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소 내방에서 보는 경치
숙소 내방에서 보는 경치

아침에 눈을 뜨고 창문을 열었다. 셋이서 동시에 탄성을 질렀다. 두브로브니크가 눈앞에 펼쳐진다. 전망이 좋다해서 잡은 숙소인데 보람차다.

요리사아들이 뚝딱뚝딱 북엇국을 끓여준다. 순식간에 겉절이를 만들어준다. 캐나다소녀가 한국음식에 푹 빠져버렸다. 캐나다소녀가 부모님으로부터 내게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 함께 보낸 시간은 서로에게 선물이다. 먼 길 조심하라고 꼭 안아줬다.

숙소에서 성벽으로
숙소에서 성벽으로

고맙게도 하늘은 구름 한점 없다. 선물같은 하루가 시작이다. 둘이서 성벽을 걷자고 길을 나섰다.

숙소에서 보는 성벽길
숙소에서 보는 성벽길

성벽 따라 걷는 걸음마다 환상의 경치가 펼쳐진다. 든든한 요리사들이 에스코트해주니 더 행복하다.

성벽에서 보는 경치
성벽에서 보는 경치

성벽 따라 한바퀴 걷고 내려와서 바닷가로 나갔다. 노인과 바다의 주인공이 앉아있다. 낚시를 하는건지 세월을 낚는건지 모르겠다. 말이 통하지않으니 느낌으로 인사를 주고 받았다.

우리도 한참 앉아서 아드리아해를 바라보았다.

성안 골목길
성안 골목길

시내로 들어와 다시 골목 탐험에 나섰다. 성당에 들어가 촛불도 밝히고 크리스마스시장으로 갔다. 일요일이라 아이들 데리고 온 가족들이 많다. 무대에서는 공연이 한참이다. 케익도 사먹고 커피도 마셨다.

미사 시간을 알리는 종소리가 성안을 울린다. 들어가서 잠시 앉았다가 나왔다. 소시지와 핫와인을 사서 마셨다. 크리스마스시장에 둘이 앉아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먹으니 좋다.

시장 봐서 집에 갖다 놓고 잠시 쉬었다. 지도를 보다보니 성벽을 반만 돌았다. 남은 반을 마저 돌자고 다시 나갔다. 성벽을 돌면서 보는 경치가 예술이다. 두브로브니크를 느끼기에 좋은 길이다.

포트에서 보는 성벽길
포트에서 보는 성벽길

성벽을 다 돌고 포트로 갔다. 포트 쪽에서 보는 경치는 또 다른 느낌이다. 아쉽게도 포트는 3시에 문을 닫았다. 젊은 한국인커플도 같이 허탕쳐서 허무해한다. 집으로 저녁 초대를 했다. 커플이 성벽돌때 우리 숙소발코니에 요리사아들이 앉은 모습을 찍은 사진을 보여준다. 요리사아들이 커플이 성을 돌 때 찍은 사진을 보여준다. 서로 놀라며 사진을 교환했다. 세상 참 모를 일이다.

저녁먹기전에 석양을 보자고 케이블카를 타러 갔다. 동절기는 3시까지만 운행한단다. 입구에서 같이 허탕친 한국 처자가 안타까워한다. 내가 위로하며 택시 타고 올라가자고 했다. 마침 흑기사처럼 택시기사가 다가온다. 흥정해서 케이블카전망대로 올라갔다.

산길전망대에서 보는 두브로브니크
산길전망대에서 보는 두브로브니크

산을 오르면서 보는 경치에 두 젊은이가 탄성을 지른다. 해가 구름 아래 바다 너머로 떠날 채비를 한다. 붉게 물드는 아드리아해를 바라보며 산길을 올랐다. 올라가는 도중에 최고의 전망이라며 세워준다. 두브로브니크가 눈 아래 펼쳐진다.

다시 차에 올라서 케이블카전망대로 갔다. 전망대 안에 들어가니 플리트비체에서 만났던 청년을 다시 만났다. 또다른 한국아가씨가 있다. 요리사들하고 한국처자하고 다들 안면이 있어서 서로 인사를 나눈다. 서로들 스치면서 알게 된 사이란다.

마지막 케이블카가 내려간다고 직원이 부른다. 둘 하고 제대로 인사를 나눌 시간도 없이 헤어졌다. 우리는 전망대를 다 돌면서 돌아봤다. 케이블카전망대보다 기사가 세워준 포인트경치가 더 좋다. 다시 그리로 가자고 택시를 탔다.

다행히 해가 아직 넘어가지는 않았다. 우리는 자리를 잡고 떠나는 해를 배웅했다. 해는 넘어가고 두브로브니크에 불이 켜지기 시작한다.

야경은 생각보다 화려하지않다. 제대로 된 야경을 기다리기엔 너무 춥다. 커플하고 약속한 저녁시간도 다 되어간다.

저녁만찬
저녁만찬

집으로 와서 저녁을 준비했다. 요리사들이 우리는 손도 대지못하게 하고 요리를 한다. 닭도리탕과 김치 토마토 볶음, 감자소시지볶음을 마술처럼 후딱 해낸다. 식기가 모자라서 냄비 채로 상을 차렸다. 맛이 환상이다.

좁은 다락방 아파트에서 5명이서 저녁 먹고 핫와인을 즐겼다. 오늘은 시나몬과 정향까지 넣어서 제대로 핫와인을 만들었다.

20대 젊은이들에게서 배운 것이 많다. 자식보다 어린 친구들을 통해서 세상이 변한 것을 배웠고 젊은 사고를 이해하게 되었다. 고맙게도 내 여행이야기에 귀를 기울여주며 다같이 다음 여행을 설계하기도 했다.

밤이 깊어져서 헤어질 시간이다. 다들 아쉬워하며 서로 연락처를 교환한다. 아이들이 내 연락처도 달라는데 난 그냥 길에서 만난 엄마라고만 했다.
인연은 스치고 잊어버리는 것도 나쁘지않다. 내가 최선을 다할 수 없는 인연을 많이 만들 필요는 없다. 내가 누구인지 알릴 이유도 없다. 수많은 사람들을 스치면서 작은 인사라도 마음을 담고 후회를 남기지않으면 그만이다. 머무는 인연은 내가 감당할 수 있을 만큼만 만드는 것이 좋다. 지금도 내가 짜놓은 인연의 거미줄이 충분히 복잡하다.

나는 자식같은 아이들에게 길에서 만난 엄마가 되어 짧은 순간이나마 그들의 손을 잡고 온기를 나눈 것으로 만족이다. 길에서 만난 수많은 자식들이 나와 스친 짧은 만남으로 행복해하면 나는 기쁨과 사랑을 가진다. 내가 얻는 것이 더 많다.

이름도 모르는 길에서 만난 엄마를 꼭 안아주며 내 건강을 빌어준다. 아이들 품에 조그만 나는 폭 안긴다. 세게 안아주는 자식들 품이 크다. 서로의 미래를 진심으로 축원했다.

허미경 여행전문기자(mgheo@nextdaily.co.kr)는 대한민국의 아줌마이자 글로벌한 생활여행자다. 어쩌다 맘먹고 떠나는 게 아니라, 밥 먹듯이 짐을 싼다. 여행이 삶이다 보니, 기사나 컬럼은 취미로 가끔만 쓴다. 생활여행자답게 그날그날 일기 쓰는 걸 좋아한다. 그녀는 솔직하게, 꾸밈없이, 자신을 보여준다. 공주병도 숨기지 않는다. 세계 각국을 누비며 툭툭 던지듯 쏟아내는 그녀의 진솔한 여행기는 이미 포털과 SNS에서도 두터운 팬층을 확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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