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모닥불
아침 모닥불

오랜만에 소음 없이 잘 잤다. 새소리 외에는 들리는 것이 없다. 네팔에서 드문 일이다.

식당으로 가니 잭이 모닥불 옆에서 커피를 마시고 있다. 우리를 보더니 차와 커피를 권하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붙인다. 잘생긴 영국청년이 붙임성이 좋다. 잭은 오늘 비행기타고 카트만두로 갈 거란다.

몰리가 와서 오늘 하루 우리의 일정을 이야기해준다. 오전에는 지프 사파리 갔다가 오후에는 보트타기로 했다. 사우라하에서 다 한 것들이지만 장소가 다르니 경치나 볼 것들이 다를 듯싶다.

아침은 영국식 아침이다. 순서에 맞춰 고급스럽게 나온다. 네팔에서 영국식 가정식을 정식으로 먹기는 쉬운 일이 아니다. 커피도 맛있고 짜이도 맛있다.

지프
지프

아침 먹고 지프사파리를 시작했다. 지프를 타고 강으로 가서 카누로 강을 건너서 다시 다른 지프로 갈아탔다. 다니가 앞에 타서 동물을 찾고 몰리가 뒤에 타서 이런저런 설명을 해준다.

몰리설명에 따르면 다니는 영국여왕과 다이애나왕세자비의 가이드도 했었단다. 헨리 클린턴도 가이드 했었단다. 몰리에게 타이거탑스주인이 네팔사람이냐고 물었더니 잭이 주인이란다. 선대 주인이 4명에게 지분을 나누어주고 잭이 일부 소유하고 있단다. 어쩐지 직원치고 거만하다 싶었다.

다니가 설명
다니가 설명

영국인이 주인이다 보니 모든 것이 영국식이다. 마치 영국식민지시대의 귀족대접을 받는 기분이다. 영국인들이 이곳에서 묵으면 과거로 여행하는 기분일 듯싶다. 투어도 일반 투어 샵에서 하는 것과 다르다. 우리 두 사람을 위해 모든 것이 대기 중이다. 리조트에서 출발할 때는 기사가 대기 중이고 강에 도착하면 배가 대기 중이다. 강을 건너면 또 다른 기사가 대기 중이다.

지프사파리는 사우라하에서 다닌 곳과는 확실히 다른 분위기다. 다른 지프는 들어오지 않는 곳이란다. 우리 두 사람만 드넓은 정글을 차지한 것이라고 몰리가 자부심 가득한 듯 설명한다.

사슴을 유난히 많이 만났다. 원숭이도 나무에 주렁주렁 달렸다. 간혹 코뿔소가 보이고 정글 닭도 숲속을 날듯이 뛰어다닌다. 내 똑딱이 카메라로는 움직이는 동물들을 찍기가 어렵다.

호랑이 영역 냄새
호랑이 영역 냄새

다니가 호랑이 발자국을 발견했다. 다녀간 지 오래되지 않았단다. 발자국을 따라 추적하니 나무에 영역표시를 해놓기까지 했다. 냄새를 맡아보라고 해서 맡아봤다. 호랑이는 개와 달리 영역표시를 할 때 뒤쪽으로 대포를 쏘듯이 쏜단다. 호랑이가 뭔가를 추적해서 결투한 흔적이 있다.

다시 정글을 돌고 돌아서 호텔로 돌아왔다. 점심이 정원에 준비되어있다. 오늘 점심도 네팔식인데 어제와는 내용이 다르다.
네팔정식이 인도정식과 비슷한 듯 다르다. 라씨를 시켜서 같이 먹었다. 우리 두 사람 점심을 4명이 시중 든다. 영국식민지시대 귀족이 된 기분이다.

사슴가족
사슴가족

점심 먹고 잠시 쉬었다가 배 타러 갔다. 지프를 타고 한참 북쪽으로 가는 도중에 새로운 가이드가 새와 동물들을 찾아준다. 중간에 들른 호수가 아름답다. 다시 들른 강바닥에서 코뿔소를 만났다.

다시 북쪽으로 달려서 강가로 나가니 보트가 대기 중이다. 보트에 다니와 함께 탔다. 젊은 가이드와 지프는 우리를 내려주고 떠난다.

사우라하 카누와는 풍경이 다르다. 나라야니강은 네팔3대강이란다. 남쪽으로 흘러서 갠지스 강과 만난단다. 바라나시의 갠지스강폭보다 더 넓어 보인다.

유유자적 새들이 날아오르는 모습도 보고 악어도 봤다. 고기 잡는 어부들도 보고 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도 본다. 고요하고 한적한 강에서 배에다 몸을 싣고 있으니 여기가 네팔이 맞나싶다.

드디어 지프가 기다리는 곳에 도착했다. 배에서 내려서 지프로 갈아탔다. 지프타고 마중 나온 직원들이 보트투어가 어땠는지 묻는다. 판타스틱 했다고 답했다.

호텔로 와서 방으로 와서 저녁이 준비될 때까지 쉬었다. 노는 것도 힘들다. 쉬다가 뒹굴다가 저녁시간이 되어서 식당으로 갔다. 모닥불이 피워져있는 식당에서 저녁을 먹었다. 여전히 우리 두 사람을 위해서 여러 명의 직원이 서빙 한다. 처음엔 어색하더니 이젠 즐기게 되었다.

오늘 저녁은 포크커틀릿이 메인이다. 네팔에서 돼지고기는 처음 먹어본다. 가죽처럼 질긴 소고기보단 낫다. 정글 속 대형 다이닝 홀에서 단둘이 여러 명의 시중을 받으며 저녁 먹는 기분이 썰렁하다. 유령의 집에 초대받은 기분이다.

허미경 여행전문기자(mgheo@nextdaily.co.kr)는 대한민국의 아줌마이자 글로벌한 생활여행자다. 어쩌다 맘먹고 떠나는 게 아니라, 밥 먹듯이 짐을 싼다. 여행이 삶이다 보니, 기사나 컬럼은 취미로 가끔만 쓴다. 생활여행자답게 그날그날 일기 쓰는 걸 좋아한다. 그녀는 솔직하게, 꾸밈없이, 자신을 보여준다. 공주병도 숨기지 않는다. 세계 각국을 누비며 툭툭 던지듯 쏟아내는 그녀의 진솔한 여행기는 이미 포털과 SNS에서도 두터운 팬층을 확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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