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몰비용(sunk cost)이란 말 그대로 매몰되어 다시는 되돌리기 어려운 비용이다. 이는 회수할 수 없는 비용으로 미래를 위해 투입한 즉, 지출한 비용이다. 그런데 때때로 이 비용이 발목을 잡아 결정의 적절한 시기를 놓치게 만든다. 쉽게 말해서 그동안 투자한 것이 아까워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사이 더 깊은 늪에 빠지는 경우가 있다. 매몰비용은 목표로 하는 결과물을 가져오기 위해 투입했지만 원하는 결과를 만나지 못했을 때 그대로 묻히는 비용이다. 때로는 의도하지 않은 결과치가 예상되면 얼른 발을 빼야하는데 투입비의 규모가 클수록 노력한 시간이 길수록 발 빼는 것이 쉽지 않아 결국 더 큰 손해를 보고 어쩔 수 없이 발을 빼게 되는 경우가 있다.

예를 들어 MP3에서 MP4로 진화하여 회화학습과 영화감상용 기기로 성장곡선을 그리던 회사가 휴대폰이 스마트 폰으로 진화하면서 이러한 기능을 흡수하자 투입비용은 물론 아이템 전환으로 엄청난 매몰비용을 감당하는 경우가 있다. 시장이 생각보다 빠르게 반응하고 시장이 빠른 만큼 기술과 디자인은 그 이상을 달리니 기술만으로, 용도만으로 시장에 어필하기 어려워 졌다. 이러한 시장의 속도를 감당하지 못한 결과다. 혹 시장의 트렌드를 읽었지만 안일한 기업 경영방식을 고수한 것일 수도 있다. 사람들의 선호와 트렌드 그리고 시장을 오판한 경우이다.

자신의 메인 사업 분야이지만 시장을 읽었다면 임베디드(embedded)용 기기 및 소프트웨어로 전환하여 보다 수준 높은 플레이어 구현이나 새로운 기기를 만들었을 것이다. 플레이기기는 바뀌었지만 사람들은 여전히 음악이나 회화를 들어야 하고 이를 음성 또는 영상으로 플레이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람과 사람은 물론 사물과 사람도 네트워크로 연결되어 실시간 정보교환을 통해 결과물이 생성되고 이러한 결과물은 다시 네트워크화 되는 시대이다. 실시간에 대단히 많은 데이터가 이동하고 교환되는 시대이다 보니 소비자의 수준도 높아져 단순 기능이 아닌 복합기능이나 어느 정도 데이터가 처리된 다음의 결과물을 기대하고 있다.
최근에 나온 제품들을 보면 질문을 던지면 수많은 데이터베이스를 뒤져보고 가장 적합한 대답을 하는 인공지능의 기기가 소비자들의 말상대는 물론 집안의 기기들을 자동 제어하고 있다. 각각은 온전한 기능으로 이미 소비자들을 사로잡은 상태이고 복합적 기기들이 조합된 신형 기기는 아직 대중화를 이루지는 못했지만 많은 소비자들의 선망과 선택을 받고 있다.

작년 논란이 되었던 원자력발전소 건설계획이 정부의 탈 원전정책 강행으로 신고리 5, 6기의 공사가 중단되어 기 투입된 공사비와 보상비를 합한 총 2조6천억 원 정도의 매몰비용이 발생했다. 부지 매입과 기초 공사 등으로 투입된 비용이 고스란히 날리는 선택을 했기 때문이다. 엄청난 매몰비용과 아울러 앞으로의 에너지 대책에 설왕설래한 것은 물론이고 우리가 가지고 있는 원전기술까지 평가절하 되는 사례가 되었다. 우리나라의 원전기술은 세계로 수출하는 수준이고 이의 수출계획도 잡혀 있는 상태에서 수출본국이 원자력발전소를 점차로 없앤다는 소식은 원전기술의 수입 예정 국가에게는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그러나 경주와 포항의 규모 5이상의 지진이 일어나면서 엄청난 매몰비용의 이야기는 그대로 묻혔다. 원자력발전소를 통해서 얻어내는 안정적 에너지보다 만일의 사태에서 벌어지는 지진의 무게가 더 크게 작용했다.

살아가면서 우리는 종종 매몰비용을 앞에 두고 망설임을 겪는 자신을 만날 수가 있다. 실제로 주말에 영화를 보러 극장에 가서 표를 끊고 자리에 앉았는데 영화가 시작되고 기대감에 부풀었던 감정들이 진부한 전개 때문에 점점 사라지더니 급기야 나갈까를 고민하게 되는 경우를 만난다. 지금 나가면 영화비로 지불한 돈이 그대로 묻히는 매몰비용이 된다. 돈이 아까워서 그대로 눌러앉아 영화를 본다면 목적했던 재미는커녕 지루함에 짜증스러움까지 더해서 극장에서 나올 것이다. 그러나 영화를 포기하고 밖으로 나가서 맛있는 음식을 사먹던가 내가 좋아 하는 일을 하는 선택을 한다면 매몰비용은 버리지만 기분은 건질 수가 있다. 아니 기분뿐 아니라 새로운 것에 대한 투자로 사용할 수가 있어 더 바람직할 것이다.

돈의 규모가 커질수록 매몰비용의 미련에서 벗어나기가 어렵다. 회수할 수 없기에 손해 보기 싫어서 어떻게든 합리화를 시켜 보려고 하지만 질척거릴수록 오히려 더 큰 손해로 연결되니 매몰비용에 대한 집착은 버리는 것이 합리적인 결정에 가까이 가는 것이다. 망설이는 시간, 매몰비용을 온전히 다 소모할 때까지의 기다림은 도움이 안 된다. 매몰로 인해 얻어낸 정보를 이용하여 다른 기회를 잡아내야 효율적이라는 것이다.

특히 대량의 정보가 떠도는 시대에는 판단능력이 매우 중요하다. 결정의 속도는 바로 돈하고 직결되기 때문이다. 기업이나 나라의 운영에는 돈은 물론 이에 영향을 받는 직원, 국민, 산업 등 전후방 연관관계 때문에 더 중요해 진다.

사례로 든 원자력발전소 백지화의 경우 안전을 위해 원자력 발전소 건설을 중단했고 중장기적으로 원자력 발전소를 없앨 예정이다. 그런데 원자력발전소가 가동 중지되면 이를 대체할 에너지가 필요하다. 정부는 공해와 오염을 줄여보자고 탈 원전, 탈 석탄을 외치며 신재생에너지로 갈아타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 신재생에너지의 경우 아직 비용대비 효율이 낮다. 원전과 석탄이 우리가 사용하는 에너지의 70%를 차지하는데 이를 대체하려면 에너지 생산비용이 올라간다. 국내에서 한 방울도 나지 않는 석유가격이 올라서면 대책 없이 생산비용이 올라가고 이에 따라 전기요금이 올라선다. 저렴하게 유지하고 있는 산업용 전기요금이 올라서면 비용의 증가로 기업들은 이를 제품이나 서비스의 가격을 올릴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현재에도 종종 아슬아슬한 전력수급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치게 된다. 순간전력 부족으로 정전이 되면 산업체에서는 감당할 수 없는 손실이 일어날 수도 있다. 때문에 매몰비용뿐 아니라 기회비용 역시 고려대상이 되어야 한다.

원전사고를 이미 겪어 버린 일본의 경우를 보면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원전을 완전히 껐었다. 그리고 석탄과 가스발전으로 에너지를 대체했다. 그랬더니 산업용 전기요금이 5년 사이 29%나 상승했다. 기업은 경쟁력에 밀리고 무역수지 적자도 늘었다. 기업은 물론 주민들도 부담이 되는 비용 때문에 그들은 다시 원전을 가동시키기에 이르렀다. 안정적인 저렴한 에너지 의 확보는 원전의 위험을 넘어선 것이다. 매몰비용은 결정을 하는 순간 버려지는 것이다. 반면 기회비용이란 것은 결정하는 순간 가장 큰 가치로 다가서 새로운 시도를 하게 만드는 것이다. 핵심은 선택이다. 선택으로 하나는 가치를 돌이킬 수 없는 비용으로 버리는 것이 되고 다른 하나는 가치를 쌓아가는 투자비용이 된다. 개인이나 국가도 매순간 선택의 순간에 당면한다. 그 선택의 순간이 승승장구 성장의 곡선을 그리게 되는지 하강의 곡선이 되는지를 결정하게 된다. 후회가 남지 않는 합리적인 선택이 되기 위해서는 어느 순간이든 결정의 번복을 두려워하지 말고 매몰비용도 투자비용이 될 수 있도록 가치를 온전히 보고 판단해야 할 것이다.

김용훈 Laurel5674@naver.com 국민정치경제포럼의 원장이자 온 오프라인 신문과 웹에서 정치경제평론가로 활동중이다. 몇 년 동안 크고 작은 공모전에서 140여회의 수상을 하며 금융, 전자, 바이오, 정책, 광학, 시, 에세이 등 다양한 분야에서 공모전을 통해 수익을 창출했다. 그 동안의 공모전 경험으로 공모전에 관한 분석과 동향, 수상비법으로 다양한 독자들에게 흥미와 다른 경험의 기회를 알려주고 싶어한다. ‘청춘사랑마흔에만나다’, ‘마음시’, ‘국민감정서1, 2’ 등 20여권의 시와 에세이, 자기계발도서를 집필하며 글작가로도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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