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방송심의소위원회 회의 모습. 사진=방송통신심의위원회 제공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방송심의소위원회 회의 모습. 사진=방송통신심의위원회 제공

최근 일부 케이블TV 방송사들이 시청률 확보에 혈안이 돼 선정적이거나 폭력적인 장면 등을 여과 없이 내보내 지적을 받고 있는 가운데 코미디 프로그램 ‘SNL 코리아 9’와 '뜨거운 사이다' 등이 국민들의 바른 언어생활을 해치는 저속한 언어 등을 사용해 방송통신심의위원회로부터 '행정지도'라는 징계를 받게됐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방송심의소위원회(위원장 허미숙)는 13일 회의를 열고 일부 청소년 집단에서 사용하는 은어를 뜻하는 ‘급식체’를 소재로 한 코너에서, 여성의 성기를 비하하는 표현을 포함한 신조어를 비롯해 일본 AV(Adult Video)에서 사용되는 말을 차용한 신조어 등 저속한 언어를 사용한 XTM, tvN, e채널의 ‘SNL 코리아 9’에 대해 ‘권고’ 조치하기로 위원 전원이 합의했다고 밝혔다.

실제로 ‘SNL 코리아 9’에서는 급식체의 다양한 활용법과 예시를 소개하는 ‘급식체 특강’ 코너에서 ▲“위원님, 침술이 십상타치 이옵니다”라는 언급과 함께 자막으로 ‘ㅆㅅㅌㅊ!’라고 고지하고 ▲“앙 기모씨*~”라고 말하는 내용을 역시 자막과 함께 방송했다고 한다.

여기서 사용된 ‘ㅆㅅㅌㅊ’는 여성의 성기를 뜻하는 비속어에 ‘ㅅㅌㅊ’(상타취, ‘평균’ 이상이라는 의미의 신조어)를 붙여 ‘평균 이상의 수준임을 강조하는 표현이다. 또 ’앙 기모띠‘는 유명 BJ가 일본 성인물에서 자주 쓰이는 ‘기모찌’(きもち, ‘기분’을 뜻함)를 차용해 유행한 말이다.

이에 대해 방송심의소위원회는 “방송에서 저속한 비속어나 은어 등을 사용하는 것은 청소년 시청자들의 모방을 초래해 올바른 언어생활을 해칠 우려가 있어 앞으로 방송 제작진의 경각심을 고취할 필요가 있다”며 행정지도 결정 이유를 설명했다.

또 이날 회의에서는 OnStyle, 올리브네트워크(O'live Network)의 ‘뜨거운 사이다’에 대해서도 행정지도를 벌이기로 했다.

해당 프로그램은 출연자들이 ‘공개적인 노브라’에 대해 의견을 밝히는 과정에서, “위험성으로 치면 가슴이 위험한 게 아니라 남자의 성기가 위험한 거라서 개 입마개처럼 채워놔야 될 거 같아요”라는 언급을 자막과 함께 방송했다.

이에 대해 방송심의소위원회는 남성 전체를 부정적으로 묘사한 부적절한 표현을 노출했다고 판단해 앞으로 프로그램 제작에 유의하도록 행정지도인 ‘의견제시’하기로 위원 전원이 합의했다고 밝혔다.

한편 이번에 ‘SNL 코리아 9’와 ‘뜨거운 사이다’가 각각 받은 ‘권고’와 '의견제시'라는 행정지도는 방송사 등에 대한 일체의 법적 효력은 없다. 하지만 이전에 행정지도를 받았는데도 같은 프로그램에서 유사한 위반사례가 발생하면 통상 ‘주의’ 이상의 법정제재로 의결하게 된다. 제재처분을 받을 때마다 방송사는 3년마다 있는 재허가 심사에서 감점사유로 작용하게 된다.

정영일 기자 (wjddud@next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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