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택시기사가 크르카국립공원 다녀왔냐고 물었다. 안갔다길래 꼭 가란다. 크로아티아사람들이 추천을 많이 한다. 플리트비체하고 같은 분위기라 해서 포기했었다. 페리에서 내리자마자 버스표를 샀다.

아침에 일어나서 로비로 가서 카푸치노를 내리는데 직원이 또 바뀌었다. 리셉션직원이 수시로 바뀐다. 밖에 비가 엄청나게 내린단다. 버스표를 미리 사 놓지 않았으면 침대에서 하루 종일 뒹굴고 싶다.

겨우 마음을 다잡고 거품욕하면서 정신을 차렸다. 월풀욕조가 좋은 건 거품을 쉽고 풍부하게 낼 수가 있다는 거다. 창문을 열고 찬바람 맞으며 거품욕하니 다시 힘이 난다. 아침 먹고 길을 나섰다.

스플릿은 교통의 중심답게 기차역과 버스터미널 페리항구가 다 모여있다. 크로아티아여행의 중심답다. 비는 계속 추적추적 내린다. 비 오는 날 궁상맞게 국립공원을 간다니 한숨이 난다.

버스를 타고 1시간30분을 가서 스크라딘에 도착했다. 스크라딘마을에 크르카국립공원 리셉션이 있다. 티켓을 사러 들어가니 티켓매표소는 8백미터 강을 따라 걸어가야 한단다. 성수기에는 보트타고 마을에서 폭포까지 간다는데 지금은 단체예약만 보트를 이용한단다.

크르카국립공원
크르카국립공원

우산을 펴고 크르카국립공원입구로 갔다. 티켓을 사고 입구에서 폭포까지 4km를 걸어갔다. 걷는 동안 비가 멈추었다. 강을 따라 걷는 길이 아름다워 지루하지가 않다.

드디어 만난 폭포입구
드디어 만난 폭포입구

드디어 폭포 소리가 들리고 폭포가 보인다. 입이 딱 벌어진다.

크로아티아에 온 가장 큰 목적은 플리트비체였다. 그래서 2박3일을 머물렀고 내심 내 상상과 달라 실망했었다. 내가 생각했던 플리트비체를 크르카국립공원에서 만났다.

폭포순환산책로는 2km정도이다. 나무데크길과 계단들로 이어진다. 구석구석 작은 포인트마다 다 들어갔다.

오래된 집들은 기념품가게나 박물관으로
오래된 집들은 기념품가게나 박물관으로

오래된 집들은 가게나 박물관으로 꾸며놓았다. 걷는 내내 콧노래가 절로 나온다.

순환로를 다 돌고 다시 4km를 걸어 나오니 공원직원들이 나와서 서있다. 나보고 플리트비체하고 둘 중 어느 것이 낫냐고 묻는다. 내가 생각했던 폭포 모습은 크르카라고 했다. 여름보다 지금이 낫단다. 우기라 수량이 풍부해서 폭포는 지금이 웅장하단다.

붐비지않아서 자연을 느끼기도 지금이 더 좋단다. 걷는 내내 공사하는 인부들 외에 딱 한 가족을 만났다. 국립공원을 혼자서 독차지하고 걸은 기분이다. 새소리와 유유자적 노는 오리들이 친구가 되어준다.

다시 강 따라 걸어서 스크라딘버스정류소로 가니 버스가 기다리는듯 서있다. 시베닉가는 버스다. 시베닉은 시간이 안될 것 같아서 포기했었는데 신의 뜻이다. 얼른 탔다.

시베닉 유네스코문화유산
시베닉 유네스코문화유산

버스는 40분정도 달려서 시베닉에 도착했다. 시베닉올드타운도 유네스코문화유산이다.

올드타운 골목
올드타운 골목

올드타운을 한바퀴 돌았다. 성당과 수도원들도 돌아보고 동굴 속 마리아도 봤다. 요새에 올라가려니 배가 고프다. 크리스마스시장에 가서 간단히 요기했다.

버스터미널로 가서 스플릿가는 버스표를 사니 시간이 남는다. 바닷가 산책로를 걸으며 올드타운을 바라보았다. 아직은 관광객들에게 알려지지않은 곳이라 한적하다. 가게도 많지않고 번잡스럽지도 않다.

시베닉에서 스플릿으로 가는 바닷길은 환상의 드라이브코스다. 아름다운 마을들이 이어지고 해안선과 섬들은 조화롭게 온갖 곡선을 만든다. 구름이 잔뜩 껴서 아드리아의 석양을 보지못했지만 해안선 드라이브로 충분히 행복하다.

스플릿 야경
스플릿 야경

스플릿에 도착하니 날이 저물어 야경이 나를 반긴다. 호텔 옆 식당으로 갔다. 트러플파스타를 시켰다. 맛도 좋고 서비스도 좋다. 달마티아왕국의 마지막 저녁을 기분 좋게 마무리했다.

허미경 여행전문기자(mgheo@nextdaily.co.kr)는 대한민국의 아줌마이자 글로벌한 생활여행자다. 어쩌다 맘먹고 떠나는 게 아니라, 밥 먹듯이 짐을 싼다. 여행이 삶이다 보니, 기사나 컬럼은 취미로 가끔만 쓴다. 생활여행자답게 그날그날 일기 쓰는 걸 좋아한다. 그녀는 솔직하게, 꾸밈없이, 자신을 보여준다. 공주병도 숨기지 않는다. 세계 각국을 누비며 툭툭 던지듯 쏟아내는 그녀의 진솔한 여행기는 이미 포털과 SNS에서도 두터운 팬층을 확보하고 있다.

저작권자 © 넥스트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