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한상준의 시대공감(時代共感)] 비디오 테이프의 추억 (상).

발행일시 : 2018-01-03 00:00
[한상준의 시대공감(時代共感)] 비디오 테이프의 추억 (상).

안방극장. 영어로 하면 홈 시어터(Home Theater). 그런데 두 단어의 느낌은 많이 다르다. 홈 시어터는 프로젝터 등을 이용하여 100인치가 넘는 고화질 화면에 최소 5.1 채널 이상의 음향 시설이 떠오른다.

안방극장은 따뜻한 온돌에서 브라운관 컬러TV로 영화를 보는 풍경이 떠오른다. 안방극장이란 단어는 1980년에 공중파에서 컬러 TV 방송을 시작하면서 시작된 것으로 기억한다. 흑백 TV와 달리 극장과 동일한 총천연색 화면을 안방에서도 즐길 수 있게 된 것이다. 컬러 TV와 함께 VTR이 가정에 보급되면서 안방극장이란 단어가 정착하게 되었다.

요즘 영화를 감상하기 편리해졌다. 케이블 TV의 VOD 서비스에서 버튼 몇 번만 누르면 얼마전 개봉관에 상영하던 최신 영화는 물론, 검색을 통하여 추억의 명화를 쉽게 감상할 수 있다. 1980년대 까지만 해도 우리나라 영화 시장은 열악했다. 헐리우드 영화의 경우 미국에서 개봉 한 후 최소 2~3년이 지나야 우리나라 극장에서 개봉했다. 심지어는 미국, 일본에서는 TV에서 공중파로 영화를 방송을 한 후에 국내 극장에서 개봉하기도 했다. 그래서, 미국, 일본 방송을 녹화한 불법 복제된 영화를 즐기는 것은 극장보다 빠르게 영화를 보는 방법 중에 하나였다.

베타맥스와, VHS 그리고 비디오2000
우리나라에 VTR이 들어온 것은 1970년대 말이다. 당시 국내에서 가전 제품의 선호도가 일본의 Sony가 높았기 때문에 베타맥스 방식 방식의 테이프가 많이 유통되었다. 대한전선은 Sony社와 독점 계약을 해서 TVR-8200 이란 모델의 베타VTR을 출시하였다. 대한전선의 독점 계약으로 금성과 삼성 등 경쟁사들은 베타방식의 VTR을 제작할 수 없었다. 금성과 삼성은 JVC社의 VHS VTR을 출시하였다. VHS는 Video Home System의 약자로 JVC社에서 1976년 개발한 방식이다. Sony社는 1975년에 베타맥스 방식을 출시하였고, 뛰어난 기술력과 소형 비디오 테이프 등의 강점으로 당연히 후발 주자인 VHS를 누르고 시장의 표준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필립스社와 그룬디히社 는 비디오 2000이란 방식의 VTR을 만들었으나 열악한 화질 등의 문제로 시장에서 외면당해서, 가정용 VTR은 베타맥스와 VHS의 싸움이 되었다.

베타맥스, VHS, 비디오 2000의 로고 <베타맥스, VHS, 비디오 2000의 로고>

소니는 베타 방식을 자신하여 고가의 로열티를 요구하고, 판매하는 비디오테이프에도 성인물은 포함할 수 없는 등 까다로운 조건을 요구하였다. 성인물을 베타방식으로 판매할 수 없었기 때문에 성인물 시장은 모두 VHS로 갈수 밖에 없었다. 국내 역시 VHS가 시장을 점유해서 프로 비디오 테이프는 초기에는 베타와 VHS가 출시되다, 결국 VHS만 출시 되었다.

JVC는 시장 점유율을 높이는 전략을 통해 저렴한 로열티로 기술제휴를 하고 독점을 요구하지 않아 시장 점유율이 점차 높아졌고, 소니의 베타방식은 1980년 말에는 10% 미만의 점유율로 떨어지게 되었고, 결국 1988년에는 SONY社에서도 VHS 방식의 VTR을 제작, 판매하게 되었다. 베타 방식의 VTR을 독점 만들던 대한전선은 83년 대우에 인수되면서, 베타방식은 대우만 생산할 수 있었다. 대우도 나중에는 VHS 방식의 VTR을 출시했다.

비운의 4mm VTR
소니의 베타맥스 방식이 화질이나 기술적으로 VHS보다 뛰어났지만 시장의 표준이 되지 못했듯이 우리나라에도 비슷한 안타까운 일이 하나 있었다. 삼성전자에서는 서울올림픽을 2년 앞두고 세계최초로 4mm VTR을 개발했다. 필자는 고등학생때 이 제품의 기사와 신문 광고를 보고 꿈의 제품이라고 생각을 하였었다. 정말 가지고 싶은 제품이었다. VHS 의 비디오 테이프 폭의 12.7mm의 1/3 도 안되는 넓이였다. 참고로 VHS 비디오테이프의 폭이 16mm 라고 알려진 것은 잘못된 것이다.

삼성의 4mm VTR, VITECA &#8211; 네이버 뉴스라이브러리 동아일보1986.10.11 <삼성의 4mm VTR, VITECA &#8211; 네이버 뉴스라이브러리 동아일보1986.10.11>

VITECA란 제품인데, 비디오카메라 기능에 2.5인치 화면이 장착되어 있고, VHF와 UHF 수신 TV 튜너까지 달려있었다. 이 기기 하나면 있으면, 비디오 카메라로 영상 녹화 및 재생 그리고, TV시청 및 녹화 재생 까지 가능했다. 무게도 1.15kg 밖에 안되었고, 크기는 담배 갑 4개 크기정도 였다. 이 제품 이후 TV튜너 기능 까지 포함된 비디오 카메라 제품은 나오지 않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사용하는 비디오 테이프도 오디오 테이프와 같은 4mm로 최소형이었으며, 무엇보다도 아나로그 방식이 아닌 디지탈(DAT) 방식으로 영상을 저장하였다. 세계 각국에 24개의 특허를 출원하여 기술 방어도 하였으나, 거기 까지 였다.

VITECA 기사 &#8211; 네이버 뉴스라이브러리 동아일보1986.10.6 <VITECA 기사 &#8211; 네이버 뉴스라이브러리 동아일보1986.10.6>

당시 VHS는 VHS-C 란 방식으로 테이프 크기를 기존의 VHS의 25% 정도로 줄인 제품과 비디오 카메라와 결합한 제품을 출시 하였고, 8mm 비디오 카메라도 출시 된지 얼마 되지 않았다. 삼성의 VITECA가 출시 되면, 경쟁 제품에 큰 타격이 있을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이 시장을 유지하기 위하여 소니 社, JVC 社 등에서 삼성전자의 4mm VTR의 표준화 작업을 막았다. 자사 제품의 기술이전 거부와 특허 침해 소송 등으로 삼성의 발목을 잡았다.

삼성은 뛰어난 제품을 개발하여 88올림픽 전에 제품을 출시하고 시장의 표준이 되려고 노력하였지만, 결국 제품은 출시 되지 못했다. 지금의 삼성전자라면 충분히 가능하지 않았을까?

화질? 녹화시간?
베타방식의 비디오는 태생적인 한계가 있었다. 재생시간이 최대 90분이었다. 이에 비해 VHS는 동일한 비디오 테이프에 녹화 속도를 조절하여 시간을 늘일 수 있었다. 일반 화질의 SP(Standard Play)로 2시간, LP(Long Play)로 4시간, EP(Extra long Play)로 6시간의 녹화 재생이 가능했다. 사실 베타의 90분으로는 일반 영화도 90분이 넘으면 두개로 나누어서 만들어야 했다. 특히 가장 큰 시장인 미국인들이 좋아하는 미식축구를 VHS의 경우 EP 속도로 녹화할 경우 화질은 현저히 떨어지지만 하나의 경기를 모두 녹화할 수 있어서 큰 인기를 끌었다.

다양한 방식의 비디오 테이프, 베타, VHS, 8mm, 6mm <다양한 방식의 비디오 테이프, 베타, VHS, 8mm, 6mm>

결국 소니도 화질을 포기한 베타2라는 방식으로 3시간까지 녹화가 가능하도록 하였지만 이미 시장에는 VHS가 자리잡은 후였다. 그 후 베타3도 나와서 4시간 반까지 가능했다. 베타 방식이 화질 등 여러면에서 뛰어났기 때문에 방송국내에서 표준는 베타캠으로 정착을 했다. 아마도 방송국 프로그램은 대부분 90분 미만이기 때문인 것도 영향을 미친 것 같다.

한상준 han.sangjoon@gmail.com 포토스탁 회사 이미지클릭 이사. 한글과컴퓨터 등 IT 분야에서 20년 넘게 일하고 있다. 대학생 때부터 새로운 기기를 사용하고 분석하는 얼리아답터 활동을 하고 있다. IT 분야 뿐 아니라 아마추어 마라토너, 요리, 음료 등 다양한 취미 생활을 하고 있다. 관심 분야의 자료를 모으고, 분석하고 정리하여 글로 남기는 것을 즐기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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