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발
출발

오늘은 이번 여행의 하이라이트인 타이거탑스로 가는 날이다. 하루에 350불짜리 럭셔리텐트를 2박3일 예약했다. 텐트에서 하룻밤 보내는 것이 뭐가 그리 비싼지 이해가 안 되지만 한번 자봐야 알일 이다.

호텔에 차량을 부탁했다. 타이거탑스로 간다고 하니 다들 놀란다. 예약했냐고 묻는다. 가이드 비크람이 얼마에 했냐고 묻는다. 말해주니 역시나 하는 표정이다.

아침 먹는 식당에서도 매니저가 타이거탑스로 가냐고 묻는다. 그렇다고 하니 엄지를 세워준다. 가봤냐고 물으니 근처에는 가봤는데 안에는 못 들어가 봤단다. 나도 어떤 곳인지 궁금해서 예약한 거다.

오래전 인도친구가 치트완에 가면 타이거탑스에 묵는 것이 좋다고 추천받은 건데 비싸도 너무 비싸다. 유럽이나 한국의 글램핑보다 더 비싼 캠핑이라니 이해가 안 된다. 네팔물가에서 누가 묵는지 궁금하다.

텐트 숙소
텐트 숙소

출발하려고 차에 올라타니 가이드 비니가 동승한다. 투어도 아닌데 같이 가준다니 의아하다. 가면서 타이거탑스는 처음 가본다고 하면서 기사와 놀망놀망 간다. 간혹 우리한테 이야기를 건네기도 하는데 중요한 내용은 없다.

드디어 타이거탑스에 도착했다. 입구가 굳게 닫혀있다. 잠시 후 경비가 나오더니 확인하고 문을 열어준다.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짐은 직원에게 맡기고 매니저가 우리를 안으로 안내한다. 비니도 따라서 덜렁덜렁 같이 안으로 들어갔다.

안쪽으로 들어가니 백인여자가 나오더니 인사를 한다. 인사를 나누고 사무실로 들어갔다. 비니도 따라 들어가고 싶어 하는데 백인여직원이 예약했냐고 묻더니 단호히 돌려보낸다. 할 수 없이 비니와 인사를 나누었다. 비니가 타이거탑스내부를 보고 싶었던 모양인데 안됐다.

롯지숙소
롯지숙소

백인여자는 영국에서 온 몰리란다. 몰리는 타이거탑스에 대한 소개를 하고 방으로 안내한다. 롯지예약이 다 차서 할 수 없이 텐트를 예약했었는데 리조트전체에 손님이 우리밖에 없어서 업그레이드해서 롯지룸을 준단다. 왠지 낚인 기분이다. 분명히 롯지룸은 솔드 아웃이었다. 롯지나 텐트나 가격차이가 크지 않기는 했다.

돌아보니 텐트는 실망스럽다. 텐트 예약 받아서 롯지로 업그레이드해주는 전략인 듯싶다. 하여간 롯지룸은 그럭저럭 괜찮은 편이다. 춥다고 하니 히터를 가져다 틀어준다.

2박3일 액티비티와 식사가 숙박비에 다 포함되어 있단다. 네팔물가로는 터무니없는 가격이긴 하지만 유럽인들이나 일본인들은 그런대로 수긍할만한 금액이다. 근데 리조트전체에 손님이라곤 우리밖에는 없다.

직원도 여러 명이다. 몰리와 함께 영국인 잭과 뉴질랜드인 남자직원이 있고 그 외 식사담당 정원청소부 룸 담당 등 눈에 보이는 직원이 대충 10명이 넘는다. 유지가 되는 것이 신기하다.

레스토랑
레스토랑

정원에서 식사
정원에서 식사

점심을 정원에 차려준다. 네팔식 정식으로 준비해주는데 먹을 만하다. 망고절임이 맛있다. 따뜻한 햇빛아래서 먹으니 더 맛있다. 잭이 우리 옆 식탁에서 식사를 한다. 손님 같기도 하고 직원 같기도 하고 애매하다.

점심 먹고 잠시 쉬고 정글트래킹을 나섰다. 몰리와 정글가이드 다니가 동행한다. 지프를 타고 정글입구에 도착했다. 호텔에서부터 같이 출발한 코끼리 4마리와 함께 걷는다.

코끼리와 인사
코끼리와 인사

타이거탑스에서 기르고 있는 코끼리가 12마리 있단다. 코끼리 등에 타지 않고 함께 정글을 걷는 것이 특이하다. 2마리가 앞장서고 다니와 몰리가 우리를 호위하고 뒤에서 2마리가 따라온다. 한참 가다보니 이유를 알게 되었다. 코끼리가 우리를 호위 해주는 것이다.

한참 걸어서 마른 강바닥에 도착했다. 전망대에 올라서 한참 보는데도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다시 내려와서 정글을 걷는데 뒤쪽 코끼리에 탄 기수가 사인을 보낸다. 다니가 숨죽이고 따라오란다.

코뿔소가 달려간다
코뿔소가 달려간다

마른 강바닥에 코뿔소가 3마리 보인다. 한마리가 다른 한 마리를 무서운 속도로 쫓아간다. 쫓아가던 코뿔소가 등에 올라타더니 짝짓기를 시작한다. 다니의 말에 의하면 한 시간 이상 한단다.

다른 한 마리는 암 코뿔소의 새끼인데 어미코뿔소가 갑자기 성폭행당하는 바람에 혼자 놀고 있다. 착하게도 새 친구와 잘 놀고 있다. 어미가 끝장 볼 때까지 기다릴 수밖에 없는 모양이다.

사나와 보이는 수컷이 또 한 마리 나타났다. 암놈을 찾아 냄새를 맡듯 킁킁거리며 돌아다니다가 새끼를 발견하고는 다시 돌아선다. 30분이 상을 지켜보았다. 짝짓기 중이던 암수는 조금씩 움직이더니 풀숲사이로 사라졌다. 새끼는 여전히 그 자리에서 꼼짝을 안한다.

전망대에서 내려와서 다시 정글숲을 걸었다. 다니가 호랑이 발자국을 찾아준다. 자칼 사슴 코뿔소 발자국이 죄다 다르다. 암수 따라 다르기도 하다. 내 눈에는 그것이 그것 같은데 다니는 신기하게도 구별한다.

정글을 3시간이상 걸어서 지프 있는 곳으로 왔다. 지프기사가 대기 중이다. 타고 코끼리들과 함께 호텔로 돌아왔다.

샤워하고 저녁 먹으러 식당으로 갔다. 모닥불을 준비해놓고 불을 붙여준다. 따뜻한 모닥불 옆에 앉아있는데 팝콘과 야채튀김을 간식으로 내온다. 남편은 커피를 나는 레몬그라스티를 마셨다.

간식을 먹고 있는 사이 저녁이 준비되었단다. 저녁은 양식이다. 시금치크림스프가 맛있다. 닭고기스튜와 샐러드 등등 다 맛있다. 디저트로 나온 초코푸딩은 한입에 흡입했다. 오랜만에 제대로 된 저녁을 먹었다.

해가 넘어간다
해가 넘어간다

잭이 와서 더 필요한 것이 없냐고 하더니 풋고추를 챙겨준다. 직원마다 우리 식탁에 들러 오늘 하루가 어쨌냐고 묻는다. 다들 관심사가 하나다. 얼마나 많은 동물을 봤냐고 물어본다.

침대의 핫팩 두개
침대의 핫팩 두개

방으로 와서 침대를 들쳐보고 깜짝 놀랐다. 핫백을 두개 넣어놓았다. 감동이다. 아직은 왜 비싼지 잘 모르겠지만 뭔가 특별한 대접을 받는 느낌은 든다.

허미경 여행전문기자(mgheo@nextdaily.co.kr)는 대한민국의 아줌마이자 글로벌한 생활여행자다. 어쩌다 맘먹고 떠나는 게 아니라, 밥 먹듯이 짐을 싼다. 여행이 삶이다 보니, 기사나 컬럼은 취미로 가끔만 쓴다. 생활여행자답게 그날그날 일기 쓰는 걸 좋아한다. 그녀는 솔직하게, 꾸밈없이, 자신을 보여준다. 공주병도 숨기지 않는다. 세계 각국을 누비며 툭툭 던지듯 쏟아내는 그녀의 진솔한 여행기는 이미 포털과 SNS에서도 두터운 팬층을 확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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