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지하 비밀벙커’를 비롯해 ‘경희궁 방공호’와 ‘신설동 유령역’ 등 비밀스럽게 설치됐던 서울시의 지하공간 3곳이 공개된다. 여의도 지하 비밀벙커 역사갤러리 내 전시 모습. 사진=서울시 제공
‘여의도 지하 비밀벙커’를 비롯해 ‘경희궁 방공호’와 ‘신설동 유령역’ 등 비밀스럽게 설치됐던 서울시의 지하공간 3곳이 공개된다. 여의도 지하 비밀벙커 역사갤러리 내 전시 모습. 사진=서울시 제공

‘여의도 지하 비밀벙커’를 비롯해 ‘경희궁 방공호’와 ‘신설동 유령역’ 등 비밀스럽게 설치됐던 서울시의 지하공간 3곳이 모두 공개된다.

◆여의도 지하 비밀벙커

먼저 지난 19일 전시문화공간으로 탈바꿈해 정식 개관한 '여의도 지하 비밀벙커'는 1970년대 만들어져 당시 대통령 경호용 비밀시설로 사용됐을 것으로 추정되는 곳이다.

지난 2005년 서울시가 버스환승센터 건립 공사 때 발견된 이 곳은 연면적 871㎡ 규모의 공간을 최대한 원형 그대로 보존했다. 특히 VIP가 사용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방은 소파와 화장실, 샤워장이 있는데, 소파는 비슷하게 복원해 시민들이 직접 앉아볼 수 있게 했고 화장실 변기 등은 그대로 둔 상태다. 이외 내부 공간은 예술품을 설치하고 전시 등을 기획할 수 있는 공간으로 새 단장을 마쳤다.

서울시는 2015년 10월 시민들에게 첫 공개 이후 사전예약제로 임시개방(10월 10일~11월 1일)했다. 이후 구체적인 활용 방안에 대한 시민 의견을 수렴한 결과 63%가 열린 전시문화공간으로 조성하자는 의견을 제시함에 따라 이 방향으로 새 단장을 진행해왔다.

또 벙커의 두께를 가늠해볼 수 있는 50㎝ 코어 조각도 전시했다. 당시 벙커가 어떤 폭격에도 견딜 수 있게 얼마나 치밀하고 틈 없이 만들어졌는지 코어 조각을 통해 가늠해 볼 수 있다. 발견 당시 나온 열쇠박스도 복원해 전시했다.

전시장 안쪽에 있는 역사갤러리(VIP공간)는 처음 발견 당시로 복원해 아카이브 사진과 영상 자료 전을 함께 공개한 바 있는데 역사적 공간에 대한 원형 보존을 요구하는 시민 의견을 반영해 현 상태를 그대로 유지하되 아카이브 프로젝트 영상을 기획해 역사갤러리 내에 추가로 설치했다.

작은 타일 형태의 바닥도 그대로 두고 낮은 천장을 보완하기 위해 천장은 노출형태로 바꿨다. 또 공간확보를 위해 내벽을 덧대고 소방, 냉‧난방시설과 환기시설도 갖췄다. IFC몰 앞 보도에 출입구를 추가로 설치하고 보행약자를 위해 승강기도 새로이 설치하는 등 접근성도 높였다.

시설 운영은 서울시립미술관이 맡고 명칭도 'SeMA벙커'(Seoul Museum of Art)로 바꿨다. 화~일요일 10~18시까지 운영되며(매주 월, 1월1일 휴관) 관람료는 무료다.

개관 기획 전시전으로 '역사갤러리 특별전'과 '여의도 모더니티'가 10월 19일~11월 26일까지 열린다. 여의도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한국 근현대화 과정을 강예린 등 10명의 작가가 참여해 다양한 장면으로 구성했다.

‘여의도 지하 비밀벙커’를 비롯해 ‘경희궁 방공호’와 ‘신설동 유령역’ 등 비밀스럽게 설치됐던 서울시의 지하공간 3곳이 공개된다. 경희궁 방공호 입구. 사진=서울시 제공
‘여의도 지하 비밀벙커’를 비롯해 ‘경희궁 방공호’와 ‘신설동 유령역’ 등 비밀스럽게 설치됐던 서울시의 지하공간 3곳이 공개된다. 경희궁 방공호 입구. 사진=서울시 제공

◆경희궁 방공호

21일부터 공개되는 '경희궁 방공호'는 일제 말기 비행기 공습에 대비해 통신시설(경성중앙전신국 별관 지하전신국)을 갖춰 만든 방공호로 추정된다. 일제강점기 침략과 아픈 과거의 역사, 암울했던 당시의 상황을 느낄 수 있는 공간이다.

서울역사박물관 주차장 한구석엔 콘크리트 구조물로 설치되어 그 위로는 수풀이 우거져있는 정체모를 철문이 '경희궁 방공호'의 입구다.

전체 면적 1378㎡(1층 1120㎡, 2층 258㎡)규모로 (내부 폭 9.16m, 연장 104.2m, 높이 5.6m~5.8m) 10여개의 작은 방이 있고 폭격에도 견딜 수 있도록 성토 높이는 8.5m, 외벽은 약 3.0m 두께다. 지하 직선거리는 약 100m에 이른다.

‘여의도 지하 비밀벙커’를 비롯해 ‘경희궁 방공호’와 ‘신설동 유령역’ 등 비밀스럽게 설치됐던 서울시의 지하공간 3곳이 공개된다. 경희궁 방공호 실내 체험 공간. 사진=서울시 제공
‘여의도 지하 비밀벙커’를 비롯해 ‘경희궁 방공호’와 ‘신설동 유령역’ 등 비밀스럽게 설치됐던 서울시의 지하공간 3곳이 공개된다. 경희궁 방공호 실내 체험 공간. 사진=서울시 제공

서울시는 식민지 말기 암울했던 당시 상황과 방공호의 느낌을 되살리기 위해 조명과 음향을 설치했다. 방공호 1층 천장에 3D로 재현된 폭격기 영상과 서치라이트를 이용한 대공관제를 연출했다. 2만여 장의 일제강점기 관련 사진으로 실시간 포토 모자이크 미디어아트를 재현했다. 2층 계단엔 방공호 내부 전체를 조망할 수 있도록 조성했다.

지난 2014년 11월 전기‧통신시설 개선과 전시‧체험 미디어 콘텐츠 제작 등의 정비를 마친 후 그동안 이곳을 중‧고등학교 학생들이 특별활동 프로그램으로 방문할 수 있는 있는 공간으로 2014년~2016년까지 제한적으로만 운영해왔다.

`여의도 지하 비밀벙커`를 비롯해 `경희궁 방공호`와 `신설동 유령역` 등 비밀스럽게 설치됐던 서울시의 지하공간 3곳이 공개된다. 신설동 유령역. 사진=서울시 제공
`여의도 지하 비밀벙커`를 비롯해 `경희궁 방공호`와 `신설동 유령역` 등 비밀스럽게 설치됐던 서울시의 지하공간 3곳이 공개된다. 신설동 유령역. 사진=서울시 제공

◆신설동 유령역

성수역에서 갈라져 나온 2호선 전동차가 도착하는 승강장 지상으로 통하는 계단과 승강기 사이 좁은 공간의 보라색 철문을 통해 지하 3층으로 내려가면 일명 '신설동 유령역'이 있다.

1974년 지하철 1호선 건설 당시 만들어진 역사지만 노선이 조정되면서 폐 역사가 됐다. 승강장에는 노란색 안전선이 희미하게 보이고 '11-3 신설동'이란 낡은 표지판 하나가 벽에 붙어 있을 뿐 지난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있다.

‘여의도 지하 비밀벙커’를 비롯해 ‘경희궁 방공호’와 ‘신설동 유령역’ 등 비밀스럽게 설치됐던 서울시의 지하공간 3곳이 공개된다. 신설동 유령역 전시 영상. 사진=서울시 제공
‘여의도 지하 비밀벙커’를 비롯해 ‘경희궁 방공호’와 ‘신설동 유령역’ 등 비밀스럽게 설치됐던 서울시의 지하공간 3곳이 공개된다. 신설동 유령역 전시 영상. 사진=서울시 제공

이 역은 지하철 1호선 건설 당시 5호선(연희동∼종각∼동대문∼천호동)일부가 될 신설동역을 동시 건설(1972년 9월∼1974년 8월)했지만 노선이 변경(왕십리∼청구∼현 동대문역사문화공원)되면서 기능이 상실된 곳. 군자차량기지 완공 시점인 1977년 8월까지 차량 정비작업장으로 활용했고 현재는 1호선 동묘역 행 종료 후 군자차량기지 입고 열차가 통과하는 선로로 활용 중이다.(평일 14회, 휴일 12회)

43년 동안 일반인 출입이 금지됐고 지도에도 나오지 않아 유령역으로 불렸지만 70년대 역사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어 엑소의 뮤직비디오, 드라마 스파이, 영화 감시자들 같은 촬영 장소로 일부 활용됐다. 일반 시민에게 공개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도시재생을 통해 사람들의 발길이 닿기 어렵고 잊혀졌지만 우리의 역사와 기억을 간직한 공간을 시민에게 개방하게 됐다”며 “특히 여의도 지하벙커는 역사적 의미가 있는 장소가 문화공간으로 거듭난 만큼 많은 사람들이 즐겨찾길 바란다. 경희궁 방공호나 신설동 유령역 역시 새로운 시민공간으로 만들어가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영일 기자 (wjddud@next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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