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등 국내 대형 항공사들이 외국 항공사나 저가 항공사와 협약을 맺고 해당 항공사의 비행기를 이용하도록 하는 공동운항(코스셰어)편이 확대하면서 항공료 부분에서 이들 대형 항공사들이 폭리를 취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노선에 대해 해외항공이나 저비용 항공에서 비행기표를 구매할 경우 평균 54%, 크게는 최고 3배까지 가격차이가 나고 있는 것이다.

소비자문제 연구소 ‘컨슈머리서치(대표 최현숙)’는 22일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공동운항으로 판매하는 항공편의 가격을 조사한 결과 실제 운항을 맡은 항공사가 자체 홈페이지 등에서 판매하는 것보다 평균 54% 더 비싼 것으로 조사됐다고 전했다.

조사 대상 노선은 여행가격비교사이트 ‘스카이스캐너’가 2017년 한국인이 검색한 항공권 약 6000만건을 분석한 결과 검색량이 많았던 일본의 오사카·도쿄·후쿠오카·오키나와, 태국 방콕, 베트남 다낭, 홍콩, 대만 타이베이, 필리핀 세부, 미국 괌, 싱가포르 등 11개 지역 노선을 대상으로 했다고 한다.

이 중 지난 2월 20일 검색 기준으로 5월 28일 출발해 6월 3일 돌아오는 항공권 중 대한항공은 4개, 아시아나항공은 7개 노선에서 공동운항편을 운영했다.

이번 조사는 각 홈페이지에서 제시하는 ‘최저가’를 기준으로 하되 최저가가 이미 마감된 경우에는 ‘상위 운임’을 기준으로 했다.

대한항공은 34편 중 16편(47.1%)으로 양 항공사 모두 절반 정도는 공동운항으로 운영하고 있었다. 아시아나항공은 이들 11개 노선 53편 중 27편이 공동운항이었다.

대한항공 인천-타이베이 노선에서 공동운항편인 중화항공과의 가격차가 17만9000원에 달했다. 대한항공에서 구매할 경우 45만6200원이었지만 중화항공 홈페이지에서는 27만7200원에 판매하고 있었다. 같은 노선 공동운항편인 진에어와의 가격차는 3만9800원에 불과했다.

아시아나항공 인천-싱가포르 노선의 경우 아시아나항공 홈페이지서 예약하면 142만원이었지만 싱가포르항공서 직접 구매할 경우 51만5900원으로 3배 가까이 비쌌다. 인천-타이베이 노선에서도 48만8200원을 받았지만 공동운항사인 에바항공은 25만7200원으로 2배 가까운 가격차가 났다.

국내 저비용항공사와의 공동운항보다 해외 운항사와의 가격차가 더 컸다.

문제는 대부분의 소비자들이 공동운항 항공권을 대형 운항사에서 직접 구입할 경우 실제로는 저비용 항공이나 해외 항공이 운항하는 비행기에 탑승하게 된다. 대부분의 소비자들은 가격 차이가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비싼 값으로 대형사에서 그대로 항공권을 구매한다. 운항사의 가격을 검색하더라도 가격 체계가 워낙 복잡해 비교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최현숙 컨슈머리서치 대표는 “공동운항이더라도 항공권 판매사와 운항사가 다를 경우 가격차가 크게 발생할 수 있으므로 꼼꼼히 비교해 선택해야 손해를 보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정영일 기자 (wjddud@next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