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당국이 궐련형 전자담배의 유해성 분석 결과를 발표했지만 논란은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사진=식품의약품안전처 제공
보건당국이 궐련형 전자담배의 유해성 분석 결과를 발표했지만 논란은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사진=식품의약품안전처 제공

보건당국이 지난 7일 '궐련형 전자담배'가 인체에 해롭다는 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하지만 발암물질이 일반담배보다 적고 성분분석 방법을 둘러싼 의견이 엇갈리면서 유해성 논란이 더욱 커지고 있다.

◇식약처, "궐련형 전자담배가 덜 해롭다는 근거 없어"
식품의약품안전처(처장 류영진)는 최근 국내에서 유통 중인 궐련형 전자담배의 배출물에 포함된 니코틴, 타르 등 11개 유해성분을 분석한 결과를 공개했다. 분석 결과 일반담배와 마찬가지로 니코틴과 타르는 물론 포름알데히드‧벤젠 등 인체 발암물질이 검출됐다.

궐련형 전자담배는 전용기기를 통해 연초를 250~350℃ 고열로 가열, 배출물을 흡입하는 가열식 담배를 말한다. 식약처는 기존 일반담배와 다른 새로운 유형의 궐련형 전자담배가 지난해 5월 국내에 유통되면서 유해성 논란이 불거지나 우선적으로 주요 성분의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이번 분석을 추진했다.

분석 대상 성분 및 분석 방법을 결정하고 분석 결과 등을 종합하기 위해 다양한 분야의 외부전문가로 구성된 시험분석평가위원회에서 분석 과정을 검증했다. 분석한 유해성분은 니코틴, 타르 그리고 세계보건기구(WHO)에서 각 정부에 저감화를 권고하는 9개성분을 포함한 총 11개였다.

또 분석은 3개 회사의 궐련형 전자담배 제품 중 한 개 모델씩을 선정해 이뤄졌다. 해당 제품은 필립모리스(PM)의 '아이코스(앰버)' 브리티쉬아메리칸토바코(BAT)의 '글로(브라이트토바코)' 또 KT&G의 '릴(체인지)'이었다.

다만 식약처는 국제적으로 공인된 궐련형 전자담배의 분석법이 없다는 점을 고려해 일반담배의 국제공인분석법인 ISO(International Organization for Standardization)법과 HC(Health Canada)법을 궐련형 전자담배에 맞게 적용, 유해성분을 분석했다.

분석 결과 궐련형 전자담배 1개비를 피울 때 발생하는 위 3개 제품의 니코틴 평균 함유량은 각각 0.1mg, 0.3mg, 0.5mg이었다. 일반담배의 경우 시중에 많이 유통되는 제품의 평균 니코틴 함유량은 0.01~0.7mg이다. 또 타르의 평균 함유량은 각각 4.8mg, 9.1mg, 9.3mg으로 시중에 많이 유통되는 일반담배의 타르함유량(0.1~8.0mg)과 비슷하거나 조금 많았다.

여기에 WHO 저감화 권고 9개 성분 중 국제암연구소가 1군 발암물질로 분류한 주요 성분을 ISO법으로 분석한 결과 평균 함유량의 범위는 벤조피렌이 불검출~0.2ng, 니트로소노르니코틴이 0.6~6.5ng, 니트로소메틸아미노피리딜부타논이 0.8~4.5ng, 포름알데히드가 1.5~2.6μg, 벤젠이 0.03~0.1μg이었다. 흡입 부피, 흡입 빈도 등이 강화된 HC법을 적용해 분석한 결과는 ISO법보다 1.4~6.2배 높았다.

이에 식약처는 이번 분석 결과와 외국 연구자료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 궐련형 전자담배가 일반담배보다 유해성이 적다는 근거가 없다고 결론내렸다. 니코틴 함유량이 일반담배와 유사한 수준이라 궐련형 전자담배가 금연에 도움이 되는 것은 아니며 궐련형 전자담배에도 발암물질이 포함된 것을 주요 이유로 제시했다.

◇발암물질 적고 공인 분석법 없어 '유해성 논란' 재점화
문제는 보건당국의 이번 분석 결과 공개에도 궐련형 전자담배의 유해성 논란이 다시 불붙었다는 점이다. 제조사와 흡연자를 중심으로 궐련형 전자담배의 발암물질이 일반담배보다 적고 공인된 분석법이 없다는 지적이 이어지며 정부와 의견이 엇갈린 상황이다.

업계 선두주자인 한국필립모리스는 식약처 발표 직후 입장자료를 냈다. 이들은 궐련형 전자담배에 발암물질이 존재한다는 점은 새로운 사실이 아니고 발암물질이 대폭 감소했다는 점을 꼬집었다. 실제로 궐련형 전자담배의 발암물질 평균 함유량은 일반담배의 0~28%에 불과했다.

또 한국필립모리스는 "유해성분의 함유량만으로 유해성을 비교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식약처의 결론이 궐련형 전자담배의 유해성 감소 가능성을 보여주는 중요한 과학적 연구 결과를 간과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유해물질의 감소가 질병의 위험 감소의 선결적인 조건이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관련 업계는 궐련형 전자담배를 '완전히 새로운 영역의 담배'로 판단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연기가 아닌 증기를 뿜는 궐련형 전자담배가 일반담배와 다르다는 얘기다. 제조사들이 궐련형 전자담배 출시 때부터 찌는 방식으로 발생한 증기에는 유해물질이 적게 들어 있고 건강에도 덜 해롭다고 주장한 것과 상통하는 것.

여기에 이번 분석 결과가 나오면서 성분분석 방법의 둘러싼 갈등 역시 커지고 있다. 식약처는 궐련형 전자담배에 대해서는 아직 국제적으로 공인된 분석법이 없어 일반담배의 국제공인분석법인 ISO법과 HC법을 적용했다. 그러나 타르의 경우 불을 붙여 사용하는 일반담배에 해당하는 개념으로 연소가 발생하지 않는 궐련형 전자담배 분석에는 이 방식이 적절하지 않다.

업계 관계자는 "보건당국이 궐련형 전자담배의 유해성분을 분석했지만 이들의 발암물질 함유량은 일반담배보다 적은 것이 사실"이라며 "아직까지 궐련형 전자담배의 공인된 분석법도 없는 상황이라 당분간 유해성 논란이 끊이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황재용 기자 (hsoul38@next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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