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보건시민센터는 16일 서울 중구 환경재단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환경보건시민센터는 16일 서울 중구 환경재단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가 운영하는 전문기관에 대한 믿음이 없어졌다. 국민 건강과 직결된 문제를 신중하게 다루지 않고 손바닥 뒤집듯이 말 바꾸기를 했기 때문이다.

원자력안전위원회(이하 원안위)는 15일 서울 광화문 원자력안전위원회에서 대진침대의 매트리스에서 방사선 피폭선량이 기준치를 최고 9.3배 초과했다는 2차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지난 10일 ‘방사선 기준 적합’ 판정을 내린지 닷새 만이다.

원자력안전위원회는 15일 서울 광화문 원자력안전위원회에서 대진침대의 매트리스에서 방사선 피폭선량이 기준치를 최고 9.3배 초과했다는 2차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지난 10일 ‘방사선 기준 적합’ 판정을 내린지 닷새 만이다. 사진=연합뉴스TV 캡처
원자력안전위원회는 15일 서울 광화문 원자력안전위원회에서 대진침대의 매트리스에서 방사선 피폭선량이 기준치를 최고 9.3배 초과했다는 2차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지난 10일 ‘방사선 기준 적합’ 판정을 내린지 닷새 만이다. 사진=연합뉴스TV 캡처

이날 원안위 엄재식 사무처장은 “대진침대가 판매한 침대 매트리스 7종 모델이 생활주변방사선 안전관리법(이하 생활방사선법)의 가공제품 안전기준에 부적합한 결함제품으로 확인돼, 수거명령 등 행정조치를 실시한다”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대진침대는 5일 안에 결함 가공제품의 현황과 조치방법 등을 원안위에 보고해야 한다.

매트리스 제품 스폰지 7종에 포함된 모나자이트에서 라돈과 토론(라돈의 동위원소)을 합친 연간 피폭선량이 생활방사선법에 따른 기준(연간 1mSv(밀리시버트) 초과 금지)의 최고 9.35배에 달하는 것으로 확인됐기 때문이다. 라돈은 국제암연구센터(IARC) 지정 1급 발암물질로, 폐암을 유발하는 주요 원인으로 알려져 있다.

앞서 원안위는 대진침대 제품에서 기준 농도 이상의 라돈이 검출됐다는 의혹이 제기되자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KINS), 한국원자력안전재단 등 관련 기관과 함께 이 제품에 대한 조사를 진행해 왔다. 이를 통해 지난 10일 브리핑을 열고 대진침대의 실제 라돈 피폭선량이 법에서 정한 기준치 이하인 것으로 확인됐다고 발표한 바 있다.

당시에는 스펀지 없이 속커버에 대해서만 조사를 벌여 차이가 생긴 것이다.

이번에 방사선이 초과된 대진침대의 해당 모델은 그린헬스2·네오그린헬스·뉴웨스턴슬리퍼·모젤·벨라루체·웨스턴슬리퍼·네오그린슬리퍼 등이다.

원안위는 "대진침대 실제 사용자에게 협조를 받아 아직 확보되지 않은 매트리스 모델 시료의 피폭선량을 평가하고 그 결과를 바탕으로 행정처분 및 이행상황 점검 등 후속조치를 진행할 예정이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 모나자이트 유통현황을 지속적으로 조사하는 한편, 일상 생활용품에 모나자이트 사용을 제한하거나 천연 방사성 물질 성분 함유 표시를 의무화하는 등 관계부처와 긴밀히 협조해 제도를 개선하겠다"라고 덧붙였다.

결국 원안위는 제대로 조사도 하지 않고, 성급하게 결론을 공개해 신뢰만 떨어뜨렸다는 비난을 자처한 것이다.

원자력안전위원회는 15일 서울 광화문 원자력안전위원회에서 대진침대의 매트리스에서 방사선 피폭선량이 기준치를 최고 9.3배 초과했다는 2차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지난 10일 `방사선 기준 적합` 판정을 내린지 닷새 만이다. 대진침대 측의 2018년 5월 14일자 리콜지연문. 대진침대 측은 이 안내문에 원자력안전위원회의 1차 결과를 면피용으로 제시했다. 사진=대진침대 홈페이지 캡처
원자력안전위원회는 15일 서울 광화문 원자력안전위원회에서 대진침대의 매트리스에서 방사선 피폭선량이 기준치를 최고 9.3배 초과했다는 2차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지난 10일 `방사선 기준 적합` 판정을 내린지 닷새 만이다. 대진침대 측의 2018년 5월 14일자 리콜지연문. 대진침대 측은 이 안내문에 원자력안전위원회의 1차 결과를 면피용으로 제시했다. 사진=대진침대 홈페이지 캡처

이런 가운데 대진침대 사용자 900여명은 피해보상을 요구하는 집단 소송에 참여하기로 했다.

환경보건시민센터는 16일 서울 중구 환경재단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환경보건시민센터는 16일 서울 중구 환경재단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시민단체도 반발하고 나섰다.

환경보건시민센터는 16일 서울 중구 환경재단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문제가 된 대진침대가 2010년 이후에 판매된 것으로 확인됐다"며 "2, 3년 이내 사용자들 사이에서 (방사선 피폭에 따른)건강 피해가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라고 우려했다.

시민센터 측은 "대진침대에서 뿜어져 나오는 방사선 라돈은 세계보건기구의 국제암연구소(IARC)가 정한 1급 발암물질로 폐암 발병의 주원인이다"며 "발암물질에 노출되면 10년 내외의 최소 잠복기를 거쳐 발병이 시작된다"라고 설명했다.

또 "라돈침대 사용자가 직·간접 흡연을 하거나 고농도의 초미세먼지, 석면 등 폐암 발병의 다른 요인들에 복합적으로 노출되면 발병 가능성이 크게 증가한다"면서 "라돈침대 사용자들의 폐질환 발병 가능성을 줄이기 위한 세심한 건강관리가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시민센터는 정부와 기업이 당장 사용자 전수조사와 잠복기를 고려한 건강 모니터링을 진행해야 한다라고 촉구하기도 했다.

이들은 "모나자이트의 수입원과 국내 유통 현황을 파악하고 라돈침대와 유사한 문제가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며 "리콜조치를 모나자이트를 사용한 모든 침대제품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정영일 기자 (wjddud@next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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