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어느 시절을 살고 있는가? 우리 함께 2018년에 존재하는데 당신은 혹시 2010년쯤에 멈춰 있는 것은 아닌지, 아니면 남다른 호기심의 얼리 어답터로 2020년쯤에 다가가 모험을 즐기고 있는 것은 아닌지 궁금할 따름이다. 며칠 전 만난 택시 기사가 무인택시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며 자신이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모르겠다고 한숨을 쉬는 모습은 오히려 고무적이었다. 무인매장, 무인호텔, 무인주차장, 로봇기자… 갑작스러운 세상의 변화에 무기력하게 당하는 노동자보다는 고민하는 이가 많을수록 희망적이지 않겠는가?

엘빈 토플러는 1970년에 출간된 ‘미래 쇼크(Future shock)’에서 중세의 지도에 대해 언급했다. 부정확하고 오류투성인데다 지구 표면에서 바다는 거의 찾아볼 수 없었던 형편없는 지도에 관한 이야기다. 반세기 전 사람들이 씁쓸한 미소를 자아낸 그 지도마저 없었더라면 위대한 탐험가들이 신대륙을 발견할 수 있었을까? 원주민의 입장에서 결코 신대륙일 수 없는 씁쓸함은 유보하고라도 과거의 지도 제작자들에게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우리는 여전히 중세의 지도 제작자들처럼 미래를 꿈꾸며 살아가야 한다.

팀 오라일리(Tim O'Reilly)의 역작 <왓츠 더 퓨처; What's The Future-It's Up To Us>는 회고록, 경영서적, 논쟁거리라는 특이한 조합으로 완성된 책이다. 이미 우리들의 곁에 와 있는 미래를 인식하지 못한 사람들에게 권장할만한 명저다. 문사철(文史哲)을 겸비한 해박한 지식과 넓은 IT 인맥을 동원한 풍부한 경험이 이미 미래에 도달해 있는 수많은 사람들의 사례를 들어 인간 증강이라는 구체적인 증거들을 소환한다. 20세기 후반부터 시작된 기술 발전과 사회 변화의 핵심을 복기하며 미래 사회의 정교한 지도를 그려나간다.

“미래는 이미 여기에 와 있다. 아직 모든 사람이 인식하고 있지 못할 뿐이다.” - 61쪽

원문이 ‘The future is already here. It’s just unevenly distributed.’인 이 아름다운 문장은 윌리엄 깁슨의 데뷔작 ‘뉴로맨서(Neuromancer)’에 나오는 말로 이 책에서 반복적으로 인용된다. 정치 신인 안철수가 18대 대선 출사표에 언급한 뒤로 유명해졌지만 여전히 새로운 자극을 준다. 현실에 안주하는 이들에게 어서 미래를 받아들이라고 설득하는 지루하지 않은 명문이다. 두꺼운 원서를 ‘바른번역’ 소속 역자 세 사람이 동시에 투입되어 파트별로 번역하느라 같은 문장이 각자의 스타일로 살짝 다르게 해석된 점도 이채롭다.

“미래는 여기에 있다. 다만 아직 골고루 분배되지 않았을 뿐이다.” - 472쪽

살면서 두려움을 느끼는 것은 다가오는 일을 예측할 수 없기 때문이다. 세상은 미래에는 인간 직업의 상당 부분이 인공지능과 첨단기술로 대체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두려움에 떨고 있는 사람들은 이러한 소식들에 더욱 더 긴장하며 디스토피아의 미래를 상상한다. 두려운 마음에 오피니언 리더들을 바라보면 너도나도 ‘4차 산업혁명’과 ‘인공지능’을 이야기하지만 정작 그 개념을 정확히 설명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이 책의 표지에도 원서에 없는 ‘4차 산업혁명과 우리의 미래’라는 부제가 붙어 있어 독자를 떨게 한다.

“미래는 여러 가지 이름을 가지고 있다. 약한 자들에게는 불가능이고, 겁 많은 자들에게는 미지이며, 용기 있는 자들에게는 기회다.”라고 빅토르 위고가 말했다. “미래를 예측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미래를 만들어내는 것이다.”고 앨런 케이가 말했다. “나는 미래가 어떻게 전개될지는 모르지만, 누가 그 미래를 결정하는지 알고 있다.”고 오프라 윈프리도 말했다. 당신의 미래는 누가 결정하는가? 바로 당신 자신이다. 스스로 바꿀 수 있는 영역과 바꿀 수 없는 영역이 있다면 외적인 변수를 핑계 대지 말고 스스로 가능한 만큼 미래를 만들어 가야 한다.

“인공지능의 핵심은 자율학습으로, 이는 세심한 훈련 없이 인공지능이 스스로 배우는 것을 말한다. 이런 자율학습이 엄청난 관심을 불러일으키게 된 계기는 딥마인드의 제작자가 자신들의 ‘알고리즘이 미가공 경험이나 데이터에서 직접 스스로 배울 수 있다’라고 주장하면서부터다. 2014년에 구글은 딥마인드를 통해 인공지능이 아타리 컴퓨터 게임을 관찰만 해도 다양한 게임의 규칙을 배우는 것을 본 후 5억 달러에 딥마인드를 사들였다. 그 후 알파고가 세계 바둑 최고수인 이세돌을 이겨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킨 사건은 인공지능의 이정표가 되었다.” - 264쪽

인공지능 로봇 알파고가 20년은 더 걸릴 것이라는 예상을 뒤엎고 세계 최고의 바둑기사를 이겼다. 35달러짜리 초소형 초저가 개인용 컴퓨터 라즈베리 파이(Raspberry Pi)에 탑재된 인공지능은 전투 시뮬레이션에서 공군 전투기 조정사를 가르치는 미국 최고의 트레이너를 이겼다. 세계에서 가장 큰 헤지펀드는 자사 인력의 고용과 해고를 포함한 의사결정의 3/4을 인공지능에 일임하겠다고 공표했다. 옥스퍼드대학의 연구자들은 20년 내에 화이트칼라를 포함한 인간 직업의 47%가 기계와 컴퓨터로 대체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도대체 미래는 어떤 모습일까?

한치 앞도 모르는 인생이지만 운칠기삼(運七技三)이라는 요행에 의존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빅데이터, 알고리즘, 집단지성, 상품이 아닌 서비스로서의 소프트웨어, 기계학습과 인공지능 등이 여전히 미래를 여는 원동력이 아니겠는가. 구글이 정보화 시대를 정의하는 회사라면, 페이스북은 소셜미디어 시대를 정의하는 회사다. 구글의 자리를 호시탐탐 노리며 콘텐츠를 찾아 공유하는 대체 라우팅 시스템을 한 꺼풀씩 벗겨나가는 페이스북의 도전은 흥미롭다. 앞으로 또 어떤 알고리즘이 우리를 놀래킬까? 도대체 미래는 어떤 모습일까?

톰 스토파드의 희곡에 나오는 유니콘 우화는 한 남자가 우연히 유니콘을 보고 놀라는 것으로 시작된다. 두 번째 남자도 놀라지만, 세 번째 남자부터는 놀라움이 약해졌고, 유니콘을 발견한 네 번째 남자는 덜 놀라게 된다. 그렇게 목격자가 많아질수록 놀라움이 약해지고, 유니콘을 본 사실은 점점 그럴싸한 사실로 자리 잡혀가다가 결국 누구나 보편적으로 경험하는 사실로 정리된다. 획기적인 발견과 발명은 그런 것이다. 사람들에게 순간적인 공포감을 안겨주기도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 익숙해지고, 한때 마술 지팡이에서 졸지에 평범한 막대기가 되어버린다는 교훈이다.

수십억 명이 아무런 의심 없이 사용하는 ‘리눅스’도 원래는 유니콘이었다. 한때 중앙이 아닌 곳곳에 흩어진 프로그래머로 구성된 커뮤니티들이 세계 정상의 운영체제를 구축하고 이를 무료 배포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처럼 보였는데 말이다. 자동차도 한때는 유니콘이었다. 아이폰도 유니콘이었다. 요새 아이패드 광고는 보다 명확하다. 모든 것을 아이패드와 함께하는 꼬마가 잔디밭에서 뒹굴며 놀고 있을 때, 옆집 어른이 “컴퓨터로 지금 뭐하니?”라고 묻자, “컴퓨터가 뭐예요?”라고 대답한다. 마치 처음부터 존재했던 기술인 양 사용하는 세대의 등장인 것이다.

인공지능 상품으로서 애플 시리나 구글 어시스턴트, 아마존 알렉사는 인간과 유사한 수준으로 대화가 가능하여 우리를 깜짝 놀라게 했다. 하지만 그들은 현명하게 프로그래밍 된 시스템일 뿐 실제로 똑똑한 것은 아니다. 디지털 플랫폼의 토대가 되는 알고리즘을 이해하기 위해 우버, 리프트, 에어비앤비, 아마존, 애플, 구글, 페이스북의 성공사례를 살펴볼 수 있는 이 책의 친절함이 좋다. 완벽해 보이는 현재의 아이디어들도 과감히 포기할 수 있어야 미래를 진정으로 이해할 수 있다. 알고리즘 시스템이 새 서비스를 형성해 가는 방법을 파악하는 것이 핵심주제다.

“먼 훗날 경제사학자가 우리 시대를 뒤돌아본다면, 왕에게 신성한 권력이 있다고 믿은 조상을 우습게 여기면서도 정작 자신은 자본의 신성한 권력을 숭배한 모습에 얼굴을 찌푸릴 것이다. 경영자들이 저임금 국가로 일자리를 옮기거나 노동자를 기계로 대체하기로 할 때, 그리고 정치인들이 이른바 시장 때문에 기업에 최저생활 임금을 지급하라고 요구하지 못한다고 주장할 때, 이들은 경제 법칙을 따르고 있을 뿐이라는 핑계를 댄다.”- 387쪽

2001년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조지프 스티글리츠는 2011년 한 잡지에 링컨의 연설문을 연상 시키는 “1%의 1%에 의한 1%를 위한‘이라는 제목의 칼럼으로 현실 경제를 비판했다. 저자는 사람이 중요하다는 새로운 규칙을 끊임없이 강조하며 시대를 넘나들며 정치, 경제 분야의 석학과 자본가들의 말을 인용하며 더 나은 미래를 위한 질문들을 꺼낸다. 케인스의 이야기도 그렇고, 토마 피케티가 제안한 부유세 도입도 고민해 볼 일이다. 낙후된 시스템의 상징인 정부도 미래의 비즈니스 구현에 예외일 수는 없을 것이다.

스티글리치는 19세기 중반에 미국의 민주주의를 연구한 ‘알렉시스 드 토크빌’의 글을 인용해 ‘상대를 보살피는 일은 영혼에만 좋은 게 아니라 사업에도 좋다’는 점을 강조했다.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지금 당장 스스로에게 이로운 것을 원한다. 좁은 범위를 벗어나 생각해보면 그것은 참으로 어리석은 생각이다. 오늘날 경제에서 실패한 하나의 규칙으로 인간 노동을 비용으로만 본 것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노동자는 곧 소비자다. 공공복지에 관심을 쏟는 것이 사실은 자기 자신의 궁극적 복지를 이룰 전제 조건이라는 사실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우리의 미래에 영향을 주는 중요한 변수라고 소개되는 인공지능이 실제로 우리들의 삶을 어떻게 변화시키게 될지 자신 있게 예상할 수 있는 사람도 많지 않다. 현재는 놀라운 것이지만, 곧 익숙한 것이 될 것이다. 인공지능이 진정으로 자율적인 지능 발휘하는 것은 먼 미래에나 가능해질 선택 사항이다. 결국 인공지능도 인간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따라 그 발전 방향이 좌우되는 것이다. 제프 베조스는 직원들에게 ‘흐름에 맞서는 일은 미래에 맞서는 것이니, 그 흐름을 받아들여 순풍을 타자.’고 제안했다.

2017년 3월에 열린 아마존 전체 회의에서 제프는 임직원에게 “지금도 여전히 우리에게는 첫날입니다”라고 계속 상기시켰다. 질의응답 시간에 한 직원이 물었다. “둘째 날에는 어떤 일이 벌어집니까?” 제프는 몇 주 뒤 주주에게 보내는 연례 편지에서 그 내용을 언급했다. “둘째 날은 정지 상태입니다. 그 다음에는 무책임이 나타납니다. 그 다음에는 살을 에듯 뼈아픈 쇠퇴가 이어지고, 결국 죽음을 맞이합니다.” - 539쪽

“지금도 여전히 우리에게는 첫날”이라는 제프의 발언은 오래 전부터 반복된 경영철학이다. 매일 매일 처음처럼 첫날의 마음으로 살아야 한다는 강조는 조직에 던지는 무섭고 간결한 예언이다. 비참한 실패의 날에 해당하는 둘째 날을 피하는 비결로 고객에 집착하고, 대용 지표를 의심하고, 외부 동향을 발 빠르게 받아들이고, 빠른 의사 결정을 내리라고 덧붙였다. 인터넷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던 빌게이츠는 결국 인터넷 물결을 놓치는 바람에 뿌리부터 다른 신기술과 사업방식을 구사하는 회사들에 뒤처지고 말았다는 것을 이해해야 한다.

첨단기술을 이용해 감원하기보다는 경이로운 사용자 경험을 만든 애플스토어에서 희망을 읽는다. 세계 인구가 곧 90억에 이르면 30억의 중산층이 더 좋은 단백질을 원할 것이라는 미국의 낙농업자 마이크 맥클로스키의 목표의식은 중산층 일자리가 줄어든다는 푸념보다 훨씬 쓸모 있다. 일자리가 없는 미래를 걱정하는 의심은 오픈소스 소프트웨어 때문에 소프트웨어 산업이 사라질 것이라던 과거의 잘못된 경고와 놀랍도록 비슷하다. 인간이 엄청난 시련 앞에서 더 능력을 발휘한다는 증거들로 풍요로운 책이다.

팀 오라일리는 1954년 아일랜드 태생 미국인으로 서양고전과 문학을 전공한 IT출판인으로 오픈 소스와 웹 2.0이라는 용어를 대중화시킨 장본인이다. 그의 대표 논문 ‘웹2.0은 무엇인가’는 공식 웹사이트에서 영문판을, 한빛미디어에서 한국어판을 무료로 다운받을 수 있다. 지금 이 순간에도 SNS를 통해 꾸준히 독자와 소통 중이며, 한국에는 지난 2012년 서울디지털포럼 기조연설자로 방문했었다. 이 책의 서문에서는 우리나라가 기술변화에 대해 늘 위협이 아닌 기회로 삼았던 것을 예찬했다.

인간의 가장 큰 자산은 지능이나 창의성이 아니라 도덕적 선택이라는 저자의 신념이 가슴 설레게 한다. 불과 몇 주 전까지만 하더라도 상상도 할 수 없었던 평화의 봄이 한반도에 찾아오고 있다. 평화주의자들은 자신들이 혐오했던 김정은과 도널드 트럼프가 이렇게 변할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했을 것이다. 성급한 사람들은 벌써부터 2018년 노벨평화상 후보들을 거론한다. 평화로 가는 길은 없다. 평화가 길이다. 최첨단의 무기 개발로 치킨게임을 일삼는 것보다는 도덕적 선택이 미래를 아름답게 한다는 것을 목격하고 있다.

2018년 3월 현재, 우버 R&D센터가 있는 오래된 공업도시 피츠버그에서는 울퉁불퉁한 도로와 엄청난 교량과 좁은 언덕길들을 거침없이 달리는 미래의 로봇택시를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다. 갈수록 데이터가 쌓여서 일반 운전차량을 압도하기 시작했다. 뉴턴과 아인슈타인, 스티븐 호킹은 그 시절에 미래에 먼저 도착했고 우주로 떠난 사람들이다. 그들의 지성을 보고 배운 일론 머스크는 2019년 상반기까지 화성에 탐사선을 발사하겠다고 장담했다. 평범한 독자로서 나는 묵직한 이 한 권의 책을 지도 삼아 미래를 낙관한다. 도대체 미래는 어떤 모습일까?

안중찬 ahn0312@gmail.com 블라디팜 총괄이사 / 컴퓨터그래픽과 프로그래밍 분야 11권의 저서와 더불어 IT칼럼니스트로 왕성하게 활동했던 엔지니어 출신으로 한 권의 책에서 텍스트, 필자, 독자 자신을 읽어내는 서삼독의 실천가이다.

(*이 칼럼은 Nextdaily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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