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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여사의 여행일기 부다페스트편 Day-4] 보헤미안의 정취가 담긴 ‘브라티슬라바’로

발행일시 : 2017-12-06 00:00

어김없이 새벽1시가 넘어서 와글와글 시끄럽다. 옆방의 젊은이들이 밤늦게까지 놀다가 들어온 모양이다. 오늘은 4명이 한방에 묵는지 소음 수준이 다르다. 방음이 전혀 되질 않는다. 침대에 올라가고 내려오는 소리가 다 느껴진다. 잠이 깨니 정신이 점점 또렷해진다. 할수없이 사진도 정리하고 일기도 쓰고 시간을 보냈다. 옆방 이웃들은 한참을 웃고 떠들더니 3시넘어서 조용해진다. 젊음이 좋다.

이번 여행은 아무 준비도 없이 갑자기 날아온 여행이다. 겨울이라 기차를 탈까 싶어 급하게 유레일패스를 사려했더니 시한이 임박해서 포기했다. 현지에서 되는대로 다니자 싶어서 그냥 왔다. 준비없이 오길 잘했다. 선택의 폭이 넓어졌다.

비행기에서 만난 헝가리여인이 브라티슬라바가 좋다고 가보라해서 알아봤다. FLIX라는 버스시스템이 있다. 예전에는 유로라인이 유명했었는데 새로 생긴 다국적 버스회사인 모양이다. 휴대폰에 어플을 깔고 검색해보니 부다페스트에서 브라티슬라바까지 논스톱으로 가는 편이 하루에 여러 편 있다. 가격도 착하다. 아침 8시50분 논스톱편이 9유로다. 유레일패스를 사왔더라면 후회할 뻔 했다. 일찌감치 준비를 하고 옆방 젊은이들이 깰까봐 살금살금 나왔다. 새벽에 잠든 친구들이라 수면방해할까봐 조심스럽다. 체크아웃하러 로비로 가니 리셉션직원도 자고 있다. 노친네가 젊은이들이 노는 물에서 본의 아니게 민폐를 끼쳤다.

버스 안에서 셀카로 <버스 안에서 셀카로>

버스터미널로 가는 버스를 탔다. 메트로티켓이 없어서 기사한테 표를 달라고 동전을 주니 모자란단다. 인터넷정보에는 350포린트라고 되어있더니 그새 올랐나보다. 450포린트다. 할수없이 지폐를 주고 동전을 거슬러 받았다. 터미널에 와서 남은 동전들로 커피와 스낵을 먹고 물도 샀다. 화장실이 180포린트다. 화장실물가가 서유럽 못지않다. 버스표와 여권을 보여주고 탑승했다. 버스는 새것인 듯 깔끔하고 상태가 좋다. 지정 좌석이 아니라 온 순서대로 맘대로 앉으라 해서 제일 좋은 자리를 잡고 앉았다. 화장실도 있고 간단한 스낵을 기사아저씨가 판다. 버스가 출발했다. 고속도로에 들어서니 안개가 자욱하다. 경치는 몽환적인데 기사님 운전이 걱정스럽다. 하여간 기분 좋게 달린다.

날이 개고 <날이 개고>

다행히 얼마 달리지않아 날이 개고 해가 난다. 해가 나니 세상이 달라 보인다. 낙엽이 지고 나무들이 옷을 벗는다. 옷을 다 벗은 나무들도 많다. 신록이나 단풍도 아름답지만 옷 벗은 나무와 푸른 하늘이 어우러져 아름답다.

휴게소에서 20분간 시간을 준다. 내가 좋아하는 마르셰휴게소다. 사람들이 많아서 먹고싶은 것을 고를수가 없다. 겨우 간단하게 요기했다. 화장실은 100포린트다. 화장실요금이 일관성이 없다.

브라티슬라바에 도착 <브라티슬라바에 도착>

국경을 넘어 브라티슬라바에 도착했다. 버스에서 내려서 택시를 탔다. 주소를 보여주니 갸우뚱한다. 출발해서 제대로 가나 했더니 거의 다와서 길을 지나친다. 우회전하라고 했는데도 지나쳤다. 과감하게 유턴하더니 숙소 앞에 세워준다. 6유로 나와서 10유로를 주니 귀여운 미소를 지으며 그냥 주머니에 넣고는 가버린다. 사납게 생긴 기사아저씨가 귀엽게 웃으시니 당할 재간이 없다. 리셉션에 들어가니 열쇠 등 모든 것을 챙겨 놓았다. 얼리 체크인을 신청하기 잘했다.

[허여사의 여행일기 부다페스트편 Day-4] 보헤미안의 정취가 담긴 ‘브라티슬라바’로

방에 들어가서 일단 짐을 풀었다. 위치도 좋고 깨끗하고 모든 것이 마음에 든다. 잠시라도 편하게 쉬니 피곤이 풀린다.

일단 올드시티로 갔다. 아무 정보없이 온 곳이라 그냥 헤매기로 했다. 근데 느낌이 좋다. 오늘은 내 사진도 찍고 싶어서 미니 삼발이를 붙였다.

올드시티로 들어서자 동화같은 기분이 든다. 마치 마술지팡이를 돌려서 중세 도시로 휘리릭 돌아간 듯 싶다. 토요일이라 그런지 관광객들이 정말 많다. 단체관광객들이 여기저기 모여서 가이드의 설명을 듣고 있다. 미니 삼발이를 세우고 사진찍을수가 없다. 사람들에게 계속 밀린다.

미카엘의 문 탑 위에서 <미카엘의 문 탑 위에서>

올드시티의 입구에 있는 미카엘의 문 위로 올라갔다. 시내가 다 보인다. 마치 로텐부르그에 온 기분이다. 개인적으로는 로텐부르그보다 더 서정적이다. 중앙광장에는 대형 크리스마스시장이 열렸다.

크리스마스시장에서 핫와인 구입 <크리스마스시장에서 핫와인 구입>

핫와인을 한잔 들고 시장 구석구석 다녔다. 오늘은 제대로 식당에서 저녁을 먹고싶은데 온갖 종류의 음식들이 유혹을 한다.

시청사 탑 위에서 <시청사 탑 위에서>

꾹 참고 시청사 탑 위로 올라갔다. 멀리 성도 보이고 크리스마스시장도 내려보인다. 야경을 찍고 싶어서 탑 위를 몇 바퀴 돌면서 기다렸다. 석양이 지고 드디어 조명 밝혀지기 시작한다. 제대로 야경을 보고싶어서 더 기다렸다.

[허여사의 여행일기 부다페스트편 Day-4] 보헤미안의 정취가 담긴 ‘브라티슬라바’로

중앙광장이 화려한 마술의 세계로 탈바꿈하는듯 아름답다. 광장으로 내려오니 더 복잡해졌다. 짐 걱정만 아니면 사고 싶은 것들이 너무 많다. 먹고 싶은 것들도 많다. 사고싶은것도 많고 먹고싶은것도 많은걸 보니 삶의 의욕이 충만해지는 기분이 들어서 좋다.

중세식당 내부 <중세식당 내부>

미리 봐둔 식당으로 갔다. 입구의 장식이 예뻐서 들어가보고 싶었는데 내부도 중세스럽다. 그림들이 약간 조잡스러운 느낌은 있지만 여행자에게는 그조차 즐거움이 된다.

페퍼스테이크 <페퍼스테이크>

단백질이 땡겨서 페퍼스테이크를 시켰다. 미디엄과 웰던 중간으로 익혀달라고 했는데 레어와 미디엄중간으로 익혀나왔다. 고기는 두툼하고 신선함이 느껴진다. 참고 먹다가 결국 다시 구워 달라고 부탁했다. 난 역시 촌스럽게도 웰던으로 돌아가야겠다. 미디엄과 웰던사이로 주문했다가 고생했다. 브라티슬라바 1위 맛집이 우습게도 음식점이 아니다.

[허여사의 여행일기 부다페스트편 Day-4] 보헤미안의 정취가 담긴 ‘브라티슬라바’로

와인테이스팅바가 1위맛집이다. 오후 5시부터 영업을 한다. 저녁 먹고 가니 빈자리가 구석에 딱 한자리 있다. 벽에 와인이 가득 차 있다. 주인인지 직원인지 젊은 청년이 친절하게 설명을 해준다. 몇가지 와인을 맛보는 걸로 선택했다. 슬로바키아와인이 이리 다양한지 몰랐다. 추천해준 와인 둘다 맛있다. 와인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지만 훌륭하다. 몇개 되지않은 테이블이지만 테이블마다 정성을 다한다. 와인에 대해서 설명도 잘해준다. 설명들어봤자 오른쪽 귀로 들어와서 1의 머무름도 없이 왼쪽 귀로 나간다. 그래도 해맑은 표정으로 성의를 다하는 모습은 감동이다. 한국에서 왔다고 했더니 이곳에 한국사람들이 많이 산단다. 삼성 기아 현대 등 지사들이 있어서 직원들이 많단다. 자주 오는 한국인친구도 보여준다. 나오는데 “감사합니다”라고 인사한다.

[허여사의 여행일기 부다페스트편 Day-4] 보헤미안의 정취가 담긴 ‘브라티슬라바’로

오늘 하루 동안 한국인은 한사람도 못 만났는데 하루의 마무리로 한국 인사를 듣는다. 오늘 하루도 감사하다. 내 주위 모든 것이 감사하다. “감사합니다.”

[허여사의 여행일기 부다페스트편 Day-4] 보헤미안의 정취가 담긴 ‘브라티슬라바’로

허미경 여행전문기자(mgheo@nextdaily.co.kr)는 대한민국의 아줌마이자 글로벌한 생활여행자다. 어쩌다 맘먹고 떠나는 게 아니라, 밥 먹듯이 짐을 싼다. 여행이 삶이다 보니, 기사나 컬럼은 취미로 가끔만 쓴다. 생활여행자답게 그날그날 일기 쓰는 걸 좋아한다. 그녀는 솔직하게, 꾸밈없이, 자신을 보여준다. 공주병도 숨기지 않는다. 세계 각국을 누비며 툭툭 던지듯 쏟아내는 그녀의 진솔한 여행기는 이미 포털과 SNS에서도 두터운 팬층을 확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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