터 지속적으로 적자를 보여 왔고 2014년까지 손실 총액이 3,000억이 넘어서 상장은커녕 문을 닫을 상황이었다. 그런데 증권거래소가 적자기업도 상장을 할 수 있도록 2015년에 규정을 바꿨고 이에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상장을 시도한 것이다. 지금까지 적자기업이 상장한 사례는 삼성바이오로직스 밖에 없었고 일이천도 아닌 수백억의 적자를 내는 상황에서 상장을 하다 보니 주식을 판매가 관건이었던 것이다. 이에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자회사였던 삼성바이오에피스를 관계사로 바꾸고 기업가치의 재평가를 시도한 것이다.

국제회계기준(IFRS)에 따르면 자회사로서 기업의 가치는 장부가로 지분가치를 평가하게 되지만 관계사는 시가로 평가한다. 이러한 회계기준의 허점을 이용하여 실질상의 벌어들인 돈은 차이가 없는 회사가 하루아침에 새로운 가치평가기준의 전환으로 엄청난 흑자회사로 재탄생을 하게 된 것이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복제약 시판 승인과 삼성바이오에피스의 합작기업인 미국의 바이오젠 파워 때문이란 것이다. 미국의 바이오젠이 콜옵션으로 지분을 키워 공동경영에 참여할 가능성을 보고 시가를 높이 평가 받은 것이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삼성바이오로직스 85% 미국 바이오젠 15%의 합작으로 태어났고 바이오젠이 삼성바이오에피스 지분을 최대 49%까지 살 수 있는 콜 옵션으로 계약을 했다며 실질적으로 콜 옵션이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삼성바이오에피스를 관계사로 전환한 것이다.

그런데 신약도 아니고 복제약 시판을 계기로 회사가치를 재평가하여 회계장부에 반영한 사례가 없다. 또한 실제로 미국의 바이오젠사가 콜옵션은커녕 아무런 행사를 하지 않았기에 분식회계의 의혹을 받고 있는 것이다. 또한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주장하는 것처럼 만일 미국의 바이오젠이 최대 옵션을 행사해도 삼성바이오로직스는 51%의 지분으로 지배력을 상실하지 않는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2015년도 회계는 국내 유명회계법인 안진과 삼정회계법인에서 적정 판단을 받은 상황이다. 당시 아무런 문제를 찾아내지 못했는데 왜 지금 문제가 되는지 모르겠다는 것이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입장이다. 금융당국에서는 감리위원회를 통해 위법여부를 가리겠다는 판단이고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회계가 분식으로 결정이 되면 엄청난 액수의 과징금은 물론 상장폐지까지 진행될 수 있다.

분식에는 이처럼 외모를 부풀리는 과대계상과 이와는 반대로 실적이 없어보이게 외모를 줄이는 과소계상 분식이 있다. 기업의 성과물을 보려고 하는 사람들은 주로 주주, 채권자, 정부, 불특정 투자자 등을 꼽을 수 있다. 기업은 비용이나 판매금을 적게 기재해 재무제표를 보는 사람들이 적정한 밸런스를 느끼게 하여 세금을 줄이거나 예년과 다름없는 기업경영의 사실을 증명하려고 한다. 채권자의 경우 내가 투자한 자금을 안정적으로 회수할 수 있는지를 파악하기 위해 회사의 재무제표를 본다. 그럴 경우 만일 회사의 영업실적이 안 좋고 계속 손해를 보고 있다면 채권자는 당장 대출금을 회수하려고 할 것이다. 투자자라면 해당 주식을 매각하여 위험으로부터 회피하려고 할 것이다. 반대로 과대계상의 재무제표를 보고 있다면 채권자는 안심하고 대출금을 유지할 것이고 투자자라면 투자를 유지하거나 투자금을 올리는 것을 고려해 볼 것이다. 이러한 결과 때문에 기업은 분식회계를 통해 원하는 목적을 이루고자 분식회계를 감행하게 된다.

지난 6월 1일 금융위원회 감리위원회에서는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분식회계를 했다는 결론을 내렸다. 8명의 감리위원들의 장고 끝에 내린 결정이고 이제 증권선물위원회로 넘겨졌다. 미국의 바이오젠의 콜옵션 행사 기한이 2018년 6월까지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삼성바이오에피스의 가치가 계속 오르고 있으니 미국의 바이오젠이 콜옵션을 행사할 것이라는 생각이다.

분식(粉飾)이란 사전적 의미를 보면 내용이 없이 거죽만을 발라 꾸미는 것, 실제보다 좋게 보이도록 거짓으로 꾸미는 것으로 단어 자체가 왜곡을 나타내고 있다. 의도적으로 매출을 부각하고 누락하여 재무제표의 수치를 왜곡하는 것이다. 거짓에 기반을 둔 분식회계는 한 번에 그치지 못한다. 거짓을 만들었기에 이 거짓을 지키기 위한 거짓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점점 커지는 거짓은 언젠가는 터진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상황과 달리 미국의 바이오젠은 이래도 저래도 유리한 입장이다. 삼성바이오에피스의 주가가 올랐고 삼성의 예상대로 콜옵션을 행사해도, 콜옵션 후 지분을 다시 팔아도 수지맞는 장사를 했다. 논리적으로는 결정이 난 상황이지만 누구도 총대를 메지 않으려는 입장이 절절하다.

화려한 분식, 어디까지나 포장이다. 내용물이 어떤지는 확인해야 하지만 포장만 보고 구매를 했다면 내용물의 만족은 도박이 되는 셈이다. 또한 빤한 내용물을 과대 포장했다면 이를 주는 사람은 의도적으로 상대를 속이려고 접근하는 것이 맞다. 투명한 회계가 강조되고 이것이 부정과 부패를 예방하는 길이라고 하지만 우리 사회에는 아직까지 지름길이 있는 관계로 이의 유혹을 뿌리치지 못한다. 이를 이용하는 데는 비용이 들고 그 비용을 감당하자니 회계의 포장으로 비자금을 만드는 악순환이 끊이지 못한다. 누구 한 사람이 아닌 사회가, 나라 전체가 투명함이 자연스러운 상황이 되어야 신문지에 포장된 내용물도 자연스러운 선물이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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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뉴스팀 (news@next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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