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1시에 눈이 떠졌다. 바로옆이 부엌이라 쥐가 왔다갔다 하는 모양이다. 솥뚜껑을 건드리는 냄비를 건드리는지 달그락거린다. 잠이 안온다.

마나슬루트레일에 들어오니 더이상 외국인은 안보인다. 롯지들이 문을 닫은것이 이해된다. 로칼집도 한번 체험하는것이 나쁘지는 않다. 눈감고 슬리핑백안에서 해뜰때까지 기다렸다.

마나슬루트레일에는 외국인이 보이지 않았다
마나슬루트레일에는 외국인이 보이지 않았다

아침이 밝았다. 일어나서 짐을 챙기고 나가니 빔이 풀이 죽어있다. 아침으로 짜파티먹고 계산을 하려니 수줍던 처자가 바로 장사모드로 돌변해서 계산을 착착 야무지게 한다.

출발하고 걸으면서 처자가 몇살이냐고 빔에게 물었다. 33살인데 아이가 둘이란다. 카트만두에서 공부중이란다. 빔이 힘빠진 이유를 알겠다. 어째 수줍어하던 모습이 교태스럽다 했다.

한참을 걸어갔다
한참을 걸어갔다

한참 걸어가는데 속이 안좋다. 신트림이 계속 올라온다. 아침에 먹은 짜파티가 수상하다. 남편도 속이 안좋단다. 어제까지 발목빼고는 아무 사고없었는데 걱정이다.

신트림은 그치지않고 배까지 아파온다. 빔에게 이야기하니 방법이 없다는 표정이다. 내배 아픈건 신경도 안쓰고 점심먹을 식당에 서더니 점심 먹자한다. 아무것도 못먹을것 같은데 남편도 먹여야하니 방법이 없다.

식당에 들어가보니 너무 춥다. 부엌으로 가서 앉아서 툭파를 주문했다. 하는걸 보니 입맛이 달아난다. 쭘밸리에서 먹던것과는 격이 다르다. 겨우 몇숟가락먹고 포기했다.

남룽까지 가는길
남룽까지 가는길

오늘의 목적지 남룽까지 가는데 계속 속이 부대낀다. 신물이 올라오고 배가 자꾸 아프다. 그래도 고지가 멀지않으니 힘내서 걸었다. 빔이 오늘은 핫샤워도 가능하단다. 핫샤워해도 될까 물으니 남룽은 높지않으니 괜찮단다. 우리가 핫샤워를 해야 빔도 공짜로 묻어서 샤워를 할수있다.

남룽의 롯지들
남룽의 롯지들

남룽에 도착하니 롯지들이 문을 닫았다. 문연 집을 찾아 들어가 방을 구했다. 어제 코딱지방과 같은 가격인데 방이 크고 좋다. 짐풀고 빨래부터 하려고 하니 빔이 개울로 가야한단다. 건기라 집에 물이 안나온단다.

동네빨래터에서 빨래를 한다
동네빨래터에서 빨래를 한다

빔과 같이 동네 빨래터로 갔다. 둘이서 사이좋게 빨래를 했다. 손이 무지하게 시렵다. 집으로 가져와서 마당에 말렸다.

샤워할 뜨거운 물이 준비되었다고 한다. 뜨거운 물을 꼴랑 반바켓 준다. 남편은 겨우 마치고 나는 뜨거운 물을 더 달라고 하는데도 딱 그만큼 준다. 머리감고 샤워하는데 모자란다. 추위에 떨며 겨우 샤워를 마쳤다.

해가 지니 춥다. 떨면서 샤워했더니 더 춥다. 슬리핑백에 들어가 누웠는데 오한이 난다. 배가 아파서 도저히 못참고 화장실로 가서 설사를 했다. 노란 물이 다 나온다.

뜨거운 물을 딱 반바켓만 준다
뜨거운 물을 딱 반바켓만 준다

빔이 고생하는 나를 보고는 물을 갈아먹으면 그럴수도 있단다. 아침의 짜파티가 덜 익어서 먹는내내 찜찜했는데 기가 찬다. 네팔이 처음도 아니고 올때마다 물은 반드시 끓여먹는다. 네팔에 도착한지 14일째인데 이제야 물갈이를 하다니 말이 안된다.

화장실을 들락거리다가 침대에 누웠다. 오한이 나서 견디기가 어렵다. 남편 저녁도 먹여야해서 일단 부엌으로 갔다. 빔은 여주인하고 모바일폰속 사진들 보여주며 놀고있다.

이후 오한이 일었던
이후 오한이 일었던

핫샤워할때 뜨거운 물을 적게 주는 바람에 오한이 난다고하니 주인이 전기히터를 켜준다. 전기히터를 안고 있어도 춥다. 빔이 또 옆에서 거든다. 찬물에 빨래하고 샤워해서 그렇단다. 드디어 폭발했다. 같이 빨래하고 샤워하라고 한 사람이 너 아니냐고 다음부터는 사고전에 미리 알려주라고 했다. 사고난 담에 훈수두지 말라고...

신의 뜻을 생각해본다
신의 뜻을 생각해본다

남탓은 될수있으면 안하려고 노력하는데 참 힘들다. 남에게는 감사만 하고 살고싶은데 뜻대로 안된다. 고지에 오르기전 빔에 대해서 파악하고 제대로 주의준것을 감사할 일이다

마지막 순간까지 긴장을 풀지말라는 신의 뜻일것이다.

문화부 여행전문기자 허미경 (mgheo@nextdaily.co.kr) 는 대한민국의 아줌마이자 글로벌한 생활여행자다. 어쩌다 맘먹고 떠나는 게 아니라, 밥 먹듯이 짐을 싼다. 여행이 삶이다 보니, 기사나 컬럼은 취미로 가끔만 쓴다. 생활여행자답게 그날그날 일기 쓰는 걸 좋아한다. 그녀는 솔직하게, 꾸밈없이, 자신을 보여준다. 공주병도 숨기지 않는다. 세계 각국을 누비며 툭툭 던지듯 쏟아내는 그녀의 진솔한 여행기는 이미 포털과 SNS에서도 두터운 팬층을 확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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