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롯데호텔에 이어 두 번째

특급호텔이 리노베이션을 하는 과정에서 나온 TV를 비롯해 냉장고와 침대, 책상 등이 저소득 임대주택 거주자들의 귀중한 살림살이로 전달된다. 사진=워커힐 호텔앤리조트 제공
특급호텔이 리노베이션을 하는 과정에서 나온 TV를 비롯해 냉장고와 침대, 책상 등이 저소득 임대주택 거주자들의 귀중한 살림살이로 전달된다. 사진=워커힐 호텔앤리조트 제공

특급호텔이 리노베이션을 하는 과정에서 나온 TV를 비롯해 냉장고와 침대, 책상 등의 객실 물품이 저소득 임대주택 거주자들의 귀중한 살림살이로 전달된다.

서울시는 워커힐 호텔앤리조트(이하 워커힐 호텔)가 운영하는 더글라스 하우스를 리노베이션하면서 나온 TV·냉장고·침대·책상 등을 관내 노숙자와 쪽방촌 거주자 등 저소득층 주민들에게 전달하기로 했다고 17일 밝혔다.

워커힐 호텔 측은 최근 더글라스 하우스 65개 객실을 바꾸는 작업을 벌였다. 이때 나온 물품 중 재사용이 결정된 일부 장식품을 제외한 TV·냉장고·침대·실내등·테이블·의자·거울 등 객실 물품 16종, 1156점을 서울시에 모두 기부했다.

이 호텔은 지난 2016년 12월 23일 서울시와 쪽방촌 주민 등 주거취약계층의 생활 및 주거안정을 위한 지원사업에 대해 협약을 맺었다.

일반적으로 호텔들이 리노베이션으로 객실 비치 물품을 교체할 때 기존 물건들은 매각해서 비용을 수입처리한다. 하지만 워커힐 호텔에서는 서울시와 맺은 협약의 취지를 살려 별도의 매각 작업 없이 물건을 기부하기로 결정했다고 서울시는 설명했다.

시는 이번에 기부받은 물품을 노숙인 시설, 쪽방촌에서 어렵게 보증금을 저축해 공공임대주택에 입주하는 41가구의 ‘세간’으로 우선 지원키로 했다.

현재 서울에는 노숙인 시설, 쪽방촌에서 자립해 LH공사나 SH공사에서 지원하는 공공임대주택에 입주한 사람들은 1445명(1065호)이다.

새로 자립하게 된 이들이 거주하는 공공임대주택들은 영구임대주택 같은 아파트가 아닌 일반 빌라를 매입해 개·보수한 것이다. 아파트형 주택과 비교해 보증금과 월세가 낮지만 보증금 마련이 쉽지 않은 노숙인들과 쪽방 주민들에게는 본인이 직접 마련해야 하는 가재도구 등 살림살이에 필요한 모든 물품도 큰 부담이었다.

노숙인 시설과 쪽방촌에서의 생활은 사생활 보장, 열악한 주거로 불편이 많다. 보증금이 마련되는 대로 옷가지와 침구 몇 점을 가지고 서둘러 거처를 옮기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한다. 이후 오랜 시간을 들여 세간을 마련하지만 수입이 적어 이마저도 어려움을 겪는다.

서울시는 그 중 최근에 입주하거나 근로능력 부족으로 인해 세간을 마련하지 못한 사람들을 추천 받아 41가구에 세간을 지원하게 했다.

기부된 물품의 운송은 지원대상자를 추천한 노숙인 시설과 쪽방상담소들이 책임진다. 인력과 비용을 직접 투입해 돕는 데 그동안 돌보던 사람들의 자립을 축하하는 의미라고 한다.

또 남은 물품은 별도의 창고에 보관했다가 자립생활주택과 공동생활가정 등에서 생활하는 저소득 어르신, 장애인 등에게 지원할 예정이다.

김용복 서울시 복지본부장은 “지난 7월 롯데호텔에 이어 이번 워커힐 호텔까지 리노베이션에서 나온 물품을 매각하지 않고 모두 지원해 감사하다”며 “교체물품 후원 협약을 맺은 호텔들 모두가 이렇게 도와 준다면 저소득층 생활안정에 큰 도움이 될 것이고, 서울시도 이런 소중한 물품이 요긴하게 쓰일 수 있도록 앞으로 더 노력 하겠다”라고 말했다.

도중섭 워커힐 호텔 총괄은 “이런 뜻깊은 행사에 참여하게 되어 기쁘게 생각한다”며 “앞으로도 특급호텔들이 나서서 전량 기부하는 문화가 점진적으로 정착되길 바란다”라고 전했다.

정영일 기자 (wjddud@nextdaily.co.kr)

저작권자 © 넥스트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