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C1세기 로마의 정치판은 아주 혼잡했다. 이 먼 동아시아 땅에서 2천년이 지난 후에도 그 이름들을 알 정도로 쟁쟁한 인물인 줄리어스 시저는 여러가지 역사적 업적과 일화와 표현들을 남겼는데, 그 중 하나가 바로 ‘시저의 아내는 의심조차 받으면 안된다’는 이 표현이다.

시저는 결혼을 총 3번을 했는데, 이 표현은 두번째 부인인 폼페이아 (Pompeia)와 관련이 있다. 이 폼페이아가 푸블리우스 클로디우스 풀케르(Publius Clodius Pulcher), 일명 클로디우스와 염문설이 터졌던 것. 클로디우스는 로마의 정통 귀족 가문 출신이자 정치인으로 로마 최초의 삼두정 (폼페이, 크라수스와 줄리어스 시저, 이 3인이 통치하던 체제) 시절, 정치계의 이단아로 소용돌이를 일으키다 대로에서 밀로(Milo)에게 살해당한 인물이기도 하다.

문제는 줄리어스 시저의 부인인 폼페이아와 연인이라는 추문에 대해 시저가 ‘시저의 아내는 의심조차 받으면 안된다’는 말을 하면서, 이 표현이 역사에 남았고 지금까지 쓰이게 되었다. 시저는 저 말을 ‘공인의 가족은 어떤 부정한 행위에도 이름이 올라서는 안된다’는 의미로 했고, 그렇기에 이름이 오른 폼페이아와 이 말을 한 후 이혼을 해버리고 세 번째 결혼을 한다.

지금은 ‘공인의 가족이나 친지는 절대 공적인 부정 행위에 연루되지 않고 순수해야 한다’는 의미로도 쓰이고, 때로는 ‘공인의 가족이나 친지를 어떤 부정한 추문에 끌어들이지 말라’는 의미로도 쓰인다.

한국과 같이 인맥이 중요한 사회에서는 공인들의 가족과 친지들을 어떻게 단속하느냐 역시 아주 중요한 문제가 된다. 때로는 주지사인 남편인 근무하는 집무실에 가족이 발도 들여놓지 않아야 한다는 의미로도 이 표현을 쓰며 강력하게 가족 및 친지 인맥이 공인의 끼치는 영향력의 일부가 되는 것을 저지하는 미국과 비교해 볼 때 더욱 그러하다.

한국말로 친다면, 공인의 가족이나 친지는 ‘오얏나무(자두)아래에서는 갓끈을 고쳐매지 말고, 오이밭에서는 신발끈을 고쳐매지 말라’ 정도의 뜻이라 새길 수 있다. 공인으로 사는 것, 특히 공인의 가족으로 사는 것 역시, 이렇듯 힘들기는 하겠으나, 공인이 가진 사회적인 특권에 반대급부로 따라오는 불편함인지라, 가족이나 친지가 어떤 부정한 행위에도 그 이름이 올라서는 안된다는 저 표현은 참으로 의미심장하다 하겠다.

Joyce Park rowanee@naver.com 필자는 영어를 업으로 삼으며 영어를 통해 사람들과 소통하고 싶어한다. 현재 인천대학교에서 교양 영어를 가르치고 있으며, 영어 교재 저자이자 영어교수법 강사로도 활동하고 있다.

(*이 칼럼은 Nextdaily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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