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사와 미세먼지 이슈로 한반도 전체가 걱정에 빠져 있는 가운데 가전양판점과 온라인쇼핑 등에서 공기청정기 등 관련 제품의 판매가 늘면서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반면 여행관련 상품의 매출은 감소하는 등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2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지난 3월 초부터 절정에 달한 황사와 미세먼지로 인해 관련 제품의 판매가 급증하고 있다.
먼저 하이마트와 전자랜드 등 가전양판점에서는 먼지 케어 제품의 판매가 크게 늘면서 때 아닌 호황을 누리고 있다. 다른 시기에는 찾아볼 수 없는 특수다. 전적으로 황사와 미세먼지 영향으로 소비자들의 구매욕구가 생긴 것이다.
실제로 모바일 홈쇼핑 포털 앱 ‘홈쇼핑모아’가 30~40대 여성 이용자 3613명을 대상으로 ‘미세먼지 대비 가전제품’ 관련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의류건조기를 보유하지 않은 응답자의 경우 77.6%가 구매 계획이 있다고 답했다. 의류 건조기가 필요한 이유에 대해서는 ‘미세먼지 등 날씨 걱정 없이 빨래 건조’라는 응답이 37.7%로 가장 많았고 ‘먼지 제거(27%)’, ‘살균 기능(20%)’ 순으로 답했다.
이런 경향에 따라 롯데하이마트에서는 1월 1일부터 2월 27일까지 공기청정기와 청소기의 매출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각각 250%와 60% 늘었다. 이어 3월 1~15일 공기청정기의 매출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65% 증가했다. 이 기간 의류건조기는 210%, 의류관리기는 190%나 뛰어 올랐다.
전자랜드에서도 공기청정기의 경우 올해 1월 1일부터 3월 31일까지 1분기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176% 성장했다. 이 기간 건조기는 410%, 의류관리기는 263%, 무선청소기는 569%나 급증했다.
오픈마켓에서도 미세가전은 인기가 치솟고 있다. 옥션에 따르면 지난 2월 26일부터 3월 25일 사이 의류건조기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4배(294%) 가까이 스타일가전은 64% 매출이 늘었다. 공기청정기와 로봇청소기도 같은 기간 매출이 각각 80%, 28% 많아졌다.
생활용품 중에서는 황사마스크가 단연 인기 1위 제품이다. 관련 소품의 판매도 눈에 띄게 많아졌다.
KTH가 운영하는 T커머스 ‘K쇼핑’에서 지난 3월 26일과 27일 소개된 황사 방역마스크 상품은 각각 1억5000만원, 4억8000만원을 달성해 단 이틀 만에 총 주문액만 6억원 이상을 기록했다.
티몬에서도 지난 3월 23~28일 마스크 매출이 전월 동기보다 무려 1898% 증가했다. 특히 일반 마스크는 78% 늘어났다. 하지만 입자 차단 성능을 나타내는 ‘KF’ 지수가 표기된 인증 마스크는 783%로 매출이 크게 늘었다. 실내 공기 정화를 위한 공기청정기는 같은 기간 지난달 대비 매출이 648% 상승했으며, 스투키 등 공기정화기능이 있는 식물의 매출도 182% 늘었다. 외출 뒤 세정과 세안이 중요해지면서 손 소독제는 311%, 클렌징폼은 108% 매출이 뛰었다.
위메프에서는 지난 3월 23~26일까지 판매된 미세먼지 마스크는 전주(3월 16~19일)보다 54배(5314%), 한 장씩 뽑아 쓸 수 있는 일회용 마스크도 27배(2694%) 이상 판매가 급증했다. 휴대용 미세먼지 측정기는 7배(680%), 자동차 에어컨&히터 필터 역시 10배(967%) 각각 증가했다. 중소기업 마스크 전문기업의 아에르는 지난 23일 위메프에서 미세먼지 마스크를 1077개를 판매했지만 26일에는 19만1855개로 늘면서 지난 4일에만 총 26만5000개 이상의 미세먼지 마스크를 판매했다.
위생용품과 공기정화식물을 찾는 소비자들도 늘었다. 손 소독제 238%, 코 세척기는 116% 늘었고, 공기정화에 효과가 있는 숯은 33%, 공기정화식물인 스투키와 고무나무는 각각 34%, 13% 증가했다.
편의점이 상황도 다르지 않았다. GS25에서 3월 24~26일 마스크는 914.5%, 렌즈세정액는 29.1%, 답답한 목을 시원하게 해주는 목캔디나 호올스 등 민트캔디는 26.4%, 물티슈는 24.8% 상품 매출이 증가했다.
편의점 판매 생활 필수품 매출도 늘었다. 식사 대용으로 즐겨 찾는 식빵, 사과, 바나나는 각 273.6%, 119.6%, 62.5%로 폭발적인 매출 증가를 기록했으며, 생수 27.6%, 양곡(쌀) 24.1%, 계란 22.7%, 흰우유 17.8% 등도 매출이 늘었다.
GS25 측은 “편의점에서 특별한 이벤트나 행사 없이 전주 대비 20~30% 매출이 증가한 것은 이례적인 것으로 고객들이 심각한 미세먼지로 인해 외부 활동을 최대한 자제하면서 주말(24~25일)동안 집과 가까운 편의점을 이용하거나 주중(26일) 출퇴근 길 편의점에서 간단하게 쇼핑을 했기 때문이다”라고 분석했다.
온라인 쇼핑몰 GS fresh 역시 미세먼지로 매출이 크게 증가했다. 같은 기간 GS fresh 전체 주문금액은 전주 대비 74.8% 늘었다.
뷰티 제품도 미세먼지와 관련한 기능성 제품이 주목을 받았다. 지난 3월 16일에서 4월 15일까지 11번가에서 모공 속 노폐물을 씻어내는 ‘딥 클렌징’ 제품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68% 증가했고, 항균 효과가 있는 ‘토너’는 41% 더 많이 팔리는 등 피부 보호에 효과 좋은 ‘안티폴루션’ 제품이 베스트셀러가 됐다.
해당 기간 11번가에서 전월 동기 대비 가장 많이 팔린 ‘안티폴루션(Anti-pollution)’ 화장품은 ▲클리오 ‘더마토리 거즈패드’(각질제거) ▲커버코리아 ‘AHC 선스틱’(자외선차단) ▲해브앤비 ‘닥터자르트 더마클리어 마이크로 워터’(클렌저) ▲애경 ‘포인트 딥클린 스크럽폼’(클렌저) ▲아모레퍼시픽 ‘이니스프리 퍼펙트 UV 프로텍션 크림’(자외선차단) 등이 5위 안에 이름을 올렸다. 이어 ▲아모레퍼시픽 ‘에뛰드하우스 진주알 맑은 비비크림’(베이스 메이크업) ▲아로마티카 ‘사이프러스 더스트 클렌징 샴푸’(두피케어) ▲애경 ‘루나 마일드 쿠션’(베이스 메이크업) ▲아모레퍼시픽 ‘라네즈 안티폴루션 투톤 선스틱’(자외선차단) ▲아토팜 ‘리얼베이러 톤업 선블록’(자외선차단) 등이 뒤를 이었다.
잇단 미세먼지 ‘나쁨’에 코 건강 관련 기능식품과 일반의약품도 매출이 향상됐다. 코 스프레이 일명 ‘나잘 스프레이’ 시장이 성장해 2017년 211억원으로 전년에 비해 3.5% 증가했고 5년 전에 비해 13% 성장했다.
반면 봄을 맞아 특수를 기대했던 국내 여행·레저 업종들은 미세먼지 여파로 된서리를 맞았다. 일반적으로 매출이 크게 늘어나는 시기지만 위메프에서 봄꽃여행 상품 매출은 13% 감소했다. 국내여행 전체 매출 역시 7% 가량 감소했다. 대신 미세먼지를 피해 실내활동을 즐길 수 있는 키즈카페 매출은 18% 증가했다.
정영일 기자 (wjddud@next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