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동안 우리와 함께해온 인쇄산업에 대해 다시 주목할 필요가 있다 @삼원페이퍼갤러리
오랫동안 우리와 함께해온 인쇄산업에 대해 다시 주목할 필요가 있다 @삼원페이퍼갤러리

다음달 지방선거를 앞두고 조용하던 인쇄골목이 분주해지고 있다. 하지만 그것도 잠깐일 뿐 디지털 소비가 일상이 되어 버리면서 인쇄와 연관된 산업이 주축을 이루는 동네는 이전의 영광을 뒤로 한 채 활기를 잃어버린 지 오래다. 슬럼(Slum)화가 장기간 지속되면서 누구에게도 관심을 못 받던 도심 속 인쇄골목이 최근 몇 년 사이 새롭게 해석되면서 조금씩 활력을 찾아가고 있다. 적산가옥,근대화 건물에 현대적인 건축이 뒤엉켜 아무런 계획 없이 무질서해 보이는 것 같지만 이전에 산업의 한 축을 담당했기에 내재된 에너지는 언제든 촉발되기만을 기다리는 곳이기도 하다.
주축산업이 내리막길이고 찾는 사람이 현저히 줄어들 때 누군가에게는 그것이 오히려 매력적으로 보이기 마련이다. 50년 이상 된 건물들이 즐비하고 켜켜이 묵은 때가 가득한 건물들은 깊이감을 더해주기 충분하다. 더더구나 한때 화려한 산업을 뽐내던 곳이었기에 품위가 더해지고 인더스트리얼(Industrial)한 활력이 돋보인다. 이곳에 젊은 세대들이 유입되면서 에너지가 생기고 같은 세대들의 관심을 이끌게 되어 예전에는 보이지 않던 세대들의 트래픽(Traffic)이 늘어난다.

Renovation된 세운상가인 ‘다시 세운’이 들어오면서 주목과 트래픽이 생기고 있다
Renovation된 세운상가인 ‘다시 세운’이 들어오면서 주목과 트래픽이 생기고 있다

충무로, 을지로를 포함한 서울시 중구는 인쇄 업체의 67.5%, 전국 인쇄 업체의 30%가 밀집해 있는 동네일 만큼 인쇄업계에서 중요한 곳이지만 돌파구를 전혀 찾지 못할 정도로 침체가 이어졌다. 다행히 작년 ‘다시 세운’이 완공되어 청년 창업이 유입되고 인쇄 골목에 선구안 높은 밀레니얼 세대들이 하나 둘 가게를 열면서 활력을 찾아 가고 있다. 그런 맥락에서 남영동 인근의 인쇄 공장지대는 젊은 창업자들이 ‘열정도’라는 이름으로 활력을 찾았고, 예전에 인쇄공장이었던 성수동 ‘자그마치’는 마치 인쇄에서 보여준 컨텐츠를 현실로 구현 시킨 비주얼 가득히 활기를 가진 곳이다.

용산 인쇄공장 지대에 젊은 창업가들이 활력을 높이고 있다 @열정도
용산 인쇄공장 지대에 젊은 창업가들이 활력을 높이고 있다 @열정도

구도심이나 낡은 공장 지대를 중심으로 인더스트리얼 디자인이 보편화되고 있지만 특히 인쇄산업이 활발했던 곳이 새롭게 해석될 때는 컨텐츠나 비주얼이 강조되고 있다. 인쇄된 프린트에 담겨있던 생각이나 그림이 마치 툭 튀어 나온듯한 착각을 일으키게 한다. 그런 이유에서인지 밀레니얼 세대들에게는 인쇄 골목은 ‘발견하는 재미’를 갖춘 곳이고, 빠르게 돌아가는 일상에서 잠깐이라도 돌이켜 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는 쿼렌시아(Querencia)같은 곳이 된다. 동네마다 새로 생기는 서점들 역시 인쇄라는 공통점이 있고 죽어있는 프린트에 머물지 않고 책 속에 담긴 많은 생각들이 구현되는 곳이기에 사람들이 모이고 머물게 하는 것이다.

인쇄 골목에 활력을 만들어가는 샵이 하나 둘 생기고 있다 @4F
인쇄 골목에 활력을 만들어가는 샵이 하나 둘 생기고 있다 @4F

또한 인쇄 골목은 디자인, 인쇄, 후 가공 등 일련의 인쇄 기술이 집약된 곳으로 유기적인 프로세스로 협업에서 큰 강점이 있어 막 시작하는 창작 인쇄산업 활성화는 물론 4차산업이 적용되는 프로토타이핑(Prototyping)을 맡아줄 곳으로 성장할 것이다. 인쇄업의 본질은 생각을 시각화하여 공유하는 것으로 그런 인더스트리가 가진 역할은 시대가 지나더라도 본질은 사라지지 않는다. 지금까지는 보여주는 방법을 디지털 디스플레이에 다 빼앗겨 힘들어 졌다면 이제는 생각이 자라나고 여러 기술이 융합되어 실현되는 공간으로써 역할을 할 곳이다.

미로같이 좁은 길일지라도 새로운 생각이 꿈틀거리고 있다 @방산동
미로같이 좁은 길일지라도 새로운 생각이 꿈틀거리고 있다 @방산동

새로운 생각이 자라나고 있다 @Add Coffee
새로운 생각이 자라나고 있다 @Add Coffee

구텐베르크보다 80년이나 앞선 우리의 자부인 직지심경을 굳이 언급할 필요 없이 우리는 활자에 대한 자부가 있고 일상에서 일찍이 가까이 해왔기에 인쇄 산업은 우리에게는 생각의 진화를 일으키는 큰 매개가 된다. 서점이 동네마다 새로이 생겨나고 인쇄 골목이 꿈틀 되고있다는 것은 다음 산업을 위한 큰 걸음이 일어날 수 있다는 증거가 아닐까.

활자가 움직여 활력을 만든다. 가까운 인쇄 골목에 주목해야 할 이유이다.

비즈니스 컨셉크리에이터/
금융, 유통, 광고 등 다양한 인더스트리를 넘나들며 ‘Boundary Crosser’를 지향하면서도 일관되게 브랜드, 마케팅 스페셜리스트로서 삼성, GS, 한화그룹에서 활동해 왔으며 신규사업, 전략, 브랜딩 등 새로운 관점의 컨셉을 제시하는 컨셉 크리에이터로서 활동하고 있다. 틈나는 대로 골목을 걸으면서 세상 관찰을 즐기고 있다.

온라인뉴스팀 (news@next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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