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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여사의 여행일기 말레이시아편 Day-4] 페낭(3)

발행일시 : 2018-05-16 09:00

페낭은 양파껍질을 벗기듯이 벗길수록 매력이 넘친다. 헤리티지건물인 내 방 바닥은 티크와 타일의 조화가 세련스럽다. 죠지타운 바닥을 보고 다니다보면 보석 줍듯이 예쁜 타일들을 만난다.

회랑 <회랑>

회랑은 더위나 비를 피하며 걸을 수 있는데다 삶과 어우러져 묘한 매력을 뽐낸다. 회랑마다 들어가면 페낭사람들이 살아가는 향기에 흠뻑 취한다. 순박한 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은 아무리 봐도 싫증나지 않는다.

[허여사의 여행일기 말레이시아편 Day-4] 페낭(3)

페낭에서 락사를 먹어보라고 절친이 추천했다. 비주얼이 땡기지 않아 지나쳤는데 친구의 추천이라 도전해보기로 했다. 페낭에서 유명한 락사집으로 갔다. 길거리에서 장사하다 가게를 차리게 되어서 식당 벽에는 길거리에서 장사하던 모습을 그려놓았다.

락사 <락사>

라임즙 듬뿍 들어간 시원한 맛에 푹 빠졌다. 박하도 좋고 면도 적당히 부드럽다. 락사를 먹어보기 잘했다. 나의 선입견이 완전 무너졌다. 신선한 과일주스도 곁들여 마셨다.

거리를 걷다가 무상킹두리안 아이스크림을 사먹었다. 다음부터 길에서 파는 두리안아이스크림은 안 먹는 걸로~~~ 무상킹은 얼어 죽고 그냥 두리안향만 조금 나다 만다. 쓸데없이 배만 채웠다. 아직도 먹을 것이 넘나 많다.

북카페로 갔다. 소박한 서점 분위기를 생각했는데 완전 깔끔한 갤러리 분위기다. 이름은 북 샌드위치 카페인데 메뉴는 알라카르테 정식 레스토랑수준이다. 해산물 알리올리오를 시켰다.

북카페 <북카페>

알리올리오가 너무 고급지다. 담백하게 먹는 음식인데 베이컨까지 들어있으니 난해하다. 계산서를 받아보니 서비스차지와 택스가 따로 더 붙었다. 비치스트리트 레스토랑들은 따로 붙는 곳이 많다.

배가 불러서 더 먹기 어려워서 맛집들을 밖에서 구경하다가 차이나하우스에 들어갔다. 코트야드까지 연결된 카페는 깊고 복잡한 분위기다. 식사메뉴부터 디저트까지 넘나 다양하다. 테이블에는 하얀 도화지를 깔아놓아 기다리는 동안 그림 그리며 놀기도 한다.

차이나하우스 <차이나하우스>

워낙 손님이 많다보니 기웃거리는 나를 신경도 안 쓴다. 덕분에 구석구석까지 구경 잘했다. 2층은 또 다른 아트공간이자 삽이기도 하다. 잘 차려입고 식사하는 사람들부터 가볍게 차려입은 배낭여행자들까지 골고루 보인다.

길거리에서 감동적인 공연을 만났다. 70은 넘은 듯 보이는 아저씨들이 공연을 한다. 냄비와 주전자등으로 악기를 만들고 테니스라켓으로 기타를 만들었다. 엘비스와 비치보이스노래를 한다. 듣다보니 뭔가 울컥 감동이 밀려온다. 아저씨들이 오래오래 건강히 연주하시길 기원한다.

3D커피아트로 유명한 카페로 갔다. 커피가 나오는데 바로 먹을 수가 없다. 너무 귀여운 너구리가 커피잔속에서 날 바라본다. 잔인하게도 마셔버렸다.

예쁜 너구리 한 마리 마시고 힘내서 주빌리시계탑 지나서 콘웰요새 지나서 시청으로 갔다. 토요일이라 문을 닫고 인부들이 정원 복원 작업 중이다.

[허여사의 여행일기 말레이시아편 Day-4] 페낭(3)

길 건너 세인트조지성당으로 갔다. 내부는 문이 닫혀서 못 들어갔다. 연로하신 경비아저씨가 사진 찍어준다면서 성당 여기저기에다 나를 세우고 셔터를 눌러주신다. 심심하던차에 둘이 잘 만났다. 온갖 폼잡고 찍어주시더니 정작 사진보니 구도가 엉망이다. 건진게 없다.

세인트조지성당 <세인트조지성당>

성당을 떠나 청파찌의 블루맨션으로 갔다. 인디고블루로 색칠한 예쁜 저택이다. 마침 투어가 시작이라 표를 사서 들어갔다. 입담 좋으신 할머니가 재미있게 설명하신다.

정치적으로 경제적으로 당대 거물이던 청파찌는 큰 저택을 여기저기 8개나 소유했단다. 당연히 아내도 8명이었단다. 결론은 젊은 아내를 너무너무 사랑하면 돈을 많이 준다는 것이다. 맘에 확 와 닿는 설명이다.

청파찌 블루맨션 <청파찌 블루맨션>

남편이 급 생각난다. 나의 남편도 나를 무지무지 사랑하는 것이 분명하다. 열심히 번 돈으로 마눌 여행 보내주는 것을 아끼지 않는다. 대저택 지어주는 청파찌보다 여행 보내주는 내 남편이 백배 좋다.

[허여사의 여행일기 말레이시아편 Day-4] 페낭(3)

호텔로 돌아오는데 갑자기 비가 쏟아진다. 바로 옆에 마사지샵 있다. 하늘이 나를 마사지하라고 등을 떠 민다. 순리에 따라 마사지 받았다.

호텔방에서 잠시 쉬었다 길을 나섰다. 페낭의 마지막 밤이라 아쉽다. 두리안카페로 가서 두리안파르페를 먹었다. 갑자기 밖에서 빠라빠라빰 난리가 났다. 나가보니 요란한 바이크 족이 떼로 나타났다. 토요일이라 라이드를 즐기고 뒤풀이 하러온 모양이다. 경찰이 주차공간을 확보해주고 근처가 떠들썩하다.

어둠이 깔리는 길을 걸으며 페낭의 낭만을 즐기는데 갑자기 장대비가 퍼붓는다. 바로 옆의 카페로 들어갔다. 의자하나까지 앤틱스러운 고급레스토랑이다. 겉으로 보기하고 완전 다르다. 메뉴를 보니 락사가 있다. 생선 들어간 락사라는데 제대로 먹어볼 량으로 시켰다.

앤틱 레스토랑 <앤틱 레스토랑>

희한하다. 생선 락사에서 추어탕이 느껴진다. 풋고추 달라고 해서 넣어 먹으니 몸보신하는 기분이다. 온몸에 힘이 솟는 기분이다. 비도 그치고 힘쓰러 밤거리로 나갔다.

내가 힘쓰는 방법은 걷는 것이다. 밤의 페낭을 제대로 보고 싶어서 걷다가 결국 종착지는 러브레인에 도착했다. 어제의 여가수를 보고 싶어 그 카페로 가서 물으니 오늘은 다른 가수가 올지도 모른단다. 일단은 앉아서 맥주를 시켰다.

[허여사의 여행일기 말레이시아편 Day-4] 페낭(3)

맥주를 다 마실 동안에도 여가수는 안 온다. 짝사랑에게 바람맞은 기분이다. 호텔로 돌아오는 내내 귀에 여가수의 노래구절이 맴돈다 You say I'm cra~~~zy. 그래 맞다. 페낭에 미쳤다.

[허여사의 여행일기 말레이시아편 Day-4] 페낭(3)

허미경 여행전문기자(mgheo@nextdaily.co.kr)는 대한민국의 아줌마이자 글로벌한 생활여행자다. 어쩌다 맘먹고 떠나는 게 아니라, 밥 먹듯이 짐을 싼다. 여행이 삶이다 보니, 기사나 컬럼은 취미로 가끔만 쓴다. 생활여행자답게 그날그날 일기 쓰는 걸 좋아한다. 그녀는 솔직하게, 꾸밈없이, 자신을 보여준다. 공주병도 숨기지 않는다. 세계 각국을 누비며 툭툭 던지듯 쏟아내는 그녀의 진솔한 여행기는 이미 포털과 SNS에서도 두터운 팬층을 확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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