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 조식이 형편없다. 그래도 괜찮다. 이 동네는 먹을 것이 넘나 많다. 어제 산 바틱 원피스를 차려입고 느지막이 파빌리온으로 갔다. 새로 산 바틱 원피스가 맘에 딱 든다.

파빌리온
파빌리온

소프트셸크랩버거를 먹으러갔다. 12시부터 개점이란다. 일단 두리안슈크림부터 하나 먹었다. 해독주스도 하나 사서 마셨다. 어슬렁거리며 안경도 보고 가방도 봤다. 우리나라에도 안 들어온 명품들이 있다. 충동유혹을 잠재우느라 괴롭다.

소프트셸크랩버거
소프트셸크랩버거

12시가 되어서 스시버거를 먹으러갔다. 소프트셸크랩튀김은 맛있다. 스시라고 이름지어진 밥은 양이 많아서 남겼다. 일본에서 한때 유행한 밥 버거를 응용한 듯싶다. 궁금해서 한번 먹었지만 두 번 먹고 싶은 맛은 아니다.

배를 채우고 나니 관광객으로서의 자세를 확립해야겠다는 사명감이 불타오른다. 전철을 타고 국립박물관으로 갔다. 선사시대부터 식민지시대를 거쳐서 현대까지의 말레이역사를 돌아봤다.

국립박물관
국립박물관

박물관을 나와서 식물원으로 갔다. 입장료도 안 받는데 사람이 안 보인다. 혼자서 셀카 놀이에 푹 빠졌다. 쿠알라룸푸르시내 한가운데 오아시스 같은 곳이다. 열대정원을 실컷 즐겼다. 기적의 나무라는 모링가 나무도 처음 봤다.

식물원
식물원

국립모스크로 갔다. 마침 관람시간이 되어서 히잡을 나누어준다. 관람객들이 단체로 히잡 복장을 입고 들어가는 모습들이 스타워즈의 한 장면 같다. 기도실에는 못 들어가고 밖에서 사진만 찍었다.

히잡
히잡

술탄압둘사마드빌딩으로 갔다. 말레이시아를 대표하는 무굴양식의 건축물이란다. 마치 유럽에 온 듯 잠시 착각에 빠졌다. 내부는 일반인들에게 공개하지 않는단다. 겉만 봐도 입이 딱 벌어진다.

술탄압둘사마드빌딩
술탄압둘사마드빌딩

뒤로 돌아 클랑강변 콜로니얼워크로 갔다. 쿠알라룸푸르라는 이름이 두개의 강이 합쳐진다는 뜻이란다. 콜로니얼워크에서 그 의미를 볼 수 있다. 걷는 사람이라곤 나밖에 없고 비가 오니 셀카를 찍을 수도 없어 아쉽다.

콜로니얼워크
콜로니얼워크

센트럴마켓으로 갔다. 말레이전통제품들은 다 모아 놨다 한다. 너무 많다보니 고르기도 어렵다. 페낭에서 140링깃에 산 바틱 원피스가 59링깃 한다. 많이 사는 만큼 버는 거다. 4개 샀다. 이번 여름은 바틱 원피스로 버틸 셈이다. 내가 아는 옷 중 가장 시원한 옷이다.

차이나타운으로 가는 길에 과일이 탐스럽다. 아줌마 입담에 넘어가서 종류대로 샀다. 내가 미쳤다. 무거운 과일을 들고 차이나타운까지 걸어가서 구경했다. 짜가가 판을 치는 대형짝퉁시장이다.

차이나타운
차이나타운

호텔로 돌아오는 길에 택시의 유혹을 물리치느라 갈등 속에 걸었다. 비는 추적추적 오고 과일은 무겁다. 오늘은 맘먹고 걷기로 한날이라 포기할 수 없어 걸었다. 걷다가 벤치가 있어서 쉬면서 망고스텐하고 람부탄을 먹어치웠다. 짐이 가벼워졌다.

내방에 들어와서 그대로 쓰러졌다. 샤워하고 쉬니 다시 힘이 난다. 하늘이 개이고 햇빛이 보이니 스카이박스로 갈 타이밍이다. 새로 산 바틱 원피스 입고 후다닥 나갔다.

쿠알라룸푸르 랜드마크 중 하나인 KL타워로 갔다. 티켓을 사서 엘리베이터 타고 꼭대기로 갔다. 구름 속에서 해가 빛나며 서쪽하늘로 사라지고 도시의 불빛들이 빛나기 시작한다.

KL타워에서
KL타워에서

스카이박스2에 섰다. 전망은 스카이박스1이 훨씬 멋지다. 또 다른 랜드마크인 페트로나스가 바로 보이기 때문이다. 1에 서니 도시는 완전 어두워졌다. 무서워서 아래를 처다 보지는 못하고 겨우 사진 찍었다.

스카이박스2
스카이박스2

스카이박스1
스카이박스1

하루 종일 걸었더니 배가 고프다. 야시장으로 갔다. 낮과는 또 다른 세상이 펼쳐진다. 일단 딤섬부터 사먹고 다시 기웃거렸다.

두리안튀김을 사서 호텔 쪽으로 오는데 한국 단체 팀이 과일가게에 앉아서 망고를 맛보고 있다. 언뜻 스치는 얼굴 중에 반가운 얼굴이 보인다. 여고시절 은사님이 그 안에 계신다.

우연히 만나는 경우 중 이런 경우가 있을까싶다. 여고동창들과 시작한 이번 여행이 은사님을 길에서 만남으로 마무리를 한다. 선생님께서 나의 여행을 격려해주시고 건강을 빌어주신다. 두리안보다 더 힘나는 응원이시다.

선생님과 헤어지고 호텔로 오는 길에 어제의 발간판 집으로 갔다. 어제 아줌마는 바쁘시고 옆자리 아저씨가 대기 중이다. 하루 종일 고생한 발을 위로해주고 이어캔들링도 했다. 캔들링하고 나서 귀에서 나온 분비물을 보여주신다. 머리가 맑아지고 어쩌고저쩌고하는데 믿거나 말거나다. 하여간 신기하다.

자려고 누었는데 다리도 아프고 허리도 욱신거린다. 무거운 과일은 왜 들고 걸었는지 후회막심이다. 무식한 주인 만나서 고생하는 내 몸이 불쌍하다. 내일 또 고생을 다짐하며 잠에 빠졌다.

온라인뉴스팀 (news@next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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