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이세돌과 인공지능(AI) 프로그램 알파고 바둑 대결 이후 영화 속에서 보던 AI가 우리 생활 곳곳에 침투하기 시작했다. 아직은 AI 수준이 그리 높지 않아 자연스런 소통에 어려움은 있지만 분명한 것은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여러 IT기업이 AI 관련 서비스를 속속 내놓는 상황에서, LG전자도 2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MWC에서 관련 서비스를 공개했다. '씽큐(ThinQ)'라는 이름의 LG전자 AI는 V30S에 기본 장착됐고, V30과 G6는 업데이트를 통해 지원하고 있다. 어떤 기능이 있을지 요모조모 살펴봤다.

김태우 넥스트데일리 기자 tk@nextdaily.co.kr

◇있으나 마나 한 '인공지능' 이제 그만

우리가 사용하는 스마트폰에는 AI 서비스가 적용돼 있다. 아이폰에는 시리가, 안드로이드폰에는 구글 어시스턴트가 제공되며, 삼성전자는 빅스비를 만들어 자사 갤럭시 시리즈에 도입했다. 하지만 대부분 사용자가 AI 서비스를 잘 쓰지 않는다. 처음 호기심에 몇 번 써보기는 하지만 이 후 가뭄에 콩 나듯 가끔 사용한다. 이유는 명확하다. 활용성이 높지 않기 때문이다.

스마트폰에 적용된 AI는 아직까진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이다. LG전자는 이를 고려해 AI를 스마트폰에 적용했다. 스마트폰 사용자가 가장 많이 사용하는 기능이 무엇인지 파악하고 이를 편리하게 쓸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AI가 맡는 것. LG전자는 이를 '공감형 AI'라고 부른다.

◇음성과 카메라에 집중

LG전자는 카메라 편의성을 높인 '비전 AI', 음성 인식기능 범위를 넓힌 '음성 AI' 두 가지에 집중했다. 음성 AI는 구글 어시스턴트에서 지원하지 않는 기능을 추가해 편의성을 높인 것이 특징이다. 구글 어시스턴트에 LG만의 편의 기능 음성 명령어를 23개에서 32개로 늘렸고, 스마트폰을 열지 않고 음성으로 기능을 실행할 수 있도록 'Q보이스'도 새로 적용했다.

카메라, 전화, 메시지, 날씨, Q렌즈 등 주요 기능에 대해 명령어를 실행하면 스마트폰을 열지 않고도 음성으로 제어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방금 온 문자 읽어줘” “뷰티 영화처럼 찍어줘” “Q렌즈로 검색해줘” 등 다양한 기능을 일일이 터치할 필요 없이 말만 하면 이용할 수 있다.

비전 AI는 세 가지 기능이 제공된다. 먼저 'AI 카메라'는 AI가 피사체를 분석해 적합한 촬영 모드를 추천해 주는 기능이다. △인물 △음식 △애완동물 △풍경 △도시 △꽃 △일출 △일몰 8개 모드 중 하나를 추천한다.

Q렌즈는 사진에 찍힌 피사체 정보, 관련 제품 쇼핑, QR 코드 스캔 등을 해주는 기능이다. 예를 들어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을 찍으면 AI가 해당 건축물을 파악해 관련 정보를 띄워준다. 제품명을 모르더라도 찍어서 해당 제품을 싸게 구입할 수 있는 정보도 얻을 수 있다. 마지막으로 '브라이트 카메라'는 촬영 환경 밝기를 분석해 자동으로 밝기를 조절하는 기능이다.

◇씽큐, 쓸 만할까

Q보이스는 구글 어시스턴트와 별도로 작동한다. 음성 설정을 한 후 '하이 엘지'라고 부르면 된다. 호출 반응은 나쁘지 않다. 가끔 반응하지 않을 때도 있지만 여타 AI 서비스도 상황은 비슷하다. 말만하면 셀카도 찍고 문자도 읽긴 하지만 솔직히 음성 명령은 잘 쓰이지 않는 방식이다. Q보이스 또한 마찬가지다. “사진 찍어줘”라고 하면 카메라가 켜지고 타이머가 작동해 3초 후 찰칵하지만 그냥 스마트폰에서 카메라 앱을 실행하는 것이 더 편하다. 언젠가는 음성이 더 편해질 날이 올까 싶다.

AI 카메라는 피사체를 비추면 화면 속 다양한 물체를 분석한 단어가 뜨기 시작한다. 이후 이를 바탕으로 적합한 촬영 모드를 추천한다. 개인적으론 스마트폰 촬영모드를 잘 쓰지 않는 편인데, 이를 자주 활용하는 이에겐 편리한 기능이다. 다만 화면을 분석하고, 촬영 모드를 추천하기까지 시간이 은근 걸린다.

Q렌즈에서 이미지 검색은 여행처럼 낯선 장소에서 유용하다. 여행지 건축물에 대해 알고 싶다면 사진 한 방에 관련 정보를 쉽게 찾을 수 있다. 쇼핑 검색은 촬영한 제품을 최저가로 구매할 수 있는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기능인데, 검색 결과는 극과 극이다. 특징이 명확한 제품, 잘 알려진 제품, 텍스트가 포함된 제품 등은 정확한 정보를 찾아준다. 예를 들어 책은 텍스트 정보가 있다 보니 잘 찾는다. 책 제목을 일일이 타이핑할 필요 없이 쉽게 찾을 수 있는 셈이다.

하지만 단순히 형태로 정보를 찾을 때는 정확도가 떨어진다. 빨간 구두를 찍어 검색했다면 이와 유사한 이미지를 검색해 비슷한 구두를 찾아서 보여주지만 형태가 명확하지 않으면 다른 결과를 보여주곤 한다.

브라이트 카메라는 그냥 찍었을 때보다 확실히 결과물이 더 밝게 나온다. 스마트폰에서 야간 촬영은 큰 약점 중 하나다. 제조사는 이를 극복하기 위해 광학식 손떨림 보정(OIS) 기능을 넣고, 조리개 수치를 높이는 노력을 하고 있다. 그런데도 야간 촬영은 여전히 어둡기 마련인데, LG전자는 AI를 활용해 더 밝은 결과물이 나올 수 있게 만들었다.

◇이제 시작일 뿐

LG전자 스마트폰의 씽큐 기능을 써봤다면 다소 실망했을지도 모르겠다. 편리함을 가져다주는 부분이 분명 있긴 하지만 아직은 기능이 설익은 상태다. 현재 다양한 AI 관련 서비스가 나와 있는 상태고 이를 경험해 본 많은 이가 아직은 쓰임새가 낮다고 판단하고 있다. 여기에 동의한다. LG전자 씽큐도 이 범주를 벗어나지 않는다.

영화에서 AI는 사람과 너무나 자연스럽게 대화를 나누고 명령을 실행한다. 이 정도 수준 AI가 나와야 사용자는 만족할지도 모르겠다. 다만 AI가 진화하기 위해선 데이터가 필요하다. LG전자는 비전 AI를 위해 이미지 분석 전문 업체와 손잡고 사진 데이터만 1억장 이상 분석하기도 했다.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더 많은 데이터가 필요하고 이런 데이터는 AI를 사용할 때 발생하는 데이터를 수집해 활용한다. 즉 AI 진화는 결국 사용자가 있기에 이루어질 수 있는 것이다. 아직 AI 수준이 낮더라도 빠르게 서비스를 시작할 필요가 있다. 씽큐 또한 마찬가지다. 경쟁사보다 다소 늦은 감이 있긴 하지만 하루라도 더 빨리 내놓은 것이 중요하다. 다행인 부분은 실생활에서 스마트폰을 좀 더 유용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AI 방향성을 잡고 있다는 점이다. 기술 과시가 아닌 진짜 필요한 AI 역할에 많은 고민을 한 것으로 생각된다. 1~2년 후 LG전자 AI는 어떻게 진화해 스마트폰에 적용될까. 씽큐, 앞으로가 더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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