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보건복지부 제공
사진=보건복지부 제공

보건당국이 담뱃갑에 부착하는 '흡연 경고그림'을 교체하는 등 비가격정책 강화를 추진한다. 하지만 담배업계는 물론 흡연자의 반발이 커지면서 논란이 되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오는 12월 담뱃갑에 새롭게 부착할 흡연 경고그림 및 문구 시안 12종을 확정했다고 최근 밝혔다. 또 경고그림을 오랜 시간 사용하는 데 따른 익숙함과 내성을 방지하기 위해 기존 10종의 경고그림을 이번에 확정한 그림으로 모두 교체하기로 결정했다.

구체적으로 현재 경고그림은 질환 5종(폐암·후두암·구강암·심장질환·뇌졸중)과 비질환 5종(간접흡연·임산부흡연·성기능장애·조기사망·피부노화)으로 구성돼 있다. 그중 피부노화가 빠지고 치아변색이 추가되며 암 유발을 보여주는 그림 등이 새롭게 포함된다.

특히 복지부는 인기가 높아지는 궐련형 전자담배에도 흡연 경고그림을 삽입한다는 계획이다. 소비가 증가하고 있는 만큼 궐련형 전자담배의 폐해를 국민에게 정확히 전달하고 경고하기 위한 조치라는 설명이다. 액상형 전자담배에는 니코틴 중독 유발 가능성을 나타내는 그림이 추가로 부착된다.

경고그림 교체와 함께 담뱃갑에 들어가는 경고문구의 수위 역시 강화한다. 질병 발생 또는 사망 위험성 증가 등을 수치로 제시하는 것은 물론 간결하고 명료하게 흡연의 폐해를 소개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와 함께 복지부는 흡연 경고그림의 효과를 높이기 위한 방안도 추진한다. 권준욱 보건복지부 건강정책국장은 "경고그림의 효과를 더욱 높이기 위해 표기 면적을 확대하는 방안 등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보건당국의 이런 행보에 담배업계와 흡연자들이 반발하고 나섰다. 우선 담배업계가 궐련형 전자담배에도 흡연 경고그림이 적용된다는 점에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KT&G, 한국필립모리스, JTI코리아, BAT코리아 등 4개 담배 제조업체 모임인 한국담배협회는 복지부의 결정과 관련해 "비과학적인 근거를 토대로 한 비합리적인 정책 결정"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현재 궐련형 전자담배에 흡연 경고그림을 부착한 국가는 콜롬비아 단 1개에 불과하다. 게다가 궐련형 전자담배의 유해성 논란도 결론나지 않은 상황이다. 올 12월 우리나라에서 이 정책이 시행되면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 주요 국가 기준으로는 최초로 도입되는 사례가 된다.

여기에 의견수렴 등 담배 생산자와 소비자 등과의 소통 부재도 문제점으로 꼽힌다. 이들은 이번 보건당국의 결정이 공청회 등 의견수렴 과정을 배제하고 이뤄진 탁상행정이라고 비난하고 있다. 그중 담배 소매인 및 흡연자와의 소통은 원천 봉쇄됐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담배 판매인으로 이뤄진 한국담배판매인회가 정부에 맞서고 있다. 정책 당사자인 판매인에게 어떤 안내나 의견수렴 과정 없이 이번 정책이 마련됐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판매인에게 미치는 영향을 고려할 때 상식적으로 이해 가지 않는 일방적인 결정"이라고 강조했다.

흡연자들도 마찬가지다. 대표적인 흡연자 단체인 아이러브스모킹 측은 보건당국이 이번 정책을 발표하자 즉각 반발했다. 아이러브스모킹 관계자는 "지나치게 혐오스러운 이미지 사용은 국민건강증진법의 법 취지에 어긋난다. 경고그림 등 비가격정책에 흡연자의 의견을 수렴하지 않아 재논의가 필요하다"고 토로했다.

황재용 기자 (hsoul38@next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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