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정연호의 포토프레임] 의도가 좋은 사진을 만든다

발행일시 : 2017-10-02 00:00
[정연호의 포토프레임] 의도가 좋은 사진을 만든다

“어떻게 하면 사진을 잘 찍나요?”

위 질문은 필자가 가장 많이 받는 질문 중 하나이다. 어떻게 하면 사진을 잘 찍을 수 있을까. 그것은 카메라 기술을 잘 터득하면 된다. 찍고자 하는 상황에 맞게 카메라의 적정 노출을 결정하고, 잘 짜여진 구도 안에 풍경 또는 피사체를 위치시킨 후 흔들리지 않게 촬영하면 누구나 사진을 잘 찍을 수 있다. 이렇게 하기 위해서는 먼저 카메라의 노출을 정확히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다. 조리개, 셔터스피드, ISO, 화이트밸런스가 각각 어떻게 노출에 적용되는지, 어떠한 표현으로 촬영할 수 있는지 숙지해야 한다. 카메라의 기술을 이해하는 것은 사진을 하는데 있어서 가장 기초적으로 배워야할 부분으로, 그래야만 자신의 사진을 한 단계 높힐 수 있다.

사진을 잘 찍기 위해서는 또한, 피사체(주제)를 어디에 위치시킬 것인지에 대한 사진구도에 대해서도 우리는 공부해야 한다. 디지털 파일에 대한 이해도 필요하며, 그것을 최종 이미지로 만들어줄 보정 프로그램에 대한 이해와 스킬도 사진에 당연히 도움이 되는 부분이다. 그러나, 우리는 아주 작은 착각을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기술적으로 잘 찍은 사진이 좋은 사진이라는 아주 작은 착각 말이다.

[정연호의 포토프레임] 의도가 좋은 사진을 만든다

좋아서 찍는 사진이 좋은 사진이 될 수 있는가?

필자도 그렇게 착각을 했었다. 위 사진은 프랑스 니스 해변(지중해)의 일몰을 찍었던 풍경이다. 니스 해변의 일몰풍경은 너무나도 아름다웠고 사진가, 화가, 음악가 등 많은 예술가들이 이 시간에 그 풍경의 느낌을 온몸으로 받기 위해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위 풍경을 찍기 위해서 조리개 f/9, 셔터스피드 1/160, ISO 100으로 노출을 설정했고, 해가 지는 포인트를 삼분할법에 거의 맞추어 시선이 이동이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이동하게 했다. 이 사진은 기술적으로 잘 찍은 사진 한 장이라고 할 수 있다. 필자는 이 사진을 액자로 만들어 스승님(그 당시에는 페이스북 인연이었다)께 가져다 드렸고, 프랑스 니스에서 촬영한 사진이라고 당당히 말했다.

그러나 스승님의 반응은 그다지 좋지 않았고, “왜 이 사진을 찍었나?”라는 질문이 되돌아 왔다. 그리고 "평범한 나무 뿌리를 찍더라도 당신만의 생각이 담긴 사진을 찍어라” 라고 사진적 가르침을 받았다. 여기에서 한번 생각해보자. 당신은 이 사진이 좋은 사진이라고 생각할 수 있는가? 사진작가 데이비드 두쉬민(David Duchemin)은 “좋은 사진이란 내가 표현하고 싶은 것을 표현하고 그것을 독자들과 소통할 수 있는 사진”이라고 말했다. 여기에서 필자가 찍은 저 니스해변의 사진은 무엇을 표현했는지에 대한 애매모호함과 그것으로 사진을 보는 독자(스승님)와 공감을 하지 못한 이유로 좋은 사진으로 평가 받기가 어려울 것이다. 물론 필자가 직접 촬영한 사진이고, 저 사진을 찍었을 당시 느꼈던 행복감과 희열의 감정이 아직도 추억으로 남아있지만, 그것이 사진 속에 온전히 이미지적인 메세지로 보여지지 않는다는 점에서 또한 좋은 사진의 기준이 충족되지 못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문제는 사진의 의도다

위 사진이 스승님으로부터 공감을 이끌어낼 수 없었던 것은 공감할 수 있는 메세지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것은 왜 저 사진을 찍었는지에 대한 명확한 의도가 부족했기 때문이라고 달리 설명할 수 있다. 물론 우리가 사진으로 기록하는 이유는 그것이 좋아서이고, 마음에 들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러나, 풍경이 좋아서일까? 아니면 풍경을 보고 있는 나의 마음이 좋아서일까? 서양 화가인 파울 클레는 “예술은 보이게 하는 것이지, 보이는 것을 재현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이처럼 우리가 사진을 찍는 이유는 풍경을 보고 있는 자신의 감정이나 느낌이 좋아서인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사진은 촬영자의 감정이나 생각의 반영인 셈이다. 아래의 사진으로 왜 의도가 중요한지 알아보자.

[정연호의 포토프레임] 의도가 좋은 사진을 만든다

위 사진은 필자가 순천 테마파크에서 촬영한 의자사진으로 타이틀을 “휴식”이라고 정했다. 이 사진은 강의에서 “어떤 생각이 드세요?”라고 질문을 유도하는 사진인데, 크게 두 가지의 답변이 가장 많았다. 먼저 첫 번째는 휴식이고 두 번째는 외로움이다. 필자가 분명히 사진 제목을 휴식이라고 했는데, 왜 다른 감정으로 바라본 사람들이 있을까? 우리는 사진을 찍을 때 풍경(또는 피사체)가 주는 느낌을 통해서 우리의 마음을 반영 시키는데, 사진을 보는 것도 마찬가지로 찍혀진 이미지의 느낌을 보고 특정 생각이나 감정을 느끼게 된다. 즉, 이 사진을 보고 모든 사람들이 휴식이라고 느끼지 못한 데에는, 휴식이라고 느끼지 못하는 요소들이 프레임 속에 있었기 때문이다. 필자는 이 사진을 찍을 당시에 휴식이라고 생각하고 촬영하지 않았다. 다시 말해서 휴식이라는 의도가 아닌 의자 자체에 촬영 의도를 맞추어 촬영을 한 후에 사진의 제목을 휴식이라고 정했다. 바로 여기에서 사람들과 공감할 수 없는 프레임 속의 요소들의 문제가 발생한다.

이제 사진의 요소 하나하나를 파헤쳐보자. 먼저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당연코 의자이다. 우리의 시선과 가장 가까이 위치하고 있으며, 프레임에서 의자가 차지하는 영역의 비율이 가장 크다. 그리고 의자는 아스팔트 길 위에 놓여져 있고, 아무도 없는 빈 의자이다. 의자 뒷 왼쪽으로는 초록색의 나무가 보이며, 오른쪽에는 오래된 집들이 보인다. 위 사진은 전체적으로 어두운 톤으로 이루어져 있고, 뒷쪽 배경은 특히 어둡다. 의자의 컬러는 무채색의 안장과 아주 짙은 초록색이다. 자, 다시 사진을 보고 “휴식”의 느낌이 드는지 생각해보자. 이 사진에서 휴식이라고 느낄 수 있는 요소는 무엇일까. 배경에 위치한 초록색의 나무가 있지만 프레임 속에서 차지하는 영역이 너무 적다. 즉, 이 사진에서의 배경(부제)은 주제(의자)에 담고자 했던 휴식의 메세지를 뒷받침하지 못한다. 그렇기 때문에 메인 요소인 의자 하나로 휴식이라는 감정을 느껴야 하지만, 빈의자에 대한 외로움 감정을 가진 사람들에게는 저 사진은 휴식이라는 메세지로 절대 공감될 수 없는 것이다.

왜 이런 공감을 못하는 사진이 만들어진 것일까.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명확한 의도의 부재이기 때문이다. 휴식이라는 메세지를 담고 있는 다른 사진을 살펴보자.

[정연호의 포토프레임] 의도가 좋은 사진을 만든다

자, 이 사진은 어떠한가. 휴식이라고 느껴지는가? 아마도 앞의 의자 사진보다 휴식이라고 느끼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왜 그런지 사진의 요소들에 대해서 다시 한번 알아보자. 사진 속에는 벤치, 나무가 보이고, 배경으로는 연꽃잎과 저 멀리 산이 보인다. 그리고 각각의 요소들의 컬러는 초록색이다. 이 사진에서는 휴식이라는 메세지를 의자와 나무가 이야기하고 있고, 주변과 배경의 부제요소와 전체적인 컬러가 또한 그 메세지에 힘을 실어준다. 그렇기 때문에 이 사진은 앞의 의자를 찍은 사진보다 훨씬 강력한 휴식의 메세지를 가지고 있는 셈이다.

휴식이라는 메세지와 독자들과의 소통에서 차이가 나는 이유가 사진을 찍은 장소와 그 장소에 존재한 각각의 요소들의 차이 때문이라고 말 할 수 있을까. 그것이 결국 다른 이유는 바로 사진을 찍고자 했던 의도에서 분명히 차이가 났기 때문이다. 두 번째 사진은 필자가 휴식이라는 감정을 느끼고 싶어서 찾아갔던 장소이고, 쉬고 싶을 때 자주 가는 심리적 치유의 공간이다. 그러나 첫 번째 사진은 여행 중에 다녀왔던 장소로 그 당시에는 휴식이라는 감정의 표현이 아닌 의자 자체에 대한 촬영을 목적으로 했던 기억이 난다.

이렇게 의도가 분명하지 않으면, 메세지 전달에 필요한 주제와 부제의 요소를 제대로 체크하지 못한다. 그렇기 때문에 메세지의 효과가 떨어지는 것이다. 우리가 찍는 많은 사진은 그것에 맞는 목적과 의도가 분명히 존재한다. 결국 그 속에 담겨진 메세지를 이미지로 표현하는 것이 사진이며, 그것은 또한 타인과의 공감을 통해서 확실히 나의 이야기로 자리매김하게 될 것이다. 그것이 바로 데이비드 두쉬민이 말한 좋은 사진의 정의라고 할 수 있다. 내가 무엇을 표현하고 싶은지, 지금 내가 바라보는 시선에서 무엇을 말하고 싶은지, 그것을 위해서는 프레임에 무엇을 어떻게 디자인할 것인지를 재구성하는 예술이 바로 사진이다.

정연호 jakeimagelab@gmail.com상업(인물)사진을 주로 촬영하며, “마음챙김”이라는 컨셉으로 편안한 느낌의 풍경사진을 찍고 있다. 제약회사를 다니다 취미로 시작한 사진이 현재는 업이 되었다. 제이크이미지연구소(JAKE IMAGE INSTITUTE)를 운영하고 있으며, 촬영과 강의 및 기획을 하고 있다. 사진촬영과 그것의 의미(마음)에 대해 관심이 많다. 사진과 우리의 프레임(시선)과 좋은 사진 촬영가이드에 대한 글을 진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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