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66년 12월 (우리나라 최초의 주방세제인 트리오 출시 연도)

- 93만톤 (2016년 말까지 트리오의 총 생산량)

- 90원 (트리오 출시 가격, 당시 고무신과 운동화 1켤레 가격은 각각 85원, 80원)

- 1985년 (고(故) 이주일 선생이 트리오 광고 모델로 나서 트리오로 머리를 감았다고 홍보한 해)

- 5바퀴 (2016년 말까지 생산된 트리오를 일렬로 눕혔을 때 지구를 돌 수 있는 거리, 서울~부산 275회 왕복)

트리오 출시 1966년 11월 1일자 동아일보. 사진=네이버 뉴스라이브러리 캡처
트리오 출시 1966년 11월 1일자 동아일보. 사진=네이버 뉴스라이브러리 캡처

현재 우리 농업기술은 세계적 수준에 올라 있다. 하지만 1960년대만 해도 후진성을 벗어나지 못했다. 기술 측면은 제외하더라도 쌀·보리 등 곡식류와 각종 과일을 재배할 때 인분(人糞)을 활용한 방식에서 벗어나지 못한 탓이다. 그 여파로 확산된 것이 기생충 문제였다. 1949년 정부 통계를 보면 당시 기생충 감염률은 95%에 달했다. 부끄러운 '세계 1위'로 국민 건강에도 치명적이어서 각종 대안이 제시됐다.

이런 가운데 1966년 11월, 당시 '세제'하면 공업용이나 세탁용이 전부라고 여기던 상황에서 애경유지공업(현 애경)은 '주방세제'라는 새로운 카테고리 제품을 선보였다. 바로 '트리오'다. 브랜드 이름은 '야채·과일·식기' 세 가지를 동시에 닦을 수 있다는 의미를 담았다.

애경유지공업이 트리오를 선보이자 락희유지공업(럭키, 1968년 3월 락희화학공업사로 흡수 합병, 현 LG화학)이 이듬해인 1967년 7월 국내 최초의 샴푸인 '크림샴푸'와 함께 주방세제인 '에이퐁'을 내놔 국내 주방시장에 본격 경쟁이 시작됐다.

액체중성세척제 관련 1968년 5월 20일자 매일경제 기사. 사진=네이버 뉴스라이브러리 캡처
액체중성세척제 관련 1968년 5월 20일자 매일경제 기사. 사진=네이버 뉴스라이브러리 캡처

국내 최초 주방세제인 트리오와 후발 제품인 에이퐁은 등장 초기부터 판매 호조를 보인 것은 아니다. 기생충을 없애는 방법으로 삶아 먹거나 잘 씻어 먹자는 캠페인과 함께 혁신 액체중성세제로 주목받기에 충분했지만 이 때만 하더라도 위생 관념이 부족해 각광을 받기에는 시기상조였다.

“현재 시중상가에는 2대 '메이커'에서 제품이 된 애경의 '트리오'와 럭키의 '하이퐁'이 있는데 아직 널리 알려진 상품이 아니고 생활필수품으로서 인식도 미약하기 때문에 대량 생산은 하지 않고 있다. (중략) 현재 애경의 '트리오'가 400g에 90원, 럭키의 '에이퐁'도 330cc에 90원으로 거래되고 있다.” 1968년 5월 20일자 한 경제신문사의 기사 내용 중 일부분이다.

세제값이 일제히 올랐다는 1969년 6월 11일자 매일경제 기사. 사진=네이버 뉴스라이브러리 캡처
세제값이 일제히 올랐다는 1969년 6월 11일자 매일경제 기사. 사진=네이버 뉴스라이브러리 캡처

트리오가 나온 지 1년이 지났고 애경 측이 꾸준하게 신문광고 등을 통해 홍보를 했는데도 대량생산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나타내는 부분이다. 게다가 가격도 당시로는 고가였다. 이 때 고무신(남, 1켤레)이 85원, 운동화(학생용, 1켤레)가 80원, 세탁비누(450g, 1개)가 35원 정도에 거래됐으니 가성비가 떨어져 외면받은 것이다.

하지만 점차 생활이 서구화되면서 트리오 인기는 상승할 수밖에 없었다. 과일이나 야채를 반드시 씻어 먹어야 한다는 의식의 변화도 한몫했다. 이 때 '한국기생충박멸협회'는 트리오를 우수 추천상품으로 지정하기도 했다.

트리오 TV광고 변천. 사진=애경 제공
트리오 TV광고 변천. 사진=애경 제공

트리오는 광고 분야에서도 관심받았다. 애경 측은 트리오 출시 이후 주방세제로는 이례적으로 다양한 광고를 진행했다. 1978년에는 배우 고(故) 남성훈씨가 모델로 등장해 가부장적인 시대 흐름에서 벗어나 요리와 설거지로 가사를 돕는 자상한 남편의 모습을 표현, 주목받았다.

1992년 광고에서는 배우 양미경과 아역배우 이재은이 등장했다. 당시 12세 아역배우였던 이재은은 막 설거지를 끝낸 엄마의 손을 어루만지며 “엄마손 참 부드럽다”면서 “엄마는 좋겠다”라는 대화를 통해 피부까지 생각하는 트리오를 알렸다.

트리오 50주년을 맞아 이를 기념하는 '트리오 50년 사랑' 영상도 선보였다. 이 영상은 1960년대부터 현재까지 세월이 흐르고, 주방환경과 식생활이 변해도 한결 같이 같은 자리를 지켜온 트리오의 모습을 통해 트리오 역사가 우리나라 주방문화의 역사와 동일선상에 있었다는 의미를 담았다.

웃지 못 할 일화도 있었다. 1985년 TV광고 모델로 등장한 고(故) 이주일 선생은 “당신 뭘로 머리 감았어요?”라는 아내의 물음에 “트리오로 감았지, 왜?”라며 주방세제로 머리를 감는 우스갯소리로 안전성을 부각시키기도 했다.

이 광고 영향이었는지 실제로 트리오를 샴푸 대용으로 쓰는 사람들이 등장했다. 1995년 애경이 세제산업분야 기업 최초로 펴낸 소비자상담집을 보면 “트리오로 머리를 감았더니 비듬 가려움증이 없어지고 아주 상쾌했다. 앞으로 샴푸 대신 사용해도 괜찮겠냐?”는 질문이 많았다. 발간 때 소비자상담실 실장을 맡고 있던 서명숙씨는 한 언론(한겨레 1995년 7월 14일자 기사)과의 인터뷰에서 이에 대해 “트리오로 머리를 씻어서 해가 될 것은 없으나 기름기가 너무 많이 빠져 머리카락이 뻣뻣해질 수 있으니 웬만하면 샴푸를 사용하라”고 전했다.

트리오 제품 디자인 변천사. 사진=애경 제공
트리오 제품 디자인 변천사. 사진=애경 제공

트리오는 주방세제 원조답게 소비자 요구와 시장 트렌드를 반영한 혁신과 품질개선 등 끊임없는 변화를 통해 전통을 유지하며 주방세제 시장을 선도했다.

2008년에는 웰빙 트렌드와 불황기 마케팅의 일환으로 프리미엄 기능에 가격은 합리적인 국내 최초 '실속형 마일드' 주방세제 '트리오 곡물설거지'를 출시했다. 이후에는 황사와 미세먼지로 인해 안전한 주방위생을 고민하는 소비자 요구를 반영해 '트리오 항균설거지 피톤치드' '트리오 홍초설거지' 등 항균기능을 강화한 주방세제를 내놨다. 그리고 천연 세정성분과 항균성분을 첨가한 '트리오 베이킹소다를 담은 주방세제' '트리오 천일염을 담은 주방세제' 등을 잇달아 출시했다.

트리오 50주년을 기념해 출시한 '투명한 생각'. 사진=애경 제공
트리오 50주년을 기념해 출시한 '투명한 생각'. 사진=애경 제공

2016년엔 트리오 50주년 기념제품인 '트리오 투명한 생각'을 출시했다. 이 제품은 트리오가 50년 동안 지켜온 진정성과 투명성이라는 브랜드 가치를 제품기능과 연결해 '최선을 다하는 진심과 눈으로 확인하는 안심'을 담은 주방세제다. 국내 최초로 전 성분을 제품 정면에 표기, 트리오의 진정성을 강조하고 소비자는 공개된 성분을 직접 눈으로 확인해 안심하고 사용할 수 있게 했다.

트리오 50주년을 기념해 출시한 '투명한 생각'. 사진=애경 제공
트리오 50주년을 기념해 출시한 '투명한 생각'. 사진=애경 제공

'주방세제'의 대명사로 인식되고 있는 애경 트리오는 지난해 말 기준으로 50년 동안 누적생산량 93만톤, 8억6778만개를 생산했다. 이는 5톤 트럭 18만6000대 분량으로, 제품용기를 일렬로 늘어놓으면 서울~부산(416㎞)을 275회 왕복할 수 있는 거리이다. 이는 지구(지구둘레 약 4만㎞)를 5번 회전하고 남는 양에 해당한다.

정영일 기자 (wjddud@next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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