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목받는 기업이 새 제품을 내놓으면 호평도 많고 혹평도 많다. 기대가 높은 탓도 있고 눈높이가 다양한 탓도 있다. 스마트폰 시장에서 삼성전자가 그런 위치에 있는 기업 중 하나다. 흥미로운 건 삼성전자가 신제품을 내놓으면 여러 아쉬움을 이야기하는 사람도 결론은 '그래도 잘 팔릴 거 같다'라고 이야기한다는 점이다. 그만큼 삼성전자 제품 완성도가 높아졌기 때문일 테다.

삼성전자 2018년 상반기 전략 스마트폰 '갤럭시 S9, S9+'가 나왔다. 이 제품 또한 출시되자마자 다양한 이야기가 오갔지만 판매량이 많을 거라고 예상하는 이가 많았다. 지난 2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MWC에서 잠깐 만져 본 갤럭시 S9+를 사용해 봤다. 김태우 넥스트데일리 기자 tk@nextdaily.co.kr

사진=삼성전자 뉴스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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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작과 같은 외형

먼저 외형을 살펴보자. 한마디로 전작과 달라진 부분은 없다. 갤럭시 S8과 S9을 나란히 놓아두면 구분을 할 수 없다는 말이다. 미묘한 변화는 있다. S8은 68.1×148.9×8.0㎜, 155g이지만, S9는 68.7×147.7×8.5㎜, 163g이다. 폭은 조금 더 넓어졌고 상하는 조금 짧아졌는데 무게는 더 무거워졌다. 이는 S9+도 마찬가지다. S8+는 73.4×159.5×8.1 ㎜, 173g이고, S9+는 73.8×158.1×8.5㎜, 189g이다.

눈으로 차이점을 찾을 수 있는 건 후면의 지문인식 센서 위치다. 전작은 카메라 바로 옆에 있지만 이번 모델은 위치를 옮겨 카메라 하단에 자리 잡고 있다. S8을 써본 사람이라면 느끼겠지만 지문인식 센서가 이상한 위치에 있어 많이 불편하다. 당시에도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었는데 결국 이를 수정했다. 제품 마감이나 색상 등 외형에서는 나무랄 데가 없다. 배터리 사건이 있긴 했지만 갤럭시 노트7 때부터 제품 마감이 무척 좋아졌다. 더 잘 만들 수 있을까 싶을 정도다. 단단하면서도 야무진 인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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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18.5:9 비율 화면비와 양옆 화면 테두리를 거의 없앤 디자인은 탁월한 선택이다. 이 덕에 5.8인치 S9은 물론 6.2인치 S9+도 한 손에 쏙 들어온다. 갤럭시 S8을 몇 번이나 만져봤지만 오랜만에 S9+를 쥐어보곤 다시금 놀랬을 정도다. 손으로는 6.2인치라고 느껴지지 않지만 화면을 켜면 널찍한 화면이 마음에 든다. 역시 화면은 커야 제 맛이다.

◇카메라, 카메라, 카메라

이번 제품에서 삼성전자가 가장 많은 공을 들인 부분은 카메라다. 언팩에서도 가장 많은 시간을 들여 발표했다. 갤럭시 S9+는 갤럭시 노트8에 이어 S 시리즈 처음으로 듀얼 카메라가 쓰였다. 1200만 화소 듀얼 픽셀 '광각 카메라'와 '망원 카메라'가 장착됐다.

2개 카메라 모두 광학 손떨림 방지 기능이 적용됐고 특히 듀얼 조리개가 적용돼 있어 F1.5와 F2.4로 조리개를 조절할 수 있다. 소프트웨어가 아닌 하드웨어로 구현한 기능이다. 어두운 공간에서는 조리개를 열고 밝은 야외에서는 조리개를 줄여 빛의 양을 조절한다. 조리개는 사용자가 직접 수동으로 선택할 수도 있지만 자동으로도 작동한다. 다만 자동 모드에서는 100럭스 이상에서 F2.4로 고정된다. 수동으로 조리개를 바꿔보면 F1.5일 때 배경 흐림이 더 심해지는 걸 볼 수 있다.

스마트폰 카메라는 공간의 한계로 고정 조리개를 보통 쓴다. 어두운 곳에서 더 밝은 사진을 얻게 하려고 조리개 수치를 낮추는 것이 일반적이다. 조리개 수치(F값)가 낮을수록 더 많은 빛을 받아들인다. 그럼 점에서 2개 조리개를 스마트폰에서 구현했다는 점은 놀라운 점이긴 하지만 F1.5와 F2.4의 차이가 그다지 느껴지지 않았다. 듀얼 조리개는 광각 카메라에만 적용돼 있다.

듀얼 조리개와 함께 또 다른 하드웨어 변화로는 '슈퍼 슬로 모션'이 있다. 초당 960fps 초고속 동영상 촬영 기능인데, 기존 120fps, 240fps보다 더 빠르게 촬영된다. 즉 기존 슬로 모션보다 더 느린 영상을 만들 수 있다. 잘만 찍으면 우유가 떨어질 때 생기는 왕관 모양도 촬영이 된다.

사진=삼성전자뉴스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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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고속 영상 촬영은 고가 카메라 장비가 있어야 할 수 있었지만 기술 발전으로 이젠 스마트폰에서 구현된다. 사실 슈퍼 슬로 모션은 이미 소니가 작년에 스마트폰에 적용한 기능이다. 이름마저 똑같다. 갤럭시 S9은 720p 해상도이지만 올해 소니는 이를 1080p 해상도로 개선까지 했다. 문제는 일상 생활에서 슈퍼 슬로 모션의 활용도다. 아직 장기간 사용해 본 것이 아니라 속단하긴 이르지만 '과연 자주 쓰일까'란 질문에 긍정적인 답변이 나오지는 않는다.

◇나만의 이모지

문자나 카톡 등에 다양한 이모지가 쓰인다. 보통 유명한 캐릭터나 동물, 연예인 등이 이런 이모지 주인공이 되는데, 나를 주인공으로 한 이모지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다들 한 번쯤은 해봤을 터. 이번에 새롭게 추가된 'AR 이모지'는 무척 재미있는 기능이다. 카메라로 얼굴 사진을 찍으면 해당 사진을 분석해 3D를 만들어 준다. 나만의 캐릭터를 순식간에 만들 수 있다. 게다가 캐릭터를 화면에 띄운 채 말을 하거나 표정을 지으면 캐릭터가 그대로 따라 한다. 단순 음성 메시지를 보내는 것이 아닌 나의 분신으로 상대방에게 말을 할 수 있다. 또 이 아바타를 활용해 이모지까지 생성된다. 문자나 카톡에 나를 닮은 캐릭터 이모지를 보낼 수 있다는 말이다. 이모지를 보낼 때마다 감정이입이 된다고나 할까.

사진=삼성전자뉴스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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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는 기어 VR, 360 카메라 등을 직접 만들 만큼 가상현실(VR)에 관심이 많다. AR 이모지는 그 연장선으로 볼 수 있다. 갤럭시 S9+으로 만든 3D 아바타를 활용해 AR, VR, MR 콘텐츠를 만들 수 있다. 내 캐릭터가 게임 주인공이 되고 가상 캐릭터를 사용해 상대방과 대화를 나눌 수도 있다. 어렵게 느껴지던 MR에 스마트폰으로 좀 더 친숙하게 접근할 수 있게 됐다.

물론 아쉬움은 있다. 표정을 따라 하는 캐릭터 움직임은 부자연스럽고 얼굴 특징을 반영한 아바타는 다소 못나 보이는 부작용이 있다. 나만 그런 줄 알았는데 주변 대부분이 비슷한 반응이다. 더 멋스럽게 아바타가 생성될 수 있도록 연구가 필요해 보인다.

◇진화한 갤럭시

갤럭시 S9+는 분명 완성도 높은 제품이다. 슈퍼 아몰레드 디스플레이를 채택했고, 4K 영상에서 화질을 끌어올린 HDR도 지원한다. 여기에 두 개 스피커를 적용해 사운드를 보강했다. 하만 그룹의 AKG에서 사운드 튜닝을 맡았고 돌비 애트모스를 넣어 영상 감상 시 입체감있는 사운드를 즐길 수 있다.

홍채 인식은 얼굴 인식과 더해 하나로 묶었다. 어두운 곳이거나 얼굴이 가려져 있으면 홍채로 일반적인 상황에서는 얼굴 인식이 작동해 편해졌다. 이런 소소한 변화에 대대적인 카메라 개선으로 전작보다 진화한 S9+를 만들어 냈다.

사진=삼성전자 뉴스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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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는 삼성전자라는 이름에 거는 기대가 큰 탓인지 실망도 없진 않다. 그런데도 갤럭시 S9+는 현재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중에서 가장 완성도가 높은 제품이라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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