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늦게까지 개인지 고양이인지 울부짖더니 새벽에는 개 닭 다같이 악을 쓰듯이 울어댄다. 아침에 부엌으로 가니 빔이 동네 근방에 사는 자칼들이라 한다. 어쩐지 야생의 소리같더라니...

출발
출발

치소빠니를 떠나서 더 깊은 계곡 상류로 올라갔다. 아니나다를까 호주팀들이 추월한다. 또다시 시덥잖은 농담을 날린다. 이제 호주 발음이 귀에 들어와서 알아듣기는 편해졌다. 호주는 3번 다녀왔지만 아직도 발음이 귀에 낯설다.

허물어진 집터에서 호주팀 만남
허물어진 집터에서 호주팀 만남

중간에 지진 때 허물어진 집터에서 호주팀을 다시 만났다. 호주팀 포터가 마리화나나무를 알려준다. 마리화나나무는 은행나무처럼 암수가 있단다. 포터가 마리화나잎을 한 움큼 따서 챙긴다. 저녁에 숙소에서 보자고 한다. 포터가 하리보다 영어를 더 잘한다.

두 강이 만남
두 강이 만남

한참 걸어서 라르케라와 쭘밸리가 갈라지는 곳에 도착했다. 흙탕물 강과 빙하물 강이 만나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쭘밸리로 방향을 잡고 걷기 시작했다. 라르케라로 가는 길이 맞은편에서 한참 보이다가 드디어 시야에서 사라졌다.

록빠 도착
록빠 도착

록빠에 도착해서 빔이 점심을 먹자고 한다. 록빠를 지나면 한동안 점심 먹을 곳이 없단다. 달밧밖에는 되는 것도 없지만 할수없다. 부엌에 들어서니 정겨움이 뚝뚝 묻어난다. 장작 난로가 나를 반긴다.

착한 남매
착한 남매

어린 남매가 손을 잡고 들어온다. 누나가 동생을 챙기는 모습이 예쁘다. 누나에게 밀크 캔디를 두개 주니 동생 것을 까서 먹여준다.

달밧
달밧

부엌에서 노닥거리는 사이에 달밧이 완성되었다. 먹어본 달밧 중 제일 맛있게 먹었다.

다시 길을 걸어서 쭘밸리안으로 들어갔다. 절벽 옆으로 길고도 긴 잔도를 걸었다. 아래를 보니 아찔하다.

쭘밸리는 개방한 지 10년정도 된 곳이다. 무스탕과 함께 신비와 은둔의 땅이었던 곳이다. 인적이 드물긴 하다. 당나귀도 거의 지나가지 않는다. 가끔 소를 먹이는 티벳인이 보인다.

작은 가게
작은 가게

인가라고는 보이지않는 정글을 한참 걷다 보니 다리가 나타난다. 다리를 건너기 전에 작은 가게가 있다. 레드불을 판다. 두개 사서 두 남자의 피로를 풀어줬다. 오르락내리락 힘들고도 지루하게 걸었다.

작은 가게안에서는 장작을 떼고있다. 난로 옆에 앉아서 강아지와 놀았다. 강아지가 온갖 애교를 피운다. 남편이 프로틴과자를 주니 앉아서 더 달라고 바라보는 모습이 귀엽다.

다리를 건너서 다시 지그재그로 길을 올랐다. 지친다.

티벳분위기가 물씬나는 춤링숙소
티벳분위기가 물씬나는 춤링숙소

드디어 오늘의 목적지 춤링에 도착했다. 입구에 곰파가 있다. 사탕 3개를 꺼내서 올리고 감사의 기도를 드렸다.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난다. 남편이 마나슬루트레킹을 결정하고 알아보면서 쭘밸리는 날 위해 선택했단다. 진심으로 고마운 결정이다.

방에서 보는 경치
방에서 보는 경치

빔이 곰파 바로 옆 숙소를 추천한다. 집 입구부터 티벳분위기가 물씬거린다. 방에 들어서자 탄성을 질렀다. 가네쉬히말이 창밖에 펼쳐져 있다. 창가에 하루 종일 앉아있어도 싫증나지 않을 듯 싶다.

옷을 갈아입고 수돗가에서 양말과 수건을 빠는데 동네 청년이 말을 건다. 아버지와 같이 왔냐고 묻는다. 남편이라니 놀란다. 청년나이를 물으니 32살이란다. 내 아들이 30살이라고 하니 또 놀란다.

저녁을 주문하고 부엌 장작난로옆에서 빔과 함께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빔은 영리한 청년이다. 처음 숙소 한두 곳을 거치면서 내 취향을 파악하고 내가 좋아할만한 곳으로 잘 안내한다. 내가 고맙다고 하니 빔이 좋아한다.

저녁을 먹고 방으로 오는 길에 하늘을 보니 별이 쏟아질 듯 반짝인다. 달력을 보니 그믐이다. 별보기 딱 좋은 날에 방에 누워서 밤하늘을 즐길 수가 있다니 꿈같다.

오늘 하루 평지 기준 13km를 걸었다. 고도를 800m정도 높였다. 13km라지만 오르락내리락 지그재그길을 걸었으니 엄청 걸은 셈이다. 점심시간 포함해서 8시간을 오르락내리락거렸으니 피곤할만한데도 정신은 말짱하다. 히말의 품 안에 있으니 그저 좋다.

뒤로는 싱기히말을 업고 앞으로는 가네쉬히말을 바라보며 묵는다. 해가 지고 저녁 먹고 밖으로 나가니 오리온좌가 제대로 보인다. 달이 없으니 별이 하나하나 보석처럼 빛을 낸다.

허미경 여행전문기자(mgheo@nextdaily.co.kr)는 대한민국의 아줌마이자 글로벌한 생활여행자다. 어쩌다 맘먹고 떠나는 게 아니라, 밥 먹듯이 짐을 싼다. 여행이 삶이다 보니, 기사나 컬럼은 취미로 가끔만 쓴다. 생활여행자답게 그날그날 일기 쓰는 걸 좋아한다. 그녀는 솔직하게, 꾸밈없이, 자신을 보여준다. 공주병도 숨기지 않는다. 세계 각국을 누비며 툭툭 던지듯 쏟아내는 그녀의 진솔한 여행기는 이미 포털과 SNS에서도 두터운 팬층을 확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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