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중에 부스럭거리는 소리에 잠이 깼다. 누가 찾아왔나 덜컥 겁이 났다. 창밖을 내다보니 야생돼지들이 떼로 바닥에 코를 들이대며 몰려다닌다. 아마 먹이를 찾아 먹는 듯하다.

새 울음소리 중 희한한 소리도 있다. 사이렌처럼 소리를 내는 새는 목청도 좋다. 더운 나라라 새들이 밤새 쉬지도 않고 교대로 울어댄다.

일출 전 아무도 없는 바닷가를 산책했다. 태국에 온 건지 헷갈린다. 태국에 이렇게 한적하고 자연친화적인 곳이 있다는 사실이 놀랍다.

복잡한 세상에 지쳐 쉬고 싶을 때 오면 최상의 장소다. 시간이 갈수록 에덴동산에 온 기분이다. 에덴동산에 이브혼자 덩그러니 있는 기분이다. 이 섬에 혼자 온 사람은 나밖에 없어 보인다.

옆방에는 영국에서 온 젊은 커플이 묵고 있다. 아침에 비지터센터에 가서 자전거를 빌려온다. 섬 반대쪽까지 가볼 거란다. 난 자전거를 못 타서 부럽다고 했더니 왜 못 타냐고 묻는다. 타는 법을 모른다고 했더니 외계인 쳐다보듯 본다.

자전거 타는 영국인 커플
자전거 타는 영국인 커플

배시간이 되어서 선착장으로 갔다. 프랑스에서 온 젊은 부부가 인형처럼 귀여운 아기를 데리고 있다. 나와 같은 배를 탄단다. 배가 늦게 오는 바람에 친해졌다. 뚤루즈에서 와인과 치즈샵을 한단다.

예쁜 아내는 샌드플라이에 물려서 온몸에 빨간 반점 투성이다. 비지터센터에 일출 일몰 때 모기 퇴치제를 바르라고 쓰여 있던데 무시한 모양이다. 나도 몇 방 선물 받았다.

기다리던 스피드보트가 왔다. 떠나려니 아쉽다. 동남아에서 만나기 힘든 섬이다. 캠핑 좋아하는 산 친구나 남편과 함께 오면 최고의 낙원이다. 자전거를 배우고 꼭 다시 와야겠다.

코끼리바위
코끼리바위

스피드보트는 중간에 꼬까이 섬에 한번 선다. 사진으로 본 코끼리바위가 있다. 다들 내려서 사진 찍느라 분주하다. 뜻밖의 보너스를 얻었다.

기대하던 코리페에 도착했다. 오래전의 보라카이 필이 팍팍 난다. 선착장 바로 옆의 리조트로 갔다. 이미그레이션이 붙어있어서 랑카위로 떠날 때를 생각해서다.

코리페
코리페

일단 1박을 묵어보고 더 머물지 결정하기로 했다. 별 볼일 없는 방갈로 룸이 100불이 넘는 것이 이해가 안 된다. 일단은 물가파악부터 하자고 워킹스트리트로 갔다. 배가 너무너무 헝그리하다.

워킹스트리트입구에 괜찮아 보이는 레스토랑이 있어서 들어갔다. 팟타이 하나와 망고셰이크를 시켰다. 길거리음식인 팟타이가 이태원 태국 레스토랑 버전으로 차려입고 나왔다.

방갈로
방갈로

주린 배를 채우고 거리를 걸었다. 투어샵들 가격을 보니 몇 년 사이에 많이도 올랐다. 5백 바트이던 호핑 투어가 8백 바트다. 혼자서 조인하고 싶은 생각이 없다. 옛날 같으면 물속을 보고 싶어서 했을 텐데 나이드니 의욕이 없다. 야간 플랑크톤과 수영하는 투어는 당긴다. 다음에 일행 있을 때 해볼 일이다.

투어샵
투어샵

망고찰밥이 150바트다. 먹고파서 먹었다. 마사지도 받았다. 선셋비치로 가는 길에 두리안이 눈에 들어온다. 하나를 사서 포장했다.

두리안
두리안

선셋비치에 도착했다. 구름이 잔뜩 꼈다. 일단 자리 잡고 앉아서 두리안을 먹었다. 천국이 따로 없다. 구름이 해를 가렸어도 기분 좋다.

선셋비치
선셋비치

다시 워킹스트리트로 왔다. 어두워지니 거리는 활기차게 손님들을 맞이한다. 싱싱한 해산물들이 섹시하게 드러누워서 날 잡아 잡수 한다. 계속 먹었더니 잡술 의욕이 없다.

어둠이 내린 밤바다는 또 다른 불빛들이 춤을 춘다. 여기저기서 불쇼를 하는데 코사멧보다 못하다. 자리 잡고 앉아서 모히또를 시켰다. 밤바다를 배경으로 춤추는 불쇼가 감성을 채워준다.

불쇼
불쇼

가슴가득 감성을 채우고 방으로 왔다. 새벽부터 일어나서 일출 본다고 설치고 배타고 먼 길 왔더니 졸린다. 태국에서 보내는 마지막 밤이 깊어간다.

온라인뉴스팀 (news@next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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