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컴퓨터과학 교육에 매년 2억달러(약 2300억원)을 지원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2017년 8월 25일, 백악관). 영국은 이미 국가 교육과정에 코딩이 들어왔고, 일본도 2020년에 들어올 예정이다. 우리나라도 내년부터 교육과정에 코딩이 들어온다고 한다.

필자는 초등학교 현장에서 2015년부터 코딩 교육을 대비한 SW 교육 선도 학교를 운영하며, 코딩이 정규교육과정에 들어올 때 진입장벽을 최소화하려는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얼마전 한 학생들이 필자를 소재로 재미있는 영상을 만들었다. 영상 편집 실력이 너무 대단해서 코딩을 이야기하는 소셜 모임에 작품을 올리고, “아이들이 코딩을 잘 했죠?” 라고 글을 쓴 적이 있었다. 그 때 엄청난 비판글이 올라왔다.

“이게 코딩인가요?” “제대로 알고 가르치시죠?” “이 분은 뭐하는 분인지 모르겠어요" 라는 말이 비수가 되어 내게 꽂혔다.

교육은 흔히 가치로운 활동이라고 한다. 교육은 가르치는 사람이 가치 있다고 여기는 것을 가르친다는 의미다. 따라서 나라마다 교육과정, 교육내용, 교육방법 등이 모두 다르다. 이 점은 같은 나라 안에서도 가정교육이 각각 다름을 봐도 알 수 있다.

최근 필자는 비슷한 일을 하나 더 겪었다. 상술했듯 필자는 코딩교육에 필요한 다양한 교육 시도를 하고 있다. 가령, 우리나라 전통 놀이나 보드게임에 있는 코딩 요소를 발견해서 알리는 작업을 하고 있다. 그러면서 전통 놀이나 보드게임에 코딩 요소가 들어 있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가령,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와 같은 ‘전통 놀이를 하면 코딩을 경험할 수 있다.’ 라는 주장이다. 그런데 이 놀이는 자동화 과정이 없기에 코딩이 아니라는 비판을 들었다.

필자가 2015년부터 초등학교 현장에서 코딩을 가르치면서 늘 드는 생각은 코딩을 배우는 프로그램(툴) 보다 코딩을 할 때 필요한 사고력이 더 중요하다는 점이다. 열심히 코딩을 배웠지만, 무엇을 코딩해야 할 지 혹은 무엇을 만들어야 할지 모르는 상황이 되어 학생이 “이제 뭐 만들어요?” 라고 되묻는 경우를 많이 경험했다.

여러 학생들이 코딩을 배우고 있다
여러 학생들이 코딩을 배우고 있다

코딩은 컴퓨터에 명령을 내리는 행위다. 컴퓨터는 우리 인간과 달리 명령을 한꺼번에 주면 실행하지 못한다. 순서대로 차례 차례 나눠서 줘야 한다. 코딩에서는 이를 ‘순차'라고 한다. 하지만 같은 명령이 반복될 때 묶어서 명령할 수 있다. (이를 루프라고 하고, 쉽게 반복이라고도 한다). 명령을 수행하다가 특정한 상황이 되면 다른 명령을 수행하게 할 수도 있다(이를 선택이라고도 하고, 쉽게 조건이라고도 한다). 마지막으로 반복되는 여러 명령을 하나로 묶을 수 있다(함수). 이 순차, 반복, 조건, 함수가 코딩에 필요한 네 가지 사고력이다.

앞에서 말한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놀이를 예로 들어 보자. 술래는 벽이나 나무쪽에 고개를 두고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라고 말한 후 뒤를 돌아 본다. 이 때 놀이를 하는 다른 친구들은 그대로 멈춘다. 이 과정이 순서대로 반복해서 일어나고, 만일 술래가 볼 때 움직인 학생은 조건(규칙)에 따라 술래 옆에서 다른 친구들을 기다린다. 이 과정은 마치 코딩을 작성할 때 과정과 비슷하다. 단지 다른 점은 코딩은 컴퓨팅으로 자동화되지만, 이 놀이는 수동으로 하나 하나 그 과정이 일어난다.

영상 편집은 어떨까? 여러 영상 중에 먼저 실행할 영상을 골라서 순서대로 놓는다. 이런 과정은 반복해서 진행되고, 특정 상황(조건)에서 자막을 넣거나 영상 전환 효과를 넣는다. 편집된 한 영상을 전체로 만들 때까지 이 과정이 진행되고, 때로는 복잡한 진행과정을 단순하게 저장(엑셀 매크로를 생각하면 쉽다)해서 진행하기도 한다.

내년부터 중학교에서 코딩을 배운다고 하는데, 내후년부터 초등학교에서 코딩을 배운다고 하는데, 대부분의 교실에 와이파이가 안 된다. 와이파이가 안 되는 것을 학생도 교사도 당연하게 여긴다. 사회에서는 와이파이가 안 되는 사실도 모른다. 학교내 유선 인터넷이 느린 문제를 차치하더라도 말이다.

대부분의 학교에서 컴퓨터실은 주 1회나 격주 1회로 가고, 코딩보다는 컴퓨터를 활용한 수업이 진행된다. 필자처럼 교과전담교사는 기회 조차 없다. 컴퓨터실에 있는 컴퓨터는 코딩보다는 사무 환경에 적합한 기종이 많다.

학생들이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놀이를 하고 있다
학생들이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놀이를 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코딩 교육을 진행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소프트웨어중심사회는 이미 와서 우리 삶 깊이 자리잡았고, 학생이 살아갈 미래는 더욱 그러할 것이다. 그런데, 학교에 인프라가 없다.

따라서 필자와 같이 컴퓨터 없이 코딩 교육에 필요한 사고력을 키우는 활동, 즉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와 같은 놀이나 생활 속에서 코딩 교육 요소가 들어간 활동을 많이 해야 하고, 여러 사례가 공유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지금 초등학교 1학년 안전 수업이 그렇듯 실제 해보는 활동보다는 영상으로 코딩을 대리 체험하는 수업이 될 가능성이 너무 많게 될 것이다.

최만 choisuperman@gmail.com 초등학교 교사. 수요일 밴드, 언어유희, 아이스스케이트, 회를 좋아한다. 박사과정에서 영국 교육철학을 공부하면서 "교육은 미래를 준비하는 것"이라고 배웠다. 미래가 어떻게 올지 몰라서15개 커뮤니티를 운영하며, 스룩 허브에 자료를 모아두고 있다. 안드로이드 앱 ‘최만드림’을 운영한다. 삶을 오픈소스화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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