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당 직원이 내 방 번호를 기억하고 바로 메뉴를 갖다 준다. 아침메뉴라고 2가지밖에 없다. 영국식메뉴를 시켰다. 체크 아웃하는데 직원이 아침 어땠냐고 묻는다. 거짓말을 할수가 없어서 커피가 훌륭했다고 칭찬해줬다.

버스터미널로 왔다.

UFO타워
UFO타워

어제 올라갔던 UFO타워가 바로 보인다. 노상에서 타는거라 정확한 위치가 맞는지 불안하다. 비엔나로 가는 사람들이 많다. 물어보니 버스회사가 다르다. 예약없이 기다리는 사람들도 있다. 버스기사에게 표를 살거란다.

다행히 스페인에서 온 젊은 커플이 같은 버스다. 서로 의지하고 같이 기다렸다. 유럽 국경을 넘나드는 버스가 이리 많을 줄은 미처 몰랐다. 굳이 한 회사만 고집할 필요가 없어 보인다. 어제 형제에게서 들은 정보로도 다양한 옵션이 있다한다.

버스를 타고 국경을 넘었다. 버스정류장 바로 옆에 전철역이 보인다. 스페인친구들과 함께 가서 전철을 탔다. 스페인친구들은 나보다 먼저 내리고 나는 스테판광장에서 내렸다. 호텔은 걸어서 백 미터 거리에 있다.

비엔나 호텔도착
비엔나 호텔도착

얼리체크인을 신청해 놓아서 바로 체크인이 가능하다. 4성급치고는 아담한 방이지만 비엔나도심에서 황홀한 수준이다. 왠만한 관광지는 걸어서 다닐 거리다. 일단 짐을 풀고 나갈 채비를 했다. 스테판성당으로 가는데 배가 출출하다. 거리의 먹거리들이 유혹한다. 핫와인 가격이 브라티슬라바의 2배다. 비엔나물가가 와 닿는다.

핑크빛으로 샤방샤방 예쁜 카페로 들어갔다. 삭막한 거리에 봄 느낌 물씬이라 기분이 상큼하다. 카페라떼와 빵을 시켰다. 저녁에 슈니첼을 먹으려면 가볍게 먹어야한다. 샤방샤방 핑크 복장의 직원 얼굴을 보니 나보다 삭아 보인다. 화장실을 물어보니 2층에 올라가서 1유로를 내고 영수증을 가져오면 돈을 돌려준단다. 화장실을 훔쳐 쓰는 관광객들이 많은 모양이다. 귀찮아서 안 갔다. 호텔이 지척이다. 다니다 급하면 호텔로 가면 될 일이다.

거리풍경
거리풍경

대충 허기를 면하고 비엔나산책을 시작했다. 오래전 추억이 깊은 곳이다. 30년전 부모님 모시고 왔던 곳이기도 하다. 당시 사진 찍었던 것을 엄마는 액자에 넣고 두고두고 보셨었다.

나도 모르게 백화점으로
나도 모르게 백화점으로

화려한 매장들과 백화점이 늘어진 거리를 걸었다. 마음은 그냥 지나쳐야 한다고 외치는데 정신을 차려보니 백화점안에서 옷 구경을 하고있다. 여행초반부터 짐을 늘릴 수가 없다. 다행히 세일을 하지않는다. 세일중이라면 이성을 잃었을 지도 모를 일이다.

오페라하우스회랑
오페라하우스회랑

오페라하우스로 갔다. 오늘은 공연이 없는 날이란다. 궁전 쪽으로 살랑살랑 걸었다. 노부부가 앞에서 강아지를 데리고 걷고있다. 날이 좋아서인지 산책 나온 시민들이 많다. 관광객은 더 많다. 여기저기에서 깃발 따라 움직이는 단체가 많이 보인다.

앉아있는 괴테
앉아있는 괴테

괴테 동상이 있어서 사진을 찍었다. 앞에 가던 노부부 중 부인이 나한테 말을 건다. 재미있는 오스트리아이야기를 아냐고 묻는다.

서있는 쉴러
서있는 쉴러

뭐냐고 되물으니 대로 건너편 쉴러동상을 가리킨다. 괴테는 앉아있고 쉴러는 서있는 이유를 알려준다. 괴테은 글을 짧게 쓰고 쉴러는 글을 길게 써서 그렇단다. 셋이서 같이 크게 웃었다. 노부부는 조그만 동양여자에게 재미있는 이야기를 해줘서 즐거운 듯 보인다. 감사하다고 인사하고 쉴러를 만나러 대로를 건넜다. 괴테와 쉴러는 마주보고 심심하지는 않을 듯싶다.

마리아테레지아
마리아테레지아

모짜르트동상을 지나 마리아테레지아광장으로 갔다. 오스트리아의 어머니는 여전히 카리스마 뿜뿜 날리며 자리를 지키고 있으시다. 여전히 팔을 벌리시며 환영하신다. 관광객들이 너무 많아서 사진을 제대로 찍을 수가 없다. 옛날의 한적하고 평화롭던 모습은 간 곳이 없다.

국립도서관
국립도서관

국립도서관앞의 동상이 예전에 어마무지 컸던 걸로 기억하는데 작아졌다. 세상을 돌아 많은 구경을 하고 돌아왔더니 눈이 높아진게다. 국립도서관을 돌아 궁전 입구로 오니 그림처럼 예쁜 마차들이 줄 서 있다.

잘 차려 입은 신사가 말을 건다. 음악회 보지않겠냐고 묻는다. 데이트 신청하는줄 알았더니 표를 사란다. 올드오페라하우스에서 오늘 공연이 있단다. A석은 다 팔리고 B석과 C석만 남았단다. B석을 샀다. 지금의 오페라하우스가 생기기전 오페라하우스에서 하는 연주라니 기대된다.

스테판성당
스테판성당

호텔로 돌아오는 길에 스테판성당으로 갔다. 유명세만큼 인파가 몰린다. 촛불을 켤수있어서 4개를 켰다.

베드로성당 내부
베드로성당 내부

호텔 바로 앞에 베드로성당이 있다. 규모는 크지않지만 내부는 스테판성당 못지않게 아름답다. 마침 미사중이라 오르간연주중이다. 연주를 들으며 촛불을 켰다.

호텔로비에서 3형제 상봉
호텔로비에서 3형제 상봉

호텔에 돌아와서 쉬고있으니 형제가 도착했다. 브라티슬라바에서 나보다 늦게 출발해서 숙소에 들러 짐 풀고 쉬었다 왔단다. 독일에서 합류한 사촌도 같이 왔다. 아들이 찾아온 듯 반갑다.

미리 검색해 둔 식당으로 갔더니 예약 없이는 안된단다. 분위기 괜찮아 보이는 다른 식당으로 갔다.

로컬분위기 물씬나는 오스트리아 현지 식당
로컬분위기 물씬나는 오스트리아 현지 식당

로칼식당분위기가 물씬 난다. 동네 아저씨들이 주민회의라도 하듯 모여서 저녁을 드신다. 혈기왕성한 젊은 학생들을 위해 굴라쉬와 슈니첼을 시켰다. 형제는 굴라쉬를 먹더니 육개장과 감자탕을 섞은 듯한 맛이라며 맛있어 한다. 양 많은 슈니첼도 맛있게 먹는다. 아이들이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니 뿌듯하다. 덕분에 나도 외롭지않게 모처럼 즐겁게 저녁을 먹었다.

올드오페라하우스
올드오페라하우스

저녁을 배불리 먹고 장정 3명이 올드오페라하우스로 데려다줬다. 내가 혼자 기다리는 것이 지루할까봐 입장시간까지 같이 있어준다. 아들이 셋이나 생긴 듯 든든하다. 일정만 맞으면 같이 여행하면 딱 좋겠다. 서로 메시지를 주고받으며 겹치는 곳에서 함께 하기로 했다.

공연장에 들어가서 자리를 잡고 앉았다. 일찍 온 덕분에 좋은 자리에 앉았다. 관객들 대부분 단체관광객이다. 중국 대만 동남아에서 온 단체팀이 압도적으로 많다. 우리나라단체팀들은 안보인다. 공연은 연주와 왈츠 성악을 적절히 섞어서 한다.

요한스트라우스 동상
요한스트라우스 동상

요한스트라우스의 곡을 많이 연주한다. 공연 수준은 상당한 듯 보인다. 한참 졸린 시간인데도 안 졸고 끝까지 봤다.

인터미션에 샴페인과 음료수를 준비해놓았다. 사람들이 표 딱지를 내고 하나씩 받아 마신다. 단체손님들에게 가이드가 나눠준 표인 듯하다. 왠지 서럽다. 꼽사리껴서 공연 보는 기분이다. 가이드의 엄호아래 다니는 사람들이 부럽다. 표 없으면 돈이라도 받고 팔 것이지 치사하다.

앵콜곡 헝가리무곡을 마지막으로 공연은 끝났다. 단체들이 쏟아져 혼잡하기전에 빨리 빠져나왔다. 거리는 한산하다. 스테판광장도 쓸쓸해보인다.

호텔방으로 들어와 씻고 침대에 누웠다. 형제에게서 톡이 왔다. 늦은 시간 무사히 들어왔는지 걱정해준다. 낯선 이국에서 만난 아들 덕에 맘이 푸근하다. 어머니라 불러줘서 고맙다. 자식 많은 난 복 많은 사람이다.

허미경 여행전문기자(mgheo@nextdaily.co.kr)는 대한민국의 아줌마이자 글로벌한 생활여행자다. 어쩌다 맘먹고 떠나는 게 아니라, 밥 먹듯이 짐을 싼다. 여행이 삶이다 보니, 기사나 컬럼은 취미로 가끔만 쓴다. 생활여행자답게 그날그날 일기 쓰는 걸 좋아한다. 그녀는 솔직하게, 꾸밈없이, 자신을 보여준다. 공주병도 숨기지 않는다. 세계 각국을 누비며 툭툭 던지듯 쏟아내는 그녀의 진솔한 여행기는 이미 포털과 SNS에서도 두터운 팬층을 확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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