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담도·췌장암은 치료 예후가 좋지 않은 치명적인 암으로 꼽힌다. 상대 생존율이 좋은 갑상선암의 5년 상대 생존율은 100.3%인데 반해, 간암은 33.6%, 췌장암은 10.8%에 불과하다.

간·담도·췌장암은 정확한 위험 인자를 꼬집어 말하기 힘든 암이다. 간암의 경우 B·C형 만성 간염이나 간 경변, 폭음 등으로 간 손상이 반복될 경우 위험성이 높아진다. 담도암도 여러 위험 인자가 꼽히지만, 아직 질환 발생과 연관성은 명확하지 않다. 췌장암 역시 마찬가지이다.

체감할 수 있는 큰 증상이 없는 것도 특징이다. 간암은 윗배에 덩어리가 만져지거나 통증, 황달 등이 생길 수 있지만 검진 등으로 우연히 발견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담도암도 특별한 증상 없이 복부 초음파로 확인하는 일이 흔하다. 췌장암도 복통, 식욕부진, 황달 등 특이하지 않은 증상을 동반한다.

원인 인자를 차단해 예방하는 것이 힘들다 보니 발병 시 적절한 치료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보통 약물 치료로는 한계가 있고, 외과 수술로 치료가 필요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완전한 외과적 절제 시 큰 치료 효과를 기대할 수 있지만, 진단 시 수술이 가능한 경우는 담도암은 40~50%, 췌장암은 20~25% 정도에 불과하다.

최근에는 평균 수명이 길어지면서, 고령의 간·담도·췌장암 환자 역시 늘어나는 추세다. 다른 만성질환보다 급격하게 악화하거나 건강에 심각한 위협을 끼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수술 치료 역시 가능하지만, 마취나 수술이 건강 상태나 여생의 삶의 질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으므로 수술 여부를 신중히 결정해야 한다.

수술 전에는 우선 환자의 영양 상태, 운동 기능, 심장이나 폐, 콩팥 등 주요 장기의 상태를 면밀하게 파악한다. 흔히 ‘지병’이라 부르는 만성질환, 기저 질환의 교정과 관리도 필수다. 환자의 노력도 필요하다. 전신마취에 대비해 깊은 호흡을 연습하고, 걷기 운동을 열심히 한다. 회복 후 영양 섭취를 위해 치아도 잘 관리해야 한다. 금연, 규칙적 운동과 같은 건강한 생활 습관 유지는 기본이다.

수술법은 젊고 건강이 양호한 환자와 크게 다르지 않다. 환자의 암 진행 정도나 발병 부위에 따라 절제나 병합 절제를 하는 등의 다양한 수술법이 있다. 간암 부위를 절제하는 수술이 가장 효과적이다.

기술적으로는 개복 수술, 복강경 수술, 로봇 수술 등을 시행할 수 있다. 로봇 수술이나 복강경 수술 같은 최소침습수술 역시 출혈, 합병증을 줄일 수 있어 고령 환자에게서도 고려가 가능하다. 다만 간, 췌장 이식처럼 대량의 수혈이 필요하거나 장시간 수술이 필요할 경우는 노령의 환자에서는 진행이 어려울 수도 있다.

이대목동병원 외과 민석기 교수는 “과거에는 고령의 간·담도·췌장암 환자는 수술보다는 보존 치료에 힘썼지만, 최근 연구에서 건강한 고령 환자는 수술 치료 시 젊은 환자와 비슷한 치료 효과와 회복을 기대할 수 있었다”라며, “수술 가능 여부와 개인의 건강 상태 등을 신중히 살펴, 효과적인 수술 치료를 시행한다면, 질환으로 고통받는 환자를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라 강조했다.

고령 환자는 노령에서는 수술 자체보다 이후에 기력이 떨어진다거나 회복이 더뎌지는 등의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 더 심각하다. 수술과 직접 연관이 없는 폐, 심장, 신장, 혈관 노화 등으로 여러 합병증이 발생할 수 있다. 운동 기능이 낮아져 식욕 부진, 소화기의 문제 등을 겪거나 폐 기능이 떨어질 가능성도 높다. 따라서 수술 후 통증이 심하더라도 회복을 위한 운동과 영양 섭취를 위한 저작 운동을 해야 한다. 폐에 합병증이 생기는 일이 잦으므로 깊은 호흡과 가래 배출에 최선을 다한다.

암이 전이 되거나 암세포가 침범한 부위가 절제 불가능한 경우나 수술 치료가 환자의 기대 수명에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 수술 치료보다는 다른 치료법을 시행한다. 암세포에 영양을 공급하는 혈관을 차단하거나 고주파로 암 부위를 태우는 치료(간암)나 스텐트를 삽입해 황달, 담관염, 담낭염 과 통증을 낮추는 치료(담도암) 등이 대표적이다.

나성률 기자 nasy23@nextdaily.co.kr

이대목동병원 민석기 교수
이대목동병원 민석기 교수

온라인뉴스팀 (news@nextdaily.co.kr)

저작권자 © 넥스트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