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를 대표하는 문화 상품은 단연코 애보리진 아트(Aborigin art)다. 호주는 국가로서의 역사가 3세기에 불과한 반면, 호주 원주민의 역사는 길게는 7만년 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이중 점과 선, 여러 상징으로 표현되는 독특한 회화 중심의 애보리진 아트보다 유명한 것으로 부메랑(Boomerang)이 있다. 고대 이집트, 아프리카 등에서도 전투나 사냥 등 같은 용도로 사용했다고 하는데, 지금은 부메랑하면 호주를 먼저 떠올리게 되었다.

보통 부메랑은 되돌아오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레저 목적 외에 전쟁이나 사냥에 사용하는 경우, 되돌아오지 않는 것도 있다 하니 부메랑은 되돌아온다는 말은 정확하지 않다. 혹 부메랑이 되돌아온다면, 사냥감을 놓쳤거나 적군을 제대로 공격하지 못한 상황이므로 자신에게 해가 되거나 위험에 빠진 것을 오히려 의미하기도 한다.

이처럼 우리 사회에서는 본래 의도를 벗어나 역효과를 불러오는 현상을 '부메랑 효과(Boomerang effect)'라 이른다. 우리나라의 여러 산업이 과거 선진국으로부터 기술 이전과 협력을 받지 않았다면, 지금처럼 그들과 경쟁하거나 기술 우위에 있지 않을 것이다. 선직국으로서는 부메랑 효과를 제대로 본 셈이다. 제방을 쌓는 것이 자연재해의 위험으로부터 안전할 줄 알았으나 그것이 오히려 갯벌을 썩게 만드는 원인이 되는 경우도 있었다. 일상의 편의를 위해 매일 사용하는 세제, 화장품 속의 미세 플라스틱이 바다로 흘러들어가 어류에 쌓이면서, 우리의 식탁이 위협을 받고 있다.

부메랑 효과는 우리의 일상에서도 흔하다. 멀리 가서 찾지 않아도 된다. 내 뜻과는 반대로 벌어지는 일들 말이다. 충고를 했더니 상대방이 기분 나빠한다든지, 초대를 받아 꽃을 사갔더니 꽃가루 알러지가 있어 반갑지 않은 선물이 되었다든가, 일상 속에서 다반사로 일어나고 있다. 굳이 '상대’가 없어도 내 자신에게도 그런 일들이 비일비재하다. 잘 챙겨 먹은 건강 보조 식품이 오히려 해가 되기도 하고, SNS에 올린 행복한 사진들이 질타를 받기도 하고, 고가의 화장품이 피부 트러블을 일으키는 등 '부메랑 효과’는 상대를 가리지 않는다. 나를 기준으로 하면 '에고’와 '진아' 사이도 따지고 보면 상대가 있다고 말할 수 있으니까.

그뿐만 아니라 '시간’의 개념도 초월한다. 당장 돌아오든, 혹은 너무 멀리 날아가 돌아오기까지 수백 년이 걸리든, 그래서 '돌아오지 않는다’고 착각해 그것을 믿게 만들지라도 반드시 우리가 한 행위에 대한 결과가 있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만약, 이것을 지금 이 순간으로 놓고 보면, 앞서 말한 것처럼 부메랑은 되돌아오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 두 가지 종류로 나눌 수 있다. 그러나 수십 년 혹은 수백 년, 혹은 그 이상의 시간에 걸쳐 일어나는 일이라면, 지금 당장 되돌아오지 않는 부메랑처럼 보이더라도 예상 밖의 암울한 결과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도구로서의 부메랑을 생각하는 개념에서 벗어나 나의 모든 행위 자체를 부메랑으로 인식할 수 있다면, 그런 사고를 늘 어떤 말과 행동을 하기 전에 할 수 있다면, 당장 우리 앞에 펼쳐진 에고들의 전쟁터가 평화로운 진아의 세계로 변할 수 있을까? 우리의 행동과 말은 개개의 부메랑이다. 하루에도 수십 번, 수백 번 말하고, 행동한다. 즉, 적어도 수십 개의 부메랑을 매일 던지고 있는 셈이다. 그것이 쌓이고 쌓이면, 어떤 결과로 나타날까?

한 템포 늦추거나 한 스텝 정도 뒤로 물러나서 아주 조금 느리게, 아주 약간 더디게 시간이라는 틈과 여유라는 틈을 주어 말하고 행동해도 약간 세상이 달라지지 않을까 라는 상상을 해보았다.

장윤정 eyjangnz@gmail.com 컴퓨터 전문지, 인터넷 신문, 인터넷 방송 분야에서 기자로, 기획자로 10여년 간 일했다. 틈틈이 출판 기획 및 교정을 하면서 글을 쓰고 있다. 호주와 뉴질랜드에서 살면서 본 애보리진과 마오리족의 예술, 건강한 사회와 행복한 개인을 위한 명상과 실수행에 관심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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