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만 원짜리 하나로 살 수 있는 물건이 몇 안 된다. 불과 수년전만 해도 만원이면 간단히 장을 볼 수도 있었다. 그러나 요즘은 커피 한잔 가격이 3000원에서 5000원이니 두잔이면 만원이 사라진다. 점심을 매일 사먹어야 하는 직장인들은 점심값이 부담스럽기만 하고 돈의 가치에 대한 생각이 많아진다.

돈이 가치가 낮아졌다. 일각에서는 돈의 가치를 물가에 따라 올리거나 십 만원도 수표가 아닌 지폐로 만들어야 한다는 말도 들린다. 물가가 많이 올라 화폐가치가 떨어져 만 원은 과거의 천 원 정도로 사용된다. 십만 원짜리 지폐가 나와도 별로 부담스럽지 않을 것 같다. 수표의 위조가능성이나 수표조회보다 액면가 보장이 확실한 지폐가 더 나을 수 있다. 예를 들면 가격 12000원은 0을 3개나 써야하지만 리디노미네이션을 하면 1.2 또는 12로 표기하여 금액을 표시하는 자리수가 줄어들어 편리해 진다.

한마디로 화폐의 단위를 낮추는 것으로 실질적으로 화폐와 동전은 그대로 사용하지만 액면을 같은 비율의 낮은 숫자로 낮추는 것이다. 화폐의 액면가(denomination)를 바꾸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56년 전인 1962년 10환을 1원으로 바꾼 이후 지금까지 사용하고 있다. 그래서 그동안 오른 물가가 화폐에 반영되지 못하였다. 환율을 보면 미국의 1달러가 1100원, 유럽의 1유로가 1300원으로 표기상 수치가 커서 상대적으로 낮은 원화가치를 표현하고 있는 것 같다.

리디노미네이션을 실시하면 계산상의 편리는 있지만 한편으로는 액면가가 낮아져 물가가 오른다. 또한 심리적으로도 액면가가 낮아 더 많이 소비돼 과소비를 부추길 수도 있다. 그러나 화폐에 실질적 물가가 고려된 금액으로 원화의 대외적인 가치를 높일 수 있고 단위의 조정으로 회계상의 처리가 간편해진다. 또한 물가가 싸진 것 같은 착각에 소비가 확대되어 침체된 경기가 활성화될 수도 있다. 정부가 수년전부터 침체된 경기 회복을 위해 시중에 돈을 많이 풀었다. 역대 최저의 금리를 이용하여 많은 돈을 풀어 이를 소비와 투자로 연결해보고자 했지만 우리 경제는 반응하지 않았다.

이제 미국의 금리가 오르막길에 들어섰고 우리 역시 금리를 올릴 수밖에 없는 입장이다. 2018년부터 달라지는 조건들이 꽤 된다. 우선 은행들이 금리를 올리기 시작하고 있고 최저 임금의 증가로 인해 시간당 실질임금이 올라간다. 이로 인해 기업이나 상가들이 물가를 조정할 것이고 이로 인해 인플레가 유발될 것이다. 이렇게 되면 소비가 더 위축될 것이다. 저금리 시기에는 금리 조정이 용이했지만 이제는 금리카드도 사용할 수 없으니 다른 방법이 필요하다. 따라서 가지고 있는 조건에서 국내 경기를 진작시켜 볼 수 있는 방법 중의 하나가 리디노미네이션이 되겠다.

리디노미네이션(re-denomination)은 기존의 화폐시스템을 그대로 화폐의 가치만 바뀌는 것이다. 반면 디노미네이션은 환을 원으로 바꾸는 것처럼 화폐명칭을 바꾸고 가치도 바뀌는 것이다. 이는 기존 화폐를 모두 새로운 화폐로 바꿔야 해서 상당한 비용이 들고 시간 또한 필요하다. 리디노미네이션은 일부 카페에서 하듯 12,000원의 표기를 12로 하는 것이다. 명목가격을 변화시키지만 실질적인 가격은 그대로 이다.

화폐가치가 폭락한 예를 보면 세계 제1차 대전이 끝난 후 독일의 마르크화의 예를 들어 볼 수 있다. 전쟁이 끝나자 마르크화의 가치가 폭락해서 화폐를 불쏘시개로 사용하고 아이들이 돈다발로 블록 쌓기 놀이를 할 정도였다. 따라서 화폐의 가치는 그 나라의 경제발전에 따라 적절한 수준을 가지게 된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시기에 적절한 수준의 화폐가 못된다. OECD회원국 중에서 달러 환율이 가장 높은 단위의 화폐를 사용하고 있다. 그동안 경제규모가 커졌음에도 화폐가치의 조정이 이루어지지 못하였기 때문이다. 제3자가 볼 때는 원화대비 다른 나라의 화폐와의 교환비율이 상대적으로 낮아 우리나라가 후진국으로 보일 수도 있는 문제이다.

자리수가 큰 화폐는 여러모로 불편하다. 특히 기업이나 나라경제를 말할 때 원단위를 그대로 사용하면 자리가 너무 길다. 때문에 지표나, 매출액의 그래프나 표에는 단위를 천원 또는 만원으로 표기하여 공공연하게 자릿수를 줄여서 표기하고 있다. 사람들이 먼저 생활 속에서 화폐를 줄여서 표기하며 리디노미네이션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일상생활 속에서도 10만원 수표의 사용이 늘어나면서 2009년에는 5만 원권 지폐가 발행되었다. 때문에 지금 5만 원권은 현금으로 매우 편리하게 사용하고 있다. 10만원권 지폐 발행의 이야기가 나올 정도로 화폐의 가치가 올랐다. 이에 따라 그 사용을 더 편리하게 하고 싶은 사람들이 시중에서 먼저 액면가격을 다르게 한 리디노미네이션을 하는 것이다.

앞으로 더 커질 경제를 위해서도 필요한 일이다. 물론 리디노미네이션이 가져올 영향이 모두 긍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그러나 5만원 지폐를 발행할 때도 사람들은 인플레이션을 걱정했다. 실제로 해보니 그렇게 걱정할 일만은 아니었다. 현재 우리가 너무도 편리하게 사용하고 있지 않은가. 새로이 화폐를 만드는 비용이나 은행의 단말기기 등의 교체비용 등이 들어가고 사람들의 심리적 저항이 리디노미네이션을 방해하는 이유라고 하지만 이는 핑계이다. 국내에서나 외국에서나 필요에 의해 리디노미네이션을 진행한다. 미룰수록 불편함은 더 지속되고 비용은 더 크게 소요될 것이다. 이를 기화로 사람들의 소비심리가 확대되고 관련 기기나 소프트웨어의 투자가 이루어지니 우리 경제 활성화에 기여하게 될 것이다.

화폐개혁을 진행하는 일은 쉽지는 않지만 적지 않은 나라가 시도했다. 물가를 잡기 위해, 정치 통합을 위해 등등의 이유로 진행을 했고 그 나라의 경제와 사회수준이 높을수록 성공적으로 안착했다. 가장 중요한 것이 안정성이다. 성공한 국가들은 리디노미네이션에 국민들의 호응이 있었고 강제나 불안감이 없이 자연적으로 새로운 화폐를 맞이했다. 우리나라는 한국동란 후 인플레이션으로 화폐가치가 떨어져 액면가를 100대 1로 다운시켰다. 1962년에는 경제개발을 목적으로 환을 원으로 바꾸며 10대 1로 화폐의 액면가격을 떨어뜨린 전적이 있다. 물론 물가가 안정적이고 성공적으로 리디노미네이션을 안착시킬 수 있는 비용이 부담스럽지 않은 경기 호황기에 추진하는 것이 성공의 조건이다. 그러나 리디노미네이션으로 1000원이 1원이 된다면 쌓아놓은 돈들이 시중에 나와 유통될 것이기에 불안감보다 침체된 경제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단초로 삼을 수도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가 아프리카의 짐바브웨처럼 자국화폐를 유지할 수 없을 만큼의 혼동의 상황은 아니지 아니한가. 우리나라의 통화가치의 제고를 통해 다시 한 번 세계로 뛰는 대한민국의 성장곡선을 만들어 낼 수도 있을 것이다.

김용훈 Laurel5674@naver.com 국민정치경제포럼의 원장이자 온 오프라인 신문과 웹에서 정치경제평론가로 활동중이다. 몇 년 동안 크고 작은 공모전에서 140여회의 수상을 하며 금융, 전자, 바이오, 정책, 광학, 시, 에세이 등 다양한 분야에서 공모전을 통해 수익을 창출했다. 그 동안의 공모전 경험으로 공모전에 관한 분석과 동향, 수상비법으로 다양한 독자들에게 흥미와 다른 경험의 기회를 알려주고 싶어한다. ‘청춘사랑마흔에만나다’, ‘마음시’, ‘국민감정서1, 2’ 등 20여권의 시와 에세이, 자기계발도서를 집필하며 글작가로도 활동 중이다.

(*이 칼럼은 Nextdaily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저작권자 © 넥스트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