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에 누운 채로 밤하늘의 별을 볼 수 있으니 환상이다. 새벽에 눈뜨고 남십자성이 사라질때까지 하늘을 멍 때리며 봤다. 지금은 고생스럽지만 돌아가면 밤하늘을 잊을 수가 없을 것이다.

아침 먹으러 나가니 호주팀이 반갑게 인사를 한다. 여전히 농담을 한다. 이젠 나도 그러려니 받아주고 재미있다. 아침도 툭바로 먹었다. 더 먹고 싶은데 없는지 더 주질 않는다.

체쿰파 출발
체쿰파 출발

호주팀이 먼저 출발을 하고 우리는 천천히 출발했다. 3천고지이상이라 오늘부터는 특히 더 천천히 걸어야 한다. 가는 길에 가네쉬히말위로 솟아오르는 태양을 만났다.

돌아보니 체쿰파에 해가 비춘다
돌아보니 체쿰파에 해가 비춘다

돌아보니 우리가 머물렀던 체쿰파에 햇빛이 희한하게 들고있다. 마을이 커진 이유를 알겠다. 쭘밸리의 집들은 돌을 쌓아서 만들었다. 담장도 돌을 쌓아서 튼튼하게 만들었다. 밖에서 안보이게 높은 집들도 있다. 마을들이 정겹고 아름답다.

동네 여인들
동네 여인들

라에 도착하니 넓은 초지에서 야크가 풀을 뜯고있다. 집집마다 야크똥을 벽에 붙여서 말리고 있다. 고도가 높다 보니 나무는 더이상 안보인다. 동네 처자가 ‘안녕하세요’라며 반갑게 인사를 한다. 카트만두에서 공부를 했단다. 쭘밸리의 사람들은 영어를 조금씩은 한다. 세상과 접촉한 지 10년밖에 안되었지만 네팔사람들보다 영어를 더 잘하는듯 보인다.

동네들이 계속 이어지는데 식당이나 숙소는 없다. 툭바로 아침을 떼웠더니 배가 고프다. 식당이 없어서 지나는 할아버지에게 물으니 마주 보이는 집에 가서 물어보란다. 들어가서 물어보니 달밧이 가능하단다. 팡둔에서 겨우 점심을 먹을 수가 있었다.

이 동네에서는 대부분 남자가 밥을 한다. 여자들은 밭에서 일하고 남자들이 밥을 한단다. 압력솥으로 하는데도 한시간정도를 기다렸다. 시장이 반찬이다.

점심 먹고 힘들게 다시 걸었다. 3500 이상이 되니 숨차고 힘들다. 힘들게 오르고 있는데 호주팀이 뒤에 따라온다. 우리보다 먼저 출발했는데 점심을 더 오래 먹었나보다. 서로 격려하며 계곡을 올랐다.

무곰파에 도착하니 호주팀이 환영
무곰파에 도착하니 호주팀이 환영

드디어 무곰파에 도착했다.

먼저 도착한 빔이 물도 없고 음식도 없다며 난감해한다. 무곰파에는 스님 두 분이 계신다. 주방스님이 방을 보여주신다. 티벳말을 하니 빔은 통하지가 않는다. 다행히 호주팀포터가 티벳말을 잘한다. 포터덕분에 우리팀 모두 자고 먹을 수가 있다.

부엌에서 감자 삶는 중
부엌에서 감자 삶는 중

방에 짐을 풀고 부엌으로 올라갔다. 부엌에 호주팀과 우리가 들어가니 꽉 찬다. 물도 한시간 거리에서 떠오고 먹을 건 감자 밖에 없다. 난 오히려 좋다. 감자를 난로에 올리고 준비하는 동안 곰파문을 열어달라고 스님께 말하니 부엌을 나선다.

본당 내부
본당 내부

곰파 내부는 오래된 티벳사원답다. 벽에는 목불와 경전이 가득차있다. 부처님전에 가져간 사탕과 불전을 놓고 절을 올렸다. 스님이 북을 쳐주고 함께 기도를 드려주신다. 하늘아래 첫곰파에 기도를 올리니 감사하다.

다시 다같이 부엌으로 가서 감자와 차를 즐겼다. 스님을 포함해서 8명이 영어로 이야기하다가 각자 자기들 말로 떠들면서 시간을 보냈다. 영어 네팔말 한국어 티벳어를 각자 이야기하는 모습이 재미있다. 다른 언어들이 섞여서 따로 또 같이 대화를 이어간다.

스님이 티벳 버터티도 끓여주신다. 감자 밖에는 먹을 것이 없는데도 감사하다. 하늘아래 첫 동네 척박한 곳에서 누울 곳이 있고 먹을 것이 있다는 것이 진심으로 감사하다. 배도 부르고 졸려서 우리는 먼저 일어났다.

야경
야경

방으로 오는데 밤하늘이 크게 열려있다. 오리온좌가 빛나고 은하수가 흐른다. 남편과 함께 별을 보고 방으로 와서 잤다.

오늘 하루 체쿰파에서 무곰파까지 15km를 걸었다. 고도 3800에서 자는데 다행히 괜찮다. 고소증도 걱정이었지만 추위가 더 걱정이었는데 이머전시 블랭킷을 슬리핑백밖을 싸고 자니 다행히 춥지않다.

허미경 여행전문기자(mgheo@nextdaily.co.kr)는 대한민국의 아줌마이자 글로벌한 생활여행자다. 어쩌다 맘먹고 떠나는 게 아니라, 밥 먹듯이 짐을 싼다. 여행이 삶이다 보니, 기사나 컬럼은 취미로 가끔만 쓴다. 생활여행자답게 그날그날 일기 쓰는 걸 좋아한다. 그녀는 솔직하게, 꾸밈없이, 자신을 보여준다. 공주병도 숨기지 않는다. 세계 각국을 누비며 툭툭 던지듯 쏟아내는 그녀의 진솔한 여행기는 이미 포털과 SNS에서도 두터운 팬층을 확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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