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물은 흘러 갑니다. 제3한강교 밑을~" 국민 가수 혜은이씨의 노래이다. 지금도 가끔 가요무대 등에서 들을 수 있는 노래이다. 노래 속의 "제3한강교"가 지금의 "한남대교"인 것을 모르는 사람이 꽤 많다. 한강다리의 이름이 인접 지역과 연관되게 명명되기 시작한 것은 1976년 잠수교가 처음이었다. 그 전에는 다리가 지어지는 순서 대로 숫자로 다리 이름을 지었다.

교통량이 많지 않았던 시절에는 한강에 다리가 몇 개 없었으나 자가용이 늘어나고 교통량과 물류가 발달함에 따라 한강에는 많은 다리가 필요하게 되었고 건축 되었다. 한강 다리는 건축 시기에 따라, 건축 디자이너의 감각에 따라 다양한 모습을 가지고 있다. 한강 다리를 소재로 한 노래도 "제3한강교" 이외에도 남인수씨의 "애수의 인도교", 진송남씨의 "이별의 제2한강교", 주현미씨의 ‘비내리는 영동교’, 박영민씨의 ‘창밖에 잠수교가 보인다’, 자이언티의 ‘양화대교’까지 참 다양한 노래가 나왔다. 한강 다리가 제목에 사용된 영화도 있다. 이렇듯 한강 다리는 시민의 삶과 밀접한 관계에 있다.

한강의 다리들
서울의 한강 위에는 수많은 다리들이 있다. 한강 다리로 한강의 남쪽과 북쪽을 연결되면 수많은 사람과 물류의 이동이 이루어지게 된다. 다리가 새로 생기면 인근 지역의 발전으로 이어진다. 현재 한강에 있는 다리는 총 32개의 다리가 있다고 한다. 서쪽에서 동쪽으로 있는 다리를 나열하면 일산대교, 김포대교, 행주대교, 방화대교, 마곡대교, 가양대교, 성산대교, 양화대교, 당산철교, 서강대교. 마포대교, 원효대교, 한강철교, 노량대교, 한강대교, 동작대교, 반포대교, 잠수교, 한남대교, 동호대교, 성수대교, 영동대교, 청담대교, 잠실대교, 잠실철교, 올림픽대교, 천호대교, 광진교, 강동대교, 미사대교, 구리암사대교, 팔당대교이다.

노량대교는 어디있는 다리일까? 노량대교를 한강에 있는 다리라고 하기에는 좀 어려울 수도 있다. 동서로 길게 이어진 올림픽대로 중 행주대교와 올림픽경기장 사이의 도로가 "노량대교" 로 분류 되어있다. 흔히 다리라 하면 강을 건너는 용도로 생각하는데, "노량대교"는 특이하게 한강을 건너지 않고 한강 남쪽을 동서로 길게 건축되어 있다.

한강 다리의 이름들
한강 다리들은 각각 특이한 이름이 있는데, 80년대 초 까지만 해도 일부 한강 다리들은 지금의 이름과 달랐다. 지금의 한강 다리들은 주변 지명 등을 근거로 이름을 가지고 있지만, 옛날에는 다리가 몇 개 없었고 다리가 건축된 순서에 따라 제1한강교, 제2한강교, 제3한강교로 이름 지어졌다. 한강대교는 제1한강교가 바뀐 것인데, 한강에 놓여진 최초의 인도교이다. 1917년 준공 되었는데, 여러모로 가장 역사적인 다리라고 생각된다. 일제시대 때에 건축되었고, 홍수 등으로 여러 번 다리의 기능이 불가능 할 정도로 유실되었다. 1950년 6.25(한국전쟁) 때 폭파되기도 하였고, 1981년에는 교통량이 증가하자 똑같은 다리를 하나 더 놓아 지금과 같이 쌍동이 다리가 되면서 한강대교로 이름이 바뀌었다.

양화대교는 1965년 준공된 구교 (舊橋)와, 1982년 준공한 신교(新橋) 두개를 말한다. 구교의 원래 이름은 ‘제2 한강교’이다. 신교를 건축하면서 ‘양화대교’로 바뀌었다.

한남대교는 앞서 말한 것과 같이 1969년 제3한강교로 건축되었고 1984년 한남대교로 변경 되었다. 한남대교로 인하여 강남이 빠르게 개발되었는데, 원래 목적은 강남 개발이 아니고 6.25와 같은 전쟁 발발시 서울 시민이 빠르게 한강을 건널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었다고 한다. 혜은이씨가 부른 "제3한강교"는 1979년 동명의 영화 개봉과 함께 발표되었는데, 재미있는 것은 초기에 부른 가사가 퇴폐적이라고 해서 일부 가사를 바꾸어야 했다.

가사 중 가장 문제가 된 부분은 "어제 처음 만나서 사랑을 하고 우리들은 하나가 되었습니다" 였다. 이 가사는 "어제 다시 만나서 다짐을 하고 우리들은 맹세를 하였습니다" 로 바뀌고 방송이 가능해졌는데, 지금 생각하면 이해가 가지 않는 검열이라고 생각된다. 얼마 전 TV 가요 프로그램에서 원래 가사로 다시 부르는 혜은이 씨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한남대교 이후 잠수교(1976, 당시 안보교(安保橋)라고도 하였다)가 준공 되었다. 잠수교 역시 군사 목적으로 건설되었으며 초기에는 지금처럼 다리 중간이 아치형태로 올라가는 형태가 아니었다.

1976년 물에 잠긴 잠수교. 상단에 반포대교를 건설하기 전이다. - 서울시 제공
1976년 물에 잠긴 잠수교. 상단에 반포대교를 건설하기 전이다. - 서울시 제공

2011년 홍수 때 잠수교
2011년 홍수 때 잠수교

건축 당시 잠수교는 선박이 지나갈 때는 다리 중간 15m를 크레인으로 들어올려 지나가게 함으로써 서울의 새로운 명물로 등장했고 비상시 파괴와 설치를 빠르게 할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 1986년 한강 유람선이 잠실과 여의도를 매일 왕복하기 시작하면서 아치형으로 개조 되었다.

마포대교는 1981년 개통되었는데, 당시 서울대교라 하였다가 1984년 마포대교로 개명하였다. 마포대교로 인하여 허허벌판이던 여의도가 ‘서울의 맨해튼’으로 빠르게 발전하는 발판이 되었다. 이처럼 한강 다리의 주변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

아픔의 한강 다리
한강다리에는 아픔도 많다. 가장 피해가 큰 사건은 한강 인도교 폭파이다. 1950년 6월 28일, 즉 6.25 발발 3일 후 새벽에 국군이 한강 인도교를 폭파하였다. 이로 인해 남쪽으로 피난 중이던 군경 포함 민간인 500~800명이 폭사 및 익사하였고, 차량 50여대도 함께 파괴되었다. 6.25 전쟁 중 가장 논란이 많은 사건이기도 하다.

두번째는, 94년 10월 발생한 성수대교 붕괴로, 17명이 다치고 34명이 사망했다. 성수대교의 제5·6번 교각 사이 상부 트러스 약 50m가 붕괴해 무너지는 사고가 발생하였다. 승용차, 승합차 등이 추락을 했고, 특히 시내 버스 한대가 뒤집어지며 추락을 해서 사망자가 많았다. 성수대교의 경우 트러스식 다리로 건설되었는데, 이음새 부분의 정기 점검을 소홀, 과적차량의 통행과 동부간선도로의 개통에 따른 교통량 증가로 빠르게 노후된 것이 원인이라고 한다.

올림픽대교는 88올림픽을 기념하여 만든 다리이다. 24회 올림픽을 의미하는 24개의 케이블로 연결되어있고, 4개의 주탑은 88m인데, 주탑 상단에는 올림픽 성화모양의 대형 불꽃 조형물이 있다. 이 조형물은 무게 10.8t, 높이 13m의 스테인리스강 인데, 2001년 5월 조형물을 헬기를 이용해 설치 후 헬기가 빠져나오다 조형물과 연결된 고리를 떼어내지 못해 후미 로터가 조형물과 부딪치면서 추락을 했다. 그로인해 헬기에 탑승했던 군인 3명이 모두 사망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조형물 설치 중 올림픽대교 통행을 완전 통제하여 추가 인명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한강 다리에서는 꾸준히 투신 시위와 자살이 일어난다. 아치형 다리는 아치에 윤활제를 발라서 못 올라가게하고, 다리 난간에 자살방지 표어와 생명의 전화를 설치하는 등 자살 방지를 위해 노력하고 있으나 안타깝게도 자살자는 증가세이다. 서울시의 자료에 따르면, 2013년부터 올해 7월까지 한강 다리 자살 시도자는 1985명이었다. 2013년 220명, 2014년 396명, 2015년 543명, 2016년 506명으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올해는 7월까지 320명이었다고 한다. 자살은 가족과 친지들에게 영원한 상처를 남기는 일이다. 절대로 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남산 터널의 이름은?
남산에는 총 3개의 터널이 있다. 각각의 이름은 남산 제1, 2, 3호터널 이다. 남산 1,2호 터널은 1970년, 3호 터널은 1978년에 개통하였다. 당시 터널을 통과할 때는 라디오를 들을 수 없었다. 남산 3호 터널은 터널 안에서도 라디오 청취가 가능한 최초의 터널이었다. 지금은 라디오는 물론 핸드폰 통화까지 가능하게 되었다.

남산1호터널 개통 홍보
남산1호터널 개통 홍보

서울에서 태어나서 지금까지 살면서 종종 남산터널을 이용하지만 1,2,3 호 터널 이름은 여전히 낯설다. 건축 된지 40년 정도 되었는데, 아직도 숫자로 터널이 불리는 것은 한강 다리와 비교하면 좀 이상하게 느껴진다. 한강다리도 처음에 제1, 2, 3 한강교로 이름을 지었으나 한강대교, 양화대교, 한남대교로 이름이 바뀌었 듯이 남산터널도 이제 제대로 된 이름을 지어주었으면 좋겠다.

이제 한강다리는 단순히 한강을 건너는 기능을 떠나서 아름다운 디자인과, 여름에는 시원한 분수 쑈를 하기도하고, 밤에는 형형색색의 조명으로 서울의 야경에 아름다움을 더한다. 잠수교의 경우 보행자와 자전거를 위주로 도로를 개편하고, 저녁에 음악을 틀어 주기도 한다. 이제 한강 다리는 문화공간의 일부분으로 발전하고 있다.

한상준 han.sangjoon@gmail.com 포토스탁 회사 이미지클릭 이사. 한글과컴퓨터 등 IT 분야에서 20년 넘게 일하고 있다. 새로운 기기를 사용하고 분석하는 얼리아답터 활동을 하고 있다. IT 분야 뿐 아니라 아마추어 마라토너, 요리, 커피 등 다양한 취미 생활을 하고 있다. 관심 분야의 자료를 모으고, 분석하고, 정리하여 글로 남기는 것을 즐기고있다. 현재 논현동에서 커피 전문점 카페드양도 경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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