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로버트 파우저의 공감만감(共感萬感)] 직업 교육에 대한 논의가 필요할 때다

발행일시 : 2018-02-07 00:00
[로버트 파우저의 공감만감(共感萬感)] 직업 교육에 대한 논의가 필요할 때다

얼마 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국정연설을 긴장하면서 들었다. 2015년에 정치를 시작한 터라 언제든지 공격성을 띄는 막말을 쏟아 붓는 스타일이기 때문이다. 다행스럽게도 순조롭게 연설을 마쳤는데 1시간이 넘는 긴 연설 중 언론에 보도되지는 않았지만 흥미로운 부분이 있었다. 바로 직업 교육(vocational education)이 필요하다는 주장이었다. 이 말은 모든 시민에게 성공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야 한다는 맥락이었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은 여론조사에서 지지도가 역대 대통령에 비해 최저이기에 희망적인 이야기를 하고 싶었을 것이다. 하지만 직업 교육에 대한 논의가 거의 없는 미국 사회에서 중요한 지적이었다. 미국 언론을 보면 좌우로 편중이 되어 있지만, 그 사이에 직업 교육 대상인 일반 서민 이야기는 외면되고 있다.

그런데 왜 그럴까? 언론은 기업으로 본다면 독자를 늘리기 위해 콘텐츠를 만들어 팔아야 한다. 그런데 언론을 열심히 소비하는 계층은 어느 정도 돈과 교육을 받은 사람들이다. 유력한 언론은 모두 영어를 사용하고 있어 영어 모어가 아닌 이민자는 적게 소비한다고 볼 수 있다. 그래서 미국 언론의 주요한 시장은 좌우를 구분하지 않는 부유층일 수밖에 없다.

언론을 소비하고 정치에 관심 있는 좌우 세력들은 속한 계층보다 가치관으로 나누어진다. 좌파는 민주당 속에 주로 대도시에 사는 고학력 화이트칼라 계층인데 유색인과 여성의 비율이 높다. 반면에 우파는 공화당 속에 교외나 작은 도시에 사는 백인 기업가와 대졸 전문직 계층인데 남성 비율이 높다. 좌파는 변화를 원하면서 편한 직장을 다니기 때문에 경제에 대해 민감하지 않다. 반면 우파는 변화를 원하지 않고 경제에 대해서 더 예민하면서 사회적 공익을 위해서 세금을 내고 싶지 않다.

그런데 좌우 논쟁을 일으키는 두 계층은 근본적으로 성공한 사람들이다. 언론은 그것을 알고 대상 독자의 호응을 끌어내려고 내용을 조정하고 있고 거의 모든 정치 기사가 편파 보도 수준이라고 할 수 있다. 언론은 사회를 넓게 보고 공편한 보도를 해야 하는데 현재 좌우의 치열한 갈등 속에 그럴 만한 여유가 없다. 때문에 언론을 덜 소비하는 서민 계층에 대한 관심이 당연히 희박하다.

[로버트 파우저의 공감만감(共感萬感)] 직업 교육에 대한 논의가 필요할 때다

이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왜 직업 교육을 언급했을까? 그리고 그것은 무슨 의미일까? 트럼프는 선거 기간과 임기 첫 한 해에 교육에 대한 언급이 별로 없었다. 그런데 한번 공화당 경선 과정에서 “교육을 덜 받은 사람을 특히 사랑한다”고 그랬다. 역대 대통령 후보로서는 예외적 발언이었고 하루 정도 화제가 됐었다. 그 발언에서 직업 교육에 대한 언급을 이해할 수 있다.

트럼프를 가장 열심히 지지하는 계층은 대학 졸업한 공화당의 주류가 아니라 고등학교를 졸업한 백인 서민층이다. 2016년에 이들 중에 투표율이 예상보다 높았던 것은 트럼프에게 큰 도움이 되었고 지금도 트럼프를 열심히 지지하고 있다. 그들은 도시에 살지 않고 일자리도 불안하기 때문에 언론에 떠드는 좌우 갈등에서 벗어나 있다. 그 갈등은 경제적으로 편한 사람끼리의 먼 이야기다. 트럼프는 그들의 심경을 잘 파악하고 있어 직업 교육에 대한 언급했을 것이다. 즉, 대학을 졸업하지 않은 사람이 존재한다고 말한 것 그자체가 그들에게는 존중의 의미가 있다.

통계를 보면 미국은 대학을 졸업하지 않은 사람은 다수이다. 2014년에 25-29 세 민국인 가운데 91%가 고등학교를 졸업했고 43%는 대졸 이상이었다. 대졸자가 반 이상도 되지 않은 현실이지만, 10%는 2년제 전문대학을 졸업했고 더 10%는 4년제 대학 또는 2년제 전문대학을 중퇴했다. 이렇게 보면 63%는 어떤 형태로도 대학 경험은 있지만, 37%는 대학 경험은 전혀 없다. 이 중에 백인보다 유색인의 비율이 더 많아 직업 교육을 강화하는 것은 사회에 전체적으로 도움이 된다.

그런데 여기서 중요한 질문은 21세기에 왜 직업 교육이 필요할까? 1990년대 IT와 글로벌화에 대한 논의가 활발해지면서 21세기에 모든 직장은 고학력이 요구하는 전문직으로 변할 거라고 예상되었다. 최근에 AI의 발달로 많은 일자리가 없어질 거라는 예상도 되고 있다. 이 논의에 따라 직업 교육은 필요가 없는 옛 시대의 산물이다.

과연 그럴까? 현재 미국의 많은 지역에 주택이 부족해 부동산 가격이 올라가고 있다. 이것은 당연히 젊은 세대에 부담이 된다. 그런데 새로운 주택을 지을 수 있는 노동력이 부족한 지역이 많아 주택을 짓고 싶어도 짓지 못하고 있다. 공장도 마찬가지로 유능한 노동력을 구하기 어렵다는 이야기가 조금씩 보도되고 있다. 앞으로 AI가 많은 일을 하게 되더라도 유능한 노동력이 필요한 분야는 여전히 존재할 것이다. 그 노동력을 양성하는 데에 중요한 역할을 바로 직업 교육이 담당할 것이다.

그리고 예전부터 자주 지적했듯이 보통 사람은 직장을 몇 차례 바꾸면서 계속 능력을 키워야 하므로 평생 교육이 중요하다. 말은 많지만, 평생 교육의 기회가 아직 충분하지 않다. 2년제 전문대학과 각종 전문학교가 중요하지만 기회가 지역마다 다르다. 그리고 고등학교의 직업 교육과 지역에 있는 2년제 전문대학의 연계가 약하다. 고등학교와 전문대학의 일관 교육 과정으로 더욱 치밀한 직업 교육을 실천할 수 있다. 그 외에도 도움이 되는 직업적 교육 과정을 상상할 수 있다.

[로버트 파우저의 공감만감(共感萬感)] 직업 교육에 대한 논의가 필요할 때다

최근 한국에서 문 닫는 사립대학이 화제가 되고 있고 앞으로 더 많은 대학이 문을 닫을 것이다. 남는 교육 시설은 직업 교육과 평생 교육 기관으로 전환하면 어떨까 싶다. 이것은 물론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다. 서울보다 인구가 1,000,000 명이 적은 뉴욕의 경우, 뉴욕 시립 대학교는 24개 분교를 운영하고 있고 272,000 명의 학생이 다니고 있다. 분교 중에 6개가 2년제 전문대학이고 4개 4년제 대학에서 2년 전문 교육 과정도 있다. 뉴욕 시민에게 등록금이 저렴하고 저소득층을 위한 지원 제도도 많다.

한국과 미국의 차이점 중에 하나가 한국의 대학 진학률이 약 70%로 미국보다 더 높고 세계에서 제일 높다. 자랑스러운 숫자이지만 역으로 보면 약 30%가 전문대학을 포함해 대학 교육을 받지 않고 있다. 이들은 누굴까? 고등학교에서 충분한 직업 교육을 받고 있을까? 사회에서 거의 보이지 않지만 분명한 것은 사회적 약자일 것이다.

성공한 화이트칼라가 지배하는 한국과 미국 사회에서 직업 교육에 대한 관심은 사회적 약자에 대한 관심이다. 콘텐츠를 팔기 위해서 언론은 대상 독자층에 대한 관심만 있지, 사회적 약자에 대한 진지한 관심은 없다. 모든 것은 ‘상품’이나 ‘브랜드’가 된 사회에서 어쩔 수 없지만, 사회적 공익을 위해서 정치가와 사회 지도층은 관심을 더 가져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도널드 트럼프가 사회적 약자에 대해서 진심으로 관심이 있을지는 의심스러우나 ‘직업 교육’에 대해 던지 화두는 우리가 반드시 되짚어 봐야 한다.

로버트 파우저 robertjfouser@gmail.com 전 서울대 국어교육과 교수. 미시간대에서 일어일문학 학사 및 응용언어학 석사, 아일랜드 트리니티 칼리지 더블린에서 응용언어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고려대와 일본 교토대에서 영어와 영어교육을 가르쳤고, 일본 가고시마대에서 교양 한국어 과정을 개설해 가르쳤다. 한국 사회를 고찰하면서 한국어로 ‘미래 시민의 조건’, ‘서촌 홀릭’을 출간했다. 취미는 한옥과 오래된 동네 답사, 사진촬영으로 2012년 종로구 체부동에 ‘어락당(語樂堂, 말을 즐기는 집)’이라는 한옥을 짓기도 했으며, 2016년 교토에서 열린 ‘KG+’ 국제 사진전시회에 사진을 출품했다. 현재 미국에서 독립 학자로서 활동을 하고 있으며 한국어로 ‘외국어 문화사’를 집필 중이며 참여형 새로운 외국어 교육법을 개발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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